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안 만나는 것은 가능하지만 조금만 만나는 것은 불가능할 것같아…………."
"너 내가 안 줘서 그러니? 그래서 그런 거야?"
"그 얘기가 왜 나와 그거하고는 상관없어. 그건 나도 동의했잖아."
"그럼 뭐야? 난 이해할 수가 없어!"
"난 이렇게 못 살아. 학교에서 항상 너를 생각하고, 학교 끝나면너랑 계속 함께 있고, 집에 돌아가서도 계속 전화로 메신저로 너한테 붙잡혀 있고, 주말에도 나만의 시간이 없고, 그래, 난 나만의 시간이 너무 그리워 너를 만나서 너를 사귀어서 너를 만지고,
그래, 뽀뽀도 해 봤지, 이 모든 것이 좋았어. 하지만 너 때문에 내가 없어졌어."

"바보 같은 자식, 그게 사랑이야. 너와 내가 만나서 우리라는 하나가 되는 것!"
"자유야, 넌 정말 한 번도 우울하지 않았어? 네가 없어져서 괴로운 적이 없었어?"
자유는 좀 놀랐다. 사실 자유도 홍규와 똑같은 생각을 할 때가 많았던 것이다. ‘나 자신‘이 없어진 것 같아서 우울할 때가 많았던 것이다. 이제껏 사랑을 깨뜨리려는 악한에 맞서 사랑을 수호하는 천사처럼 말했지만, 자유의 진심은 홍규의 생각과 거의 비슷했다.
하지만 자유는 끝까지 사랑의 수호천사처럼 굴기로 마음먹었다.
미안하지만 악역은 남자가 맡아 줘야 되는 거 아니겠어.
"없었어. 없었어! 그게 사랑이야. 나쁜 새끼, 넌 지금 고상한 말로나를 차고 있는 거야. 내가 싫으면 그냥 싫다고 해. 꼰대들처럼 말

하지 말란 말이야. 꺼져, 다시는 내 눈앞에 나타나지마."
"자유야, 진정해 봐. 이러면 대화가 안 되잖아."
"뭔 놈의 대화, 어서 꺼지란 말이야."

그것으로 자유의 첫 번째 연애는 끝났다. 자유는 기다렸지만 홍규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았다. 자유는 도서관 대신 다시 태권도 도장에 나갔다. 학원을 옮기려고 하다가, 홍규가 먼저 학원을 옮겨 버렸다는 것을 알았다. 한 달 동안 거의 메신저 기계로만 사용퓨터는, 다시 게임기 노릇을 했다. 휴대폰의 문자 메시지 발송, 수신 건수는 50분의 1로 줄었다. 자유도 홍규에게 연락을 전혀 하지않았던 것이다.
자유는 홍규가 자주 생각났지만, 사무칠 정도는 아니었다.
자유는 홍규와 나누었던 수많은 얘기들을 빠른 속도로 잊어갔다.
그런데 이 대화 하나만은 쉽사리 잊히지가 않았다.
"나는 못 태어날 뻔했어.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엄마 이 네사람 중 단 한 사람이라도 첫사랑이 이루어졌다면 우습지 않아?"
"그러니까 다 거짓말이야, 사랑은 영원하다는 거."
"그래 다 거짓말이야. 첫사랑도 별거 아냐. 사랑 중에서도 가장순결하고 아름다운 사랑이 첫사랑이라고? 다 개소리 아니냔 말이야."
자유는 나중에 생각했다. 내가 사랑했던 홍규야! 개소리가 아니야. 우리 31일간의 사랑은 딱 한 달이 걸린 첫사랑은 순결하고 아름다웠잖아.
첫사랑에서, 너나 나나 사랑이 아니 그 사랑의 표현 형식인 연애가 얼마나 지루하고 힘든지 배웠어. 너와 내가 만나 하나 혹은

우리가 되는 게 아니라, 너도 없애버리고, 나도 없애 버리고, 그래서 마치 연애라는 괴물 배속에서 허우적대는 듯한 우울함에 시달렸어. 헛된 시간이 아니었을 거야. 너나 나나 다시 연애를 할 때는좀 더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나를 없애지 않으면서 적당히, 적당히.
하지만 그런 지극히 이성적인 사랑이 그러니까 계산적인 사랑이우리들의 처음 연애처럼 순결하고 아름다울 수 있을까? 처음 연애는 정말이지 처음 하는 연애이기 때문에, 아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에, 순결하고 아름다웠던 게 아닐까?
그러니까 처음 연애는 영원한 거야. 홍규야, 너랑 나랑 다시 사귀는 일은 없겠지만, 우리의 한 달간의 연애를 어떻게 잊을 수 있겠니? 안 그래, 내 사랑 홍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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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yourtree! So2023, 제주에서
Hong siya

‘나무 마음 나무, 북펀드 참여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강도, 강민정, 강수지, 강수희, 강숙희, 강정아, 고수, 공방정인, 그루,
금동혁, 김국희, 김나무정, 김미세, 김민수, 김민정, 김민채, 김보영,
김복숭아, 김유현, 김주은, 김주은, 김지영, 김지원, 김춘미,
김현숙 엘리사벳씨튼, 김현아, 김혜인, 꽃과늑대, 꿈꾸는 아리랑, 나나,
나무곁에서서, 나무야사랑해라시온 남기온, 낯가림, 노니, 단우강우,
돌돌꽃분, 동그래놀이터, 들불, 레나 이동은, 레이빌리지, 리봄맘,
메이우드, 묘유, 문보빈, 문성호, 문수진, 민토리숲, 바다생물성, 박계연,
박기나, 박길주, 박동수, 박보경, 박서영, 박서윤, 박서윤, 박서윤, 박서정박설희, 박성빈, 박성주, 박세은, 박지환, 박태근, 박혜영, 박혜성, 배재현,
백수영,백지연, 버찌책방지기, 변호정, 별총총, 보담글씨, 비로소,
빈주경, 쁘라가, 사려니나무, 산, 산하, 상냥한곰, 서와 서지민, 성명주,
성상희, 소중한하루, 소치밀코, 손동섭, 송정옥, 숲노래, 신숙희, 신여사,
신인지, 씨앗샘, 아연글씨, 아트제주, 안도유, 양비아, 양수정과 도비,
엄세연, 영리한바보, 예리, 오정미, 오홍록, 올댓 위기, 윈드스톤, 유리,
윤아영, 윤재설, 윤효진, 이강인, 이건임, 이경숙, 이로운, 이미림, 이새롬,
이새샘, 이숙영, 이아름, 이윤희, 이정미, 이정현, 이현서, 일삼공일,
일상기술연구소, 임비취, 임소리, 임은경, 임채울가족, 장석전, 장세이,
정미숙, 정시윤, 청운철, 정윤은, 정인선, 정현희, 제주서툰가족,
제주에사는하유니, 조명은, 조영륜, 주은영, 쥬스, 책나무, 철수, 최미애,
최선화, 최정순, 최하린, 친구 키미, 토끼루핑로켓, 코나니,
플레이스엉물, 한나작업실, 한쪽가게, 한초록, 허현석, 현일연,
현준성혜지연민규, 혜영지용, 혜인, 호다즈, 홍세진, 환이정 차은실,
aaron, heyleehj, MOJ, sue, TEAWOOD, U mommy 외 34명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되었다는 비자림로가 도로 확장을 이유로 파괴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5분 더 빨리 가겠다고 수많은 나무들을 잘라 버리는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 비자림로를 지키기위해 사람들과 노래를 부르고, 베어진 나무들 사이에서 춤을 추고, 싱잉볼 연주를 했다. 엄마, 아빠랑 함께 나온 어린 친구들과 손을 잡고 도로 위에서 행진하며 피켓 시위를 하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벌목 현장에서는 크고 작은 소동이넘쳐났다. 예민한 몸과 마음이 아팠다. 베어진 나무들에서는 비명 소리가 나는 듯했다. 그토록 좋아하던, 삼나무로 그득하던 아름다운 길이 갑자기 무고하게 희생된 생명들의 학살 현장처럼 느껴졌다. 새들의 평화로운 서식지였을 그곳이 한순간에 슬픔의 울음소리로가득 찬 것 같았다. 현장에서 그 광경을 계속 바라보는것이 무척이나 힘들었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세상이 낯설었다.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는 일도 어색하고 힘들었다. 수많은 날들을 다락방에서 혼자 그림을 그리거나 인형 놀이를 하며 보냈다. 타인과 리듬이 맞지 않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마음 한 구석의 허전함도 커졌다. 알 수 없는 외로움, 알 수 없는 결핍감. 집이 없는 난민인 것만 같은 느낌, 엄마와 아빠도 진짜 부모님이 아닌 것 같은 마음. 하지만 결국 가장 이상하고 어색한 존재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나.

부족한 나를 채워 준 것은 예술 그리고 자연이었던 것같다. 자연 속으로 들어가 그곳의 모든 살아 있는 존재들과 연결될 때 비로소 편안했다. 내 힘으로 돈을벌기 시작하면서부터 혼자 여러 숲을 여행했다. 힘들게 유럽 어딘가를 찾아가 가장 오래 했던 일은 숲속에서 멍하게 앉아 있기, 누군가의 눈에는 그저 멀뚱해 보였겠지만 내게는 비로소 ‘숨 쉬며 존재하는 시간‘이었다.

지구에서가장큰나무

지구에서 가장 큰 나무가 있다는 레드우드 숲을 가기위해 2012년 가을, 샌프란시스코로 떠났다. 나에겐 하고 싶은 단 하나를 위해 머나먼 땅으로 기어코 가고야마는 무모함이 있다.
사전 조사에서는 금분교를 건너가면 숲으로 가는틀버스가 다닌다고 했지만 그때는 비수기였던 탓인지 셔틀버스가 보이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까지 왔는데 허무하게 돌아갈 순 없다는 생각에 어렵사리 버시를 잡아왔다.
헤드우드 나무들이 자리한 뮤어 우즈 국립공원은 좁은 일차선 산길을 한참 달려야 닿을 수 있는 곳이었다.
바로 옆 낭버러지가 펼쳐진 길을 달리는 동안 몇 번이나 눈앞이 아찔해지곤 했다. 내가 지금 뭐 하는 건가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그렇지만 날 이곳으로 부른 장한 살림을 떠올리면 여기서 포기할 수 없었다.

결국 대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그곳에서 2천년 넘게 살았다는 나무들을 만나고야 말았다. 하늘지 닿을 것만 같은 나무들 사이를 한참 동안 걸었다.
‘이렇게 큰 나무들이 하늘과 땅을 이어 주며 지구를 지탱하고 있구나!‘ 나무들에게 큰 절을 올리고 싶었다.
셔틀버스가 다니지 않아 찾아온 사람이 없는 숲은 너무나 고요했다. 나홀로 온전히 광활한 숲에서 나무들 사이로 비치는 햇살을 온몸으로 느끼며 평화로움을 만끽했다. 지구상에 거주하는 생물 중 가장 커다란 존재들이 이 먼 곳에서 긴 세월을 건너, 나에게 무언가 이야기하기 위해 기다려 준 것만 같았다. 환희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난생 처음 왔음에도 더할 나위 없이 포근하고 익숙한장소, 마치 따뜻한 담요를 덮고 있는 듯한 기분, 욕망과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운 곳.
세상의 소리에서 벗어나 그렇게 오랫동안 숲을 누렸다. 지구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들이 나를 반기고 안아 주는 기분이란, 내가 누군가에게 정말로 큰 사랑을 받는 느낌이었다. 모든 창조물들이 나를 지지해주는 듯한 그 감각은 나의 언어로는 표현이 어렵다.
가늠하기 어려운 커다란 기쁨이 영문모르게 텅 비어있던 가슴을 가득 채워 주는 경험이었다. 그 순간, 이삶이 살 만한 것으로 다가왔다.

그날도 조금 특별한 꿈을 여행하고 있었다. 꿈속에서나는 비정기적으로 자주 마주하던 사람들과 손바닥으로 에너지를 느끼며 놀았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그생생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나도 모르게 집 안에 있는 화분들에 하나씩 손을 가져다 댔다. 전율! 그 단어가 실감났다. 난생처음 경험하는 엄청난 에너지었다.
더 재미난 건 식물마다 느낌이 달랐다는 것이다.
"더 큰 나무는 어떨까?‘ 나는 호기심을 가득 안고 비자림으로 향했다. 제주에서 인기가 높은 비자림은평소 사람들로 가득해 온전히 만나기 어려울 때가많다. 그래서 사람들을 피해 일부러 입장 마감 직전에 들어갔다.
천천히 숲속을 걸으며 한 그루 한 그루를 느껴 보았다. 화분 식물들처럼 각각의 나무에서 다른 느낌을 받았다. 어떤 나무는 손바닥을 대는 순간 시원했고, 어떤 나무는 찌릿찌릿 따가웠다. 당연하게도 작은 풀 한 포기부터 키 큰 나무까지 저마다 고유한 존재였다.

이런 경험 이후 자연스럽게 풀과 나무 들을 더욱 진하게 느끼게 되었다. 나무라는 존재가 내뱉는 숨이몸 안으로 훅 들어올 때면 나는 그 숨을 통해 나무와연결된다. 숲에서 길게 호흡하면 온몸이 이완되면서마치 다른 공간이나 세계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또 어떤 날은 숲에 있는 모든 나무와 연결되는 느낌을 받는다. 나와 너의 경계가 사라지는 황홀한 시간이다. 이렇게 다른 존재들을 깊이 바라보는 일은 내삶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다양한 생명체들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일. 태곳적부터 지속되어온 자연의 메시지를 조금씩 알아가려는 시도, 자연과 인간이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공동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태도. 숲을 파괴하는일이 결국 나와 우리를 파괴하는 일임을 아는 지혜.
나의 숨이 녹색 존재들과 이어질 때마다 조금씩 내안에 이런 무늬들이 새겨진다.

자연은 인간도 자신의 일부라는 걸여러 경로를 통해 알려 준다.
때로는 우리 인간들 스스로가서로에게 그 메시지를 전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살아 있는 모든 존재가 사랑하고 사랑받아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안고 태어나는커다란 숙제인 것만 같다.
그 숙제를 잘 풀라고 각자에게저마다의 도구가 주어진다고 믿는다.
살면서 나에게 새겨진 여러 마음들을그림과 노래와 글로 표현하고 싶은 걸 보면아무래도 나의 도구는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통로

자연의 메시지를 잘 표현하기 위해스스로 다짐하는 마음이 있다.
하늘과 땅의 변화 속에서주어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동시에 하늘과 땅사이에내가 있음을 잊지 않는 것.
나의 삶과 타인의 삶이 연결되어야온전한 우리가 될 수 있다고 믿는 것.
순간순간 까먹고 까불며 살지만,
마음속 울림을 따라가기 위해 매일 노력한다.
나는 아주 깊은 이야기를 전하는 통로이고 싶다.

들숨 날숨

제주에 살다 보면 섬 자체가 유기적 조화를 이룬하나의 거대한 생명체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동쪽 숲에서 비자림에서 내집 앞에서가만가만 들숨과 날숨을 느낀다.
그 숨을 통해 생명이 조화롭게 살아가는이 땅의 아름다움이 번진다.
내 작은 마음은 오락가락 무력감에 빠지기 일쑤지만제주의 자연은 거친 호흡을 차분히 가라앉혀 주고급하게 휘몰아치던 머릿속을 청량한울림으로 씻어 준다.
나도 제주가 되고 싶다.

나무를믿어요

어느 시절 내 꿈은 죽어서 나무가 되는 것이었다.
누군가 내게 종교가 있느냐,
신을 믿느냐 질문한 적이 있다.
나는 단박에 "나무를 믿어요"라고 대답했다.
사람들이 나무를 함부로 자르고상처 내는 일을 볼때마다 마음이 쓰렸다.
‘도대체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하는물음으로 괴로웠다.
오늘 한 그루의 나무를 그리다가문득 내가 숲속의 나무가 된 것만 같았다.
땅으로 뿌리를 깊게 내리고,
하늘로 가지를 곧게 펼친 나무.
새들이 노래하는 숲에서다른 풀, 나무들과 연결된 존재.

수백 번, 수천 번 가지가 잘려 나가도누군가를 미워하거나 탓하지 않고봄이 되면 어김없이 새순을 돋우는저 나무처럼 살고 싶다.
이 미친 세상에 모든 걸 아낌없이 내어 놓는저 나무를 온전히 껴안고 싶다.
나무 한 그루에 내 마음을 비추어내가 떠나온 곳을 그려 본다.

얼마 전 발매한 <우주 담요> 앨범 역시 사운드드로잉의 연장선상에 있다. 사람들이 외부로 향하는 안테나를 조금 내려놓고,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소리 그림을 앨범으로 만들고 싶었다. 소리가 그려 내는 그림에 스르르 마음을 열고서 허공에 펼쳐지는 공명의드로잉을 느낄 수 있길. 내가 부르는 노래가 누군가의 가슴에 고요한 그림으로 번지길 바랐다.
앨범 작업은 부암동에 있는 <제비꽃다방>에서 이루어졌다. 8년 전 나는 같은 자리에서 복합문화공간 <플랫274>를 운영했다. 카페이자 나의 작업실이었지만,
다른 예술가들에게도 힘이 되는 공간이길 바랐다. 어떤 날은 갤러리를 구하기 쉽지 않은 예술가들의 갤러리가 되었다가 때로는 인더 뮤지션들의 공연장이 되기도 했다.
공간은 4년 3개월을 끝으로 마무리 지었는데, 내게 몹시 특별했던 그곳을 뮤지션 성운 오빠가 인수하여 <제비꽃다방>으로 운영 중이다. 덕분에 문화공간으로 남아주길 바랐던 소원이 이루어졌다.
어느 날 성운 오빠에게 그동안 쌓아 놓은 노래에 대해이야기했더니 선뜻 프로듀싱을 도와 주겠다 나섰다.
전문 녹음실은 아니지만 우리의 시간과 애정이 담긴<제비꽃 다방>에서 앨범을 만들자고 했다.

평화의 노래

세상 평화를 원한다면
내가 먼저 평화가 되는 일
내가 사랑을 원한다면
내가 먼저 사랑을 주는 것
누가 먼저
내가 먼저
평화가 되고
사랑이 되어

세상 혁명을 원할 때
우리가 먼저 자유가 되는 일
내가 마음을 나눌 때
온 세상에 기쁨이 되는 일
꽃씨가 되고
바람이 되어
서로 손을 잡고
함께 맞는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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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형제 페터가 남창일지도 모른다는, 적어도 한때는 그런 일을 했을지도 모른다는생각이 요아힘을 괴롭힌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비록 그는 한 번도 입 밖에 내어 말한 적이 없고 애써 태연한 척하고 있지만 말이다. 그 생각은 잘못되었거나 심하게 과장됐을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요아힘은 페터의 집을 단 한 번 방문한 적이 있는데, 거기서 함께 살고 있던 페터의 남자친구에게서 이상한 말을 들은 것 같았다. 그러나 나는 그 남자친구가 질투심이나 이상하게 삐뚤어진 성격 때문에 요아힘에게거짓말을 했다고 믿는 편이다. 요아힘은 소심했다. 그의 수치심을 자극하는 일에 대해서는 더욱 그러했다. 그는 그것에 대해서 나와 대화하는 것을 절대 거부했기 때문에 그를 논리적으로 설득해서 위안을 주려고 했던 내 의도는 성공하지 못했다. 우리는 운이 좋았다. 그날 밤은 기온이 너무 내려가서노숙자를 위해 지하철 입구를 폐쇄하지 않은 날이기도 했다.
요아힘의 말대로 걸어갔다면 아주 끔찍했을 것이다. 정말 걸어갈 생각이었느냐고 나중에 물어보니, 그는 단지 입술이 얼어붙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아무 말이나 생각 없이 지껄인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에세이스트의 책상 63

황량한 사막과 저멀리에 먼지구름이 가득한 지평선뿐인 그런 장소. 그리고 지금 내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은 죽는 날까지 수백만 명 중의 하나인 이름 없는 죄수로서 지내야 할 더럽고 초라한 수용소 안으로 들어가는 것뿐. 
왜 그런 지독한 상황이 나에게 M과 M을 방문하던 시기를 생각나게 하는지 그 분명한 원인은 알지 못했다. 
그러나 이 구절을 읽었을 때, 그 순간 바로 나는 겨울공원 근처에 있던 M의 집 문앞에 서서 그 안의 어둠을 바라보고 있었다. 
절대적으로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을 만났을 때, 그것은 대개 죽음이라고 불리며, 그 장소는 방향을 분간할 수조차 없이 황량한 곳이며, 이름 없는 존재로 수용되는 것이며, 수백만 중의 결코 구별되지 않는 하나로 소멸하는 경우이며, 혹은 설사 아주 다른 이름으로 불리더라도 그 내용에 있어서는 최소한 죽음과 아주 닮은 어떤 것이 된다.
섣달그믐날의 파티와 새해의 신년 음악회가 끝난 후 요아힘은 슐레스비히홀슈타인으로 홀로 떠났다. 플렌스부르크에는 그가 용접일을 배울 때 알게 된 마이스터가 살고 있다고했다. 그는 연말휴가 동안에 해치워야 할 일을 가지고 있으므로 요아힘에게 자신의 작업장에서 짧은 일자리와 잠자리
에세이스트의 책상 91

M이 어느 날 가방을 들고 어디론가 먼 곳으로 떠난다고 했다면, 그리고 너를 사랑하고 언제나 생각하지만, 가능한 한 빠른 시간 안에 돌아오기를 간절히 원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한 것은 말할 수 없다고 했다면, 그 고통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것은 얼어붙은 가을날 창에 찔리는 아픔,
사랑을 의심하면서 동시에 그리워하고 확인하고 싶어하는 갈등, 홀로 남겨지는 두려움, 자유롭게 떠나는 자에 대한 질투,
사랑을 잃을지도 모르며 이제 너를 모르게 될 것이며 나는 너를 모른다고 말하게 될 것이며 우리는 태초에 그랬던 것처럼 마지막엔 서로에게 낯선 이방인으로 남게 될 것이며 이 모든것에 대해서 아무런 느낌을 갖지 않는 순간이 올 것임을 알게 되는 예감 때문에 숨이 멈출 것이다. 
어느 순간 M은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몸을 돌리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M은 더이상그것에 대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화를 내지도 않았고 제발 이라는 말을 하지도 않았다. 날짜를 계산하거나 슬퍼하거나 귀찮게 같은 질문을 퍼부어대거나 하지 않았다. 단지 조용하게, 너의 사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고 했을 뿐이었다. 다른 것은 전혀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그때 M은 진정으로,
진정으로 상처받았던 것이다.

순수한 육체적인 호기심 때문에, 더이상의 다른 의미는전혀 없이, 에리히와 잠자리를 같이한 적이 있다는 말을 했을 때, 그 목소리는 분명하게 들리지 않았다.
음악회가 끝난 후, 슈베르트 애호가는 우리에게 말했다.
"프란츠 슈베르트가 다른 예술가들의 삶과 객관적으로 비교해봐도 짧고 불행한 인생을 살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평생 동안 가난했으며 무명이었고 무엇보다도 키가 작고 뚱뚱했다. 남아 있는 그의 초상화를 보면 그가 단지미남이 아니라는 것뿐 아니라 어딘지 모르게 둔하고 우스꽝스럽게 보이기까지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피아노를 연주한 음악가답지 않게 손가락은 짧고 굵었으며 심한 근시인데다 과음 때문에 원래 뚱뚱했던 몸은 점점 더 볼품없어져갔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는 전혀 여자들의 마음을 끌지 못했다. 그가 성병 때문에 병원에 입원했었다는 기록도 있다. 가곡 <겨울 나그네>가 최초로 불렸을 때조차도 별 볼 일 없는것으로 평을 받았으나 그는 자신이 그 작품을 다른 어느 것보다도 사랑하고 있으며 언젠가는 그들도 좋아하게 될 거야.
하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평생 무시당하는 일에는 익숙해져있었고 단 한 명의 후원자도 갖지 못했고, 혹은 원하지도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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았다고 하며 죽고 난 뒤 남긴 것은 초라하고 낡은 옷가지와이불이 전부인 그런 인생을 가질 수 있었을 뿐이다. 그는 타고난 독학자였고 감성적이었으며 억제하는 낭만주의자였다.
기록에 의하면 우리는 단지 수줍고 뚱뚱하고 키가 작으며 근시인, 음악적인 걱정에 사무칠 때면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몰라 입 밖으로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는 사람처럼 떨면서 키득거리거나 시력이 나빠 자신 없게 움츠러들기나 하는 가난한 젊은이를 만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우리들 자체는 아무것도 아니며, 단지 우리가 추구하는 것만이 우리의 전부라고 하는 횔덜린의 말처럼, 우리가 들은 그의 음악은 그의 전부이며, 그것을 사랑하는 나의 전부이고 온 영혼으로 말하는쾌락이고 창세기와 묵시록, 이 세상의 시작과 종말이다."
슈베르트 애호가는 계속해서 우리들에게 말했다. 슈베르트의 음악을 진정으로 발견하게 된 팔 년 전 어느 날 이후 그는 사랑하는 것, 그 마음의 행위의 존재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으며 시간의 풍경 위에 그대로 허공에서 멈추어버린 노란비단 의상을 입은 니진스키가 별들이 되었으며 하늘에서 빛나는 그 별빛들을 처음으로 만났을 때 그 빛을 따라서 그 자신도 마침내 아무도 찾을 수 없는 머나먼 우주의 먼지 속으로 흘러가버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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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른 숨소리를 내며 잠든 M의얼굴에서 그 모든 생소한 메시지들을 읽었다. 그러자 그이전에 M의 얼굴에서 내가 읽었던 수많은 것들, 나에게 찾아가야 할 문장과 노래가 되어주었던, 보편문법과 야만인의 언어가 되어주었던 그 수많은 아름답고 숭고한 의미들이 아무런 항변이나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그다음에는 한 낯설고 척박하게 메마른 얼굴이 거기 누워 있을 뿐이었다. 나는수치심 때문에 어둠 속에서 창백하고 차갑게 질렸다. 숨을쉬고 있었으나 나는 시체와 다르지 않았다. 나는 매장되었고내 마음은 땅속에 묻혔다. 
그러나 수치심은 조금도 나아지지않았다. 정녕 내가 괴로웠던 것은 내가 수치를 느낀다는 바로 그 사실이었고, 수치를 느끼는 자신을 너무나 잘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바로 그 날카로운 수치로 인해서, 동시에 내가 수치를 느낄 수밖에 없는 그 사실을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마침내 수치의 늪 속에서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었고, 절대적으로 무의미했으며 존재하는 것은 단지 두 개의 거울 사이에서 무한으로 반사되는수치심, 그 영상의 반복일 뿐이었다. 나는 수치심을 유발하는 사건을 저질렀고, 그리고 그 사실 때문에 수치를 느끼며,
자신이 수치스러워함을 분명히 알게 되고, 자신이 느끼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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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길 수 없는 수치 때문에 더더욱 수치스러우며, 자신이 수치스러워한다는 그 사실이 견딜 수 없이 수치스러우며 마침내는 무감각 속에서, 오직 수치스럽기 때문에 수치스러운,
그런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뿐이었다. 나는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진정 역겹고 진정 용서할 수 없으며 정녕 천박한 것은 M도 아니고 에리히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인 것이다. 나는밤이 다 지나갈 때까지 떨고 있었다. 짧은 순간 떠오른 생각은 M이 반드시 돌아가려고 하는 나에게 화가 났기 때문에 거짓말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생각은 마지막으로 자존심을 지키고자 하는 내 의식이 만들어낸 그야말로 거짓말에 불과하다는 것을 나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M의 눈, 그것을 말할 때의 M의 눈, 단지 순수한 육체적인 호기심 때문에, 라고 말할 때의 M의 눈이 모든 것을 확인시켜주고 있었다. 단지 순수한 육체적인 호기심 때문에. 그렇게말하면서 M은 내가 상처받을 것을 미리 계산했을 것이 분명했다. M은 에리히가 페니스를 가진 남자이며, 보통의 여자들이 추구하는 보통의 쾌락을 제공한다는 그 사실을 강조해서말한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M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말 때문에 에리히에게 질투심을 느끼지는 않았다. M은 에리히를 사랑하지 않았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
에세이스트의 책상 161

다. M은 페니스로 인해서 연결되는 관계를 좋아하지 않았다.
M은 그것까지 나를 속일 수는 없었다. 단순한 자웅결합의 쾌락에 순응하기에 M은 너무나 독립적이고 너무나 중성적이고너무나 강하고 너무나 저항적이었다. 나는 그런 M 의 모든 것을 지금도 잘 기억한다. M에게 침실에서의 에리히는 속삭이는 바이브레이터와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렇게 믿었으며 그렇게 희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시한번 절망에 빠졌다. 나는 명분상으로는 M에게 도덕에 관한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그러나 단지 순수한 육체적인 호기심때문에 이성과 잠자리를 같이할 때 내가 수치심을 느꼈던가?
도덕적인 저항을 느꼈던가? 정신과 육체의 괴리에 대해서 질문을 던졌던가? 그렇지 않다. 조금도 그렇지 않았다. 나에게육체적인 관계란, 특히 쾌락을 가지고 오는 육체적인 관계란신성시될 이유가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성인이 되기 이전부더 그런 입장을 오랫동안 지켜왔다. 나는 육체적인 행위를 통해 더 가까워지거나 더 멀어지는 관계를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나는 M을 더이상 받아들일 수가 없는가?
그날 밤 M은 깊이 잠든 것처럼 보였고, 혹은 단지 그런 척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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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는 분별 있고 영리했다. 매력적인 외모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날 영화관에서 나와서서 먹는 커피 테이블에서 대화를 나누면서 나는 점차 내불쾌감이 수미라는 구체적인 대상을 향하게 됨을 알았다. 수미가 그 영화를 선택했기 때문도 아니고 수미의 어떤 말이나구체적인 행동이 나에게 불쾌했기 때문도 아니었다. 수미의말대로 그 영화는 수미에게도 무의미한 것이었다. 비록 수미가 최소한 극장 안에서는 그것을 즐겼다 할지라도 말이다.
그것 때문에 수미가 비난받는다면 부당한 일이리라. 수미는자신의 일상의 환경을 받아들이는 긍정적인 천성대로 행동했을 뿐이었다. 수미는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서 마음껏 영양을 섭취하면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물고기와 같았다. 냉정하게 관찰해보면, 수미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서 수미 자신에게서 나온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지식이건 스타일이건 수미는 환경에서 최대한 많은 것을 빨아들이며, 학교나 단체나집회에서 배운 것을 이해하고 실천하기도 했다. 겉으로 보기에 수미는 건강하고 확고하며 공명정대해 보였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수미는 어떤 의미로든 매스미디어의 각광을 받지 않거나 시각적인 쾌감을 주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둔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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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이었다. 아니 그런 것들에 대해서 친절했으나 냉담했다.
수미가 알거나 믿고 있는 것들은 엄밀하게 말하자면 각종 미디어에서 배운 것이라고 할있다. 수미가 사랑하는 것은비극적이고 이타적으로 보이는 종류의 화제 그 자체였다. 수미는 인간이 가장 비속하게 오감에 충실할 때 사랑하게 되는 것들을 스타일리시하게 사랑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단지그것을 위해서 지나치다 싶은 해석과 변명과 명분과 휴머니즘과 인과관계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식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욕구를 발산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수미는 혁명과 가장 멀리 떨어진 존재이면서도 그것의 이름으로 불리는것에 대해서 아무런 저항이나 죄의식을 갖지 않고 도리어 쾌감을 느끼는 21 세기의 잡동사니에 불과했다. 수미는 그런 식으로 그 안에서 마음껏 개방적이면서 동시에 기묘한 폐쇄성을 가지고 있는 하나의 세계로 명명될 수 있었다. 영상의 언더그라운드, 은둔을 중계하는 텔레비전, 대중친화적인 파괴자로 말이다. 수미는 마음에 드는 것과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을 명확히 구분해냈으며 마음에 드는 것들에게 명분과 이름을 부여했다. 수미 자신에게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표면적으로 수미는 비합리적인 폭력에 대항해서 싸웠으나 역시 그 중요한 동기는 불특정 다수인 수많은 타인의 마음에 드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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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마음을 빼앗는 존재가 되는 것, 혹은 그런 존재를 추중하는 것, 사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유형, 무형의 정서적인권력을 획득하는 것이었다. 수미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그개별적 대상이 아니라 추상적인 무리로 존재하는 캐릭터 상품과 같은 어떤 유형이었다. 그 모든 것이 내 마음 안에서 명확해지자 수미에 대한 감정이 빠른 속도로 식어갔다. 그날수미는 나에게 인과 이상의 어떤 것은 아니었다. 그것 때문에 나는 죄책감을 갖기도 했으나 역시, 그 이상은 아니었다.
수미는 어린양처럼 결백하고 순결하나 역시 인파 이상은 아니었다. 수미가 가지고 있는 온갖 매력적인 요소들, 사람을빨아들이고 긍정적으로 작용했던 요소들은 그대로 군중성의특징과 일치하게 되었다. 나는 더이상 군중을 견딜 수 없을것이고 그들을 수용하는 극장을 견디지 못할 것이고 그들의마음에 들려고 하는 영화를 견디지 못할 것이고 그 모든 것들을 역겨워하지 않고 도리어 즐길 수조차 있는 수미를 견딜수 없을 것이다. 수미는 유일한 존재가 아니었다. 수미는 거대 인파의 한 사람으로, 수천수만의 많은 수미가 있다. 그러므로 내가 불특정 명사로서의 수비를 견딜 수 없다면, 나는당신들 모두를 견딜 수 없다는 말과 같은 의미가 된다. 나는그런 내 생각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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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앞에서 나는 계속해서 쓴다. 페터 한트케의 말처럼,
‘단지 글을 쓰고 있을 때만이, 나는 비로소 내가 되며 진실로집에 있는 듯이 느낀다.‘ 그러므로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가는가. 그것은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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