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니발
토머스 해리스 지음, 이창식 옮김 / 나무의철학 / 2019년 9월
평점 :
품절


렉터 박사는 자신의 왼손을 감추거나 수술로 변형시키려 할 것이다. 그의 다지증 형태로는 완벽한 손가락 모양을 갖추기가 거의 불가능하므로 즉시 알아볼 수 있다. -p. 210


토머스 해리스의 한니발 시리즈는 이미 많은 분들에게 익숙하죠. 스릴러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영화로도 많이 알려져 있는데요. 이번에 토마스 해리스의 신작 소설이 발표되면서 구하기 어려운 한니발 시리즈도 새롭게 재출간이 되었으니 스릴러 마니아로서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네요. 다시 나온 시리즈는 '양들의 침묵' '한니발' '한니발 라이징'으로 총 3부인데요. 저는 그 중에서 출간상으로는 두 번째지만 소설 시기상으로는 가장 마지막인 한니발을 먼저 접해보게 되었네요. 역순으로 이 시리즈를 음미하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당신에게 고백할 게 있어요. 난 당신 아내를보는 순간 먹고 싶어서 죽을 뻔했소. - pp. 307-308


한니발이 유명한 이유는 비도덕적인 희대의 식인 살인마이자 전직 정신과 의사라는 독특한 캐릭터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양들의 침묵을 보면 더욱 그의 오싹함을 더 잘 느낄 수 있는데요. 클라리스 스탈링이라는 FBI요원과 한니발의 관계성에 흥미를 느끼는 분들이라면 이 책에서도 매력을 찾을 수 있을테죠. 이 토마스 해리스의 한니발에도 마찬가지로 두 사람이 나오니까요. 여성의 몸으로 특별수사관이 되어 견제를 당하고 있는 스탈링이 총격사건으로 다섯을 사살하게 되고 하필 그 총격사건에 아이를 안고있던 마약범이 끼어있어 여러 모로 난처하게 된 순간 한니발 렉터가 편지를 보내며 모습을 드러내게 된 거죠.


처음엔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할 테지만, 나중엔 제발 죽여 달라고 애원하게 될 걸. - p. 298


스탈링을 이용해 한니발을 잡고자하는 FBI는 스탈링의 파면을 일단 보류하고 유인작전을 펼치는 동시에, 한니발에 의해 몸이 망가져버린 메이슨 버저는 복수하기 위해 거액의 현상금을 내걸고, 한니발의 위장신분을 눈치챈 파치 수사반장은 한니발에게 접근하고, 한니발 그런 상황에서도 스탈링에게 접촉을 시도하는데 이 과정이 쫄깃합니다. 분명 렉터가 궁지에 몰리는 묘사로 보이는데 한니발이 워낙 사냥감보다는 사냥꾼 이미지가 강하다보니 어떻게 이 위기를 떨쳐낼지 흥미롭기도 했구요.


그들이 테라스에서 춤추고 있는 동안 우리는 조용히 물러가기로 하자. 현명한 바니가 그랬듯이 우리도 얼른 이 도시를 빠져 나가는 것이 좋겠다. 그들에게 발견된다면 그 결과가 치명적일 것이므로. 그들에 대해서 이렇게 많이 알고 있으면서도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 p. 730


스탈링에게 미샤의 상을 겹쳐 미샤를 이 세상에 다시 데려오고자했던 한니발은 예상보다 더한 결말로 충격을 주는데요. 이런 한니발에게 동조하는 스탈링을 바라보며 인간성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이토록 쉽게 망가질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네요. 이미 한니발 라이징을 영화로나 책으로 읽고나서 보는 사람이라면 더욱 이 한니발이 기묘하게 와닿을 것 같습니다. 여하튼 토머스 해리스의 한니발은 그저 정신나간 싸이코라기에는 너무나 지적이고, 예의바르다고 생각하면 참 비도덕적이고 파괴적이니 제 상식으로는 역시 따라가기 힘들었고, 그 점이 참 독보적인 캐릭터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네요. 다른 시리즈도 새로 나온 출간 30주년 스페셜 에디션으로 읽어볼 생각을 하니 즐거워집니다. 보고 나서 영화를 다시 보는 것도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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