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곤베리 소녀
수산네 얀손 지음, 이경아 옮김 / 검은숲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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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에 사람들이 그곳에서 제물을 바쳤대. 모스마르켄 근처에서는 사람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 이야기가 항상 돌았어. 그 이야기가 호사가의 잡담인지 진짜 유령 이야기인지는 나도 몰라. 하지만 우리가 어릴 때만 해도 그런 이야기로 친구들끼리 겁을 주곤 했어. - p. 107

 

 

수산네 얀손의 링곤베리 소녀에 나오는 늪지로 유명한 스웨덴의 외딴 마을 모스마르켄에서는 미라가 발견된 역사가 있습니다. 늪에서 발견된 이 시신은 제물을 바치던 늪지였다는 가설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증거가 되었죠. 그 시신이 발견된 후 늪지에서 이 년마다 사람이 계속 실종됩니다. 실종된 사람의 공통점은 없고, 단지 시신을 찾을 수 없다는 특징만이 같습니다. 이 마을에서 자란 나탈리에는 그 사건 이후 고향을 떠났다가 14년만에 돌아오는데요. 본인의 생물학 연구를 위해 돌아다니다가 만난 요한네스와 가까워지게 되는거죠.


 

"유혹적으로 들리네요." "어느 부분이요?" 그녀가 속삭였다. "연인들이 하나가 되는 부분요. 죽음은 우리를 기다려줄 테니까." 그가 그녀의 눈을 응시했다. 그녀는 말없이 그의 눈을 마주 보았다. 이 순간이 가장 흥분되는 단계였다.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모든 길이 열려 있을 때이므로. - p. 113

 

 

그러다가 요한네스가 늪지에서 습격을 받아 정신을 잃은 것을 발견한 나탈리에. 기묘하게도 그의 주머니에 10크로나 동전이 가득 들어있는 것이 발견됩니다. 마치 제물로 바쳐질 때 처럼요. 가엾은 요한네스는 그 후로도 정신이 들지 않고 사건은 미궁에 빠져들어가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서서히 실체가 드러나게 되죠. 그 실체가 드러나게 되며 14년 전 나탈리에가 고향에 있을 때 일어났던 첫 실종사건에 대한 이야기도 같이 보여집니다.

 

 

그녀가 몸을 숙여 방금 손에 닿은 물건이 뭔지 살펴보았다. 차갑고 뻣뻣하고 길쭉한 것이 마치... 손가락 같았다. 하나, 둘, 셋, 넷. 사람의 손이 땅 위로 비죽 튀어나와 있었다. - pp. 144-145

 

 

유독 이 마을에서는 애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고 여럿이 되는 걸까요. 링곤베리 소녀로 발견된 미라처럼 신을 즐겁게 해주려고 제물로 바쳐졌다는 설, 죽은 자들이 불러서 땅에 삼켜졌다는 설까지 여러 가정들로 수근대는데요. 늪이 정말 제물을 원하는 건지, 그렇다면 제물을 바치는 자가 있는 것인지, 죽은 이들이 제물을 불러들이는 것인지. 공포인지 스릴러인지 마지막까지 아슬아슬하게 장르를 넘나드는 묘한 매력이 있는 수산네 얀손의 링곤베리 소녀.

 

 

우리는 아이들을 위해서 그렇게 한 거예요. - p. 310

 

 

마지막 결말에서는 역시나 하는 마음에 씁쓸함이 들었지만 결말로 이끌어가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과정은 확실히 여타 스릴러와는 독특한 분위기가 있었던 수산네 얀손의 링곤베리 소녀. 서술되는 인물들을 하나하나 의심하다가, 미지의 존재를 의심하다가 왔다갔다 하는 재미가 있네요. 인신공양이라는 소재와 늪지라는 배경이 이런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어낸 것 같은데요. 자연이 주는 분위기와 함께하는 스릴러 소설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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