-
-
ON 온 - 잔혹범죄 수사관 도도 히나코
나이토 료 지음, 현정수 옮김 / 에이치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지금도 생각한다. 설령 그것이 뭔가 어마어마하게 숭고한 목적을 위해 신이 허락하신 행위였다고 해도, 자신은 그것을 용서할 수 없다. 그 비명은, 그 목소리는, 울부짖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그 아이의 비명이 자신의 목을 통해서 뿜어져 나온 것이었다. - p. 13
나이토 료의 온. 데뷔작이자 대표작이라고 하는데 저는 이번에야 접해보게 되었네요. on이라니 뭘 의미하는 걸까 생각했는데 온오프 할 때의 그 온을 제목으로 선택했더라구요. 왜 이런 제목을 선택했을까 궁금해하며 선택한 잔혹범죄 수사관 도도 히나코. 무엇이든 보고들은 건 특별한 기억력으로 잊어버리지 않는 특기를 가지고 있지만 갓 형사과에 배치된 초보 수사관이죠. 시체를 보고 토악질을 하기도 하고 수사를 하러 갔다가 피해자의 하소연만 듣고 자기가 진정 원하는 정보는 무엇 하나 물어보지도 못하고 돌아오고야 마는 독특한 주인공이예요. 이런 히나코가 처음 맡은 사건은 특이하고 정말 잔혹한데요. 이 조합이 독특하고 매력이 있더라구요.
인간이 저렇게 끔찍한 방법으로 죽다니. 히나코를 초췌하게 만든 것은 인간의 존엄 그 자체를 죽이려는 듯한, 오만하며 피도 눈물도 없는, 속이 메슥거릴 정도의 광기에 찬 냄새였다. - p. 29
도도 히나코가 맡게 된 사건은 하나같이 엽기적이고 잔혹합니다. 그리고 무엇 하나 확실한 게 없죠. 피해자는 하나같이 사건 용의자이거나 이미 사건이 수사종결되어 복역하고 있는 가해자들이예요. 그런데 묘하게 이들은 자신이 저지른 범죄와 같은 양상으로 자살을 해버린거죠. 그 상황도 의뭉스럽기 짝이 없죠. 도저히 이렇게는 자살하기 어렵다고 생각될 방식으로 죽어있었던 겁니다. 모두가 많은 원한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사건은 미스터리하게 흘러가는데요. 이들은 과연 자살일까요, 타살일까요?
그 사람들은 과거에 저지른 범죄를 본뜬 것처럼 1인 2역으로 자기 자신을 죽인 것이 아닐까 - p. 129
히나코는 자신의 특별한 기억력으로 독특한 사건수첩을 메모하기도 하고, 고향 특산 매운 고춧가루를 온갖 것에 넣어 먹는 기행으로 자신을 독려하기도 하며 초보 수사관만의 어수선함으로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는데요. 그게 묘하게 사건을 얽어내 서서히 진실의 윤곽이 드러나게 만들어갑니다. 하지만 워낙 독특한 소재로 그려낸 사건이고 도도 히나코의 시선으로 사건을 따라가다보니 어떤 사건인지 확실히 줄거리가 잡히지 않는데요. 이런 게 또 마지막에 전부 밝혀지는 재미가 있던 나이토 료의 온, 잔혹범죄 수사관 도도 히나코 였어요.
히토미의 웃는 얼굴을 떠올리려고 하면 공사 현장의 피 웅덩이와 그 시신이 먼저 떠오른다. 범인은 추억마저도 빼앗아갔다. 교수형따윈 미적지근한 형벌이다. 사랑하는 자를 그런 끔찍한 꼴로 만든 녀석은, 자신도 똑같은 모습으로 죽어야만 한다. 같은 모습으로 죽어 마땅한 것이다. - pp. 191-192
사람을 죽이는 건 몇 번이고 하지만 자신이 사형당하는 건 단 한 번이라는 말이 기억나네요. 사형수는 교수형 처벌을 받는다고 하지만 그걸로 정말 족한 건지, 자신이 행한 일을 그대로 돌려받고 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거예요. 우리나라는 사형집행된 지 오래되었으니 더욱 눈눈이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요. 그런 처벌방법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한번 읽어봐도 좋을 것 같아요. 잔혹범죄 수사관 도도 히나코가 밝혀낸 이 사건의 전말이 궁금하신 분들도 나이토 료의 온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네요! 시리즈물로도 나오고 있고 2014년에는 동명 드라마도 제작되었다고 하는데 저도 한 번 찾아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