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의 연대기
기에르 굴릭센 지음, 정윤희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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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소설들은 언제나 매혹적이고,
그 특유의 잿빛 분위기가 나를 이끈다.
겨울날 아침, 해가 미처 다 뜨지 않은 회색빛의 얼어붙은 스웨덴 거리를 걸었던 기억들이 고스란히 올라오도록 하는 마성의 매력이 있는 북유럽의 소설들.
이 책도 그래서 읽고 싶었고 궁금했다.
그런데 정말 솔직히 말하자면, 여지껏 읽었던 북유럽 소설들만큼 큰 매력은 없다.
'결혼의 연대기' 라고, 결혼의 실상을 보여준다는데 글쎄...별로 이해가 가지 않는 두 주인공. 이런 형태의 가정이 점점 늘어가기야 하겠지. 불타는 열정으로 시작해 파멸로 걸어 들어가는.
과연 두 사람은 서로를 얼마나 사랑했을까. 사랑을 하긴 했나. 그게 사랑이었나. 욕정은 아니었나.
사랑해본 모든 이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슬프지만 섹시한 소설라고 하는데, 연인의 배반을 경험한 사람에게 더 내려꽂힐 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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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당신도 나처럼 똑같이 버림받기를 기도할게. 나를 무참히 버리고 떠난 것처럼 당신도 똑같이 버림받기를, 내 온 마음을 다해서 간절히 기도하고 기도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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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를 미워하는데 내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것만큼 비효율적인 것은 없다지만 한때 사랑했던 사람을, 모든 것을 함께 나누었던 사람을 저만치 처절히 저주할만큼 마음이 무너져내렸던 저 여인의 삶은 어떻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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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 - 대형 서점 부럽지 않은 경주의 동네 책방 ‘어서어서’ 이야기
양상규 지음 / 블랙피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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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황남동, 황리단길 로 유명세를 탄 그 곳에 작은 서점 #어서어서 가 있다.

이 서점을 알았던건 아니다. 제법 유명해 이 불황기에 책이 그렇게나 잘 팔린다는 서점임에도, 대형서점보다는 특유의 느낌을 가진 동네 책방을 더 사랑하는 나임에도, 내가 경주사람이 아니어서인지 아니면 각종 SNS에 익숙치 않은 21세기 문맹이어서인지 서점의 이름은 낯설었다.

낯선데, 끌렸다.
어디에나 있을 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곳이라니. 그래서 읽고 싶었다. 서평단이라는 좋은 기회를 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하며.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책방을 한번쯤 꿈꾸지 않을까. 차를 마시는 것도 좋아하는 나라 융합적인 공간을 만들어보고싶다는 생각은 늘 한다. 나만의 생각과 느낌을 담은, 바스락대는 마른 찻잎의 소리와 사르락 책장이 넘어가는 소리가 공존하는 그런 공간.

어서어서를 읽는 내내 그런 느낌이었다. 물론 이 곳에 차는 없다. 그러나 각종 책들이 잔뜩 쌓여 북적대는 황리단길의 소음을 삼키고, 제 가치를 알아본 사람들의 손에 들려 그 값을 더하고, 계산대에 서 책장을 내내 넘기다가 손님이 책을 사 가면 펜을 꺼내들어 사각사각 방금 나간 책의 가격을 노트에 눌러 적으며 책을 읽는 사람의 마음이 풍요로워지기를 바라는 사장님까지. 어쩐지 어서어서에 서서 책을 읽으며 유리창 너머로 들어오는 햇빛을 맞는 느낌이다. 그렇게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덮는 순간까지 나는 경주에 있었다.


이런 류의 책들은 언제나 반갑다. 나를 둘러싼 시간과 공간, 그 공기마저 바꾸어 버리는 책. 언제고 그 느낌이 그리워지면 다시 꺼내들어 넘길 책. 어서어서의 시작부터 실패, 갖은 진상(?)과 카피캣들로 인한 스트레스 등 사업서의 내용인 듯 한데 이렇게나 따뜻하고 포근할 수 있을까. 어쩌면 서점을 담은 책이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서점'은, '책방'은 듣기만 해도 포근하니까.

아직 가보지 못 한 어서어서이지만, 오래도록 그 자리를 지키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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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Q.멀티태스킹을 하면 많은 일을 빠르게 해낼 수 있을까요?
이전 시리즈인 너무재밌어서잠못드는황제의세계사 보다도 재미있게 읽은 책이에요 :)

요즘 엄청 관심있는 뇌과학, 뇌신경과학. 나중에 대학원을 가면 자살과 뇌신경을 연구해볼까 하는 생각까지 하고 있는데요,
이 책은 엄청난 전문지식을 담고 있지는 않아요. 작가 테오 컴퍼놀의 뇌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추린 책이라고 하더라구요.

주요한 내용은 '어떻게 뇌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 이구요, 주된 내용은 ICT, 즉 정보와 기술에 자주 접속되는 뇌는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멀티태스킹은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인데요, 이걸 생각하는 뇌, 반사용 뇌, 저장용 뇌의 3가지 측면에서 서술했습니다.


사실 누구나 재미있는 것에 대해서는 쉽게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일괄적 처리가 쉽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재미없는 일, 하기 싫은 일에 있어서는 번번히 ICT의 개입을 받습니다. 이에 대해 책에서는 "하기 싫은 일을 묶음 처리계획을 주 단위로 세우고 따르면 문제는 해결된다" 고 말합니다.
하기 싫은 일은 폴더로 묶어 죄다 넣어둔 후 날과 시간을 정해 정해진 시간에 이 일을 일괄처리한다는 것이지요.

이 대목을 읽으며 저도 슬쩍 저의 '하기 싫은 일 묶음' 을 만들었습니다. 물론 하기 싫지만 매일 해야만 하는, '과제하기' 와 같은 일은 주 단위로 처리하기 힘들겠지요. 그러나 작은 단위의 하기 싫은 일들은 묶음단위로 처리하는 습관을 들여볼까 합니다. 이 책에 따르면 우리의 뇌는 습관을 쉽게 형성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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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 웨이 다운
제이슨 레이놀즈 지음, 황석희 옮김 / 밝은세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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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젯밤, 형이 살해당했다.'

라는 문구는 스릴러나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 쯤 혹할 법도 합니다.
저도 그 사람들 중 하나였는데요,
롱 웨이 다운은 약 300페이지 가량의 소설입니다.
그러나 완독에 필요했던 시간은 불과 한 시간입니다.

이유를 꼽으라면 이 책의 독특한 구성을 들겠는데요
이 책은 여타 소설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책입니다.
형식은 운문에 가깝고요, 읽다 보면 호흡은 시나리오에 가깝습니다.

책의 각 페이지들은 타이포그래피로 구성된 느낌인데요
그래서 자세한 묘사 없이도 인물의 감정선이나 생각, 상황을 생생하게 그리며 따라갈 수 있죠.


이 책은 결말이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형을 죽인 사람에 대한 복수를 꿈꾸는 윌의 이야기이지만 그 복수가 성공인지 실패인지는 알 수 없어요.
일반 장르소설들과는 달리 윌은 그다지 치밀하지도 않고요,
형을 죽인 사람이 윌이 짐작하는 사람이 확실한지조차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롱 웨이 다운' 이라는 소설의 제목은 전반적 소설의 백그라운드와 관련이 있는데요
이 이야기는 7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로비층으로 내려가는 60~70초 남짓한 시간을 그려냅니다.
실제로는 짧은 시간이지만 윌이 보고 듣고 경험하는 모든 것들로 인해 윌은 마치 엘리베이터가 철로 된 관과 같이 느껴진다고 표현해요.
실제로 엘리베이터에 탄 인물(누군지 밝히지는 않을게요. 스포가 될 수 있어서...) 중 하나가 말하죠.

"내려가는 길은 아주 기니까."


이 대사마저도 타이포그래피를 활용해 읽는 사람마저도 끝없는 구덩이로 떨어지는 느낌이 들게 만듭니다.


굉장히 특이한 구성이 마음에 들었던 소설입니다.
다만 결말은 조금 어려워서 책을 덮은 후에도 며칠간 곰곰이 생각하게 만들었어요.
처음에는 윌이 죽은 건가, 했다가
오늘 새롭게 내린 결론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복수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계속 이어나갈 것인가 하는 물음을 윌에게 던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네 선택은 뭐야?
하는...ㅎㅎ


할렘가가 전체적 배경이라고 하던데 그만큼이나 잔혹하기도 했던 소설 "롱 웨이 다운."
흡입력 강한 형식과 구성으로 단숨에 잘 읽은 소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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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웨이 -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브랜드의 모든 것
조셉 미첼리 지음, 강유리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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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의 작은 카페 체인이었던 스타벅스. 이제는 어지간한 나라에서 스타벅스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스타벅스는 큰 기업이 되었다. 스타벅스를 현재의 자리로 인도한 것은 무엇일까? 도대체 어떤 점이 사람들을 스타벅스로 향하게 했는가?

 

 

책을 읽으며 문득 떠올려 보자니 학부 시절 학교 내&외부 근처에 위치한 스타벅스 카페만 해도 5군데나 되었다. 5지점 모두 그다지 작은 규모도 아니었는데 거짓말처럼 날마다 붐볐다.

 

커피 한 잔에 비싼 돈을 주고 사 먹는 걸 낭비라고 생각하시는 우리 엄마도 종종 친구들과 스타벅스로 향하곤 하는데 그 이유는 “5명이 세 잔만 시켜도 눈치를 주지 않는다.” 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매번 3잔만 시키느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었다. 직원이 친절하니 저렴한 메뉴라도 인원 수 대로 시키고 나온다는 것이다.

 

나는 종종 스타벅스에 공부를 하러 갔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주문해 마시고 출출하면 집에서 준비해 간 에너지바를 먹는다. 스타벅스에서 끼니까지 해결하기에는 학생의 주머니는 너무 가벼웠다. 하지만 직원은 그런 나를 보고도 아무런 제지도 하지 않았다.

 

책을 읽던 도중 SNS에서 스타벅스에 관련된 일화를 보고는 냉큼 메모해 두었다. 스타벅스에 방문한 한 사람의 목격담이었는데, 할머니 손님이 스타벅스에 들어오자 직원이 다방커피처럼 달달한 프림 맛이 나는 커피가 좋으신지, 아니면 탄밥 누룽지처럼 구수한 맛이 나는 커피가 좋으신지 여쭈었다는 것이었다. 세상에, 한 번에 와 닿는 비유가 아닌가. 도시 노인이 아니라 손주와 아들, 딸을 만나러 시골에서 올라온 노인이라 하더라도 단번에 직원의 설명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온통 꼬부랑언어 투성이인 메뉴판을 이해하려고 머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위의 이야기들에서 우리는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직원과 고객의 관계이다. 스타벅스는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는데 굉장한 노력을 기울였다. 단순히 음료를 어떻게 하면 많이 판매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스타벅스를 방문하는 고객이 가장 편안할 수 있을까에 집중한 것이다. 그 결과 편안히 앉아 공부할 장소를 원하는 학생 고객도, 비싼 커피의 가격이 부담스러운 중년의 고객도, 카페의 커피를 자주 접해본 적 없는 노년의 고객도 스타벅스에 기꺼이 발을 들여 놓았다. 이것이 스타벅스의 시작이었다.

 

책에서는 그 외에도 고객과 직원의 상호작용, 피드백, 뛰어난 아이디어를 통한 멤버십과 리워드 제도, 각종 SNS를 통한 매니아층과의 소통은 물론 신메뉴 소식의 빠른 제공, 컴플레인에 대한 효과적인 대처 등을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과연 이런 스타벅스가 성장하지 않으면 세상에 성장할 기업이 또 어디에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단순한 창업을 위한 책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간의 소통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결국은 이것도 삶의 한 부분인지라, 모든 사람들이 한 번 쯤은 읽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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