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은 힘이 세다▶귀납 논증의 웃음 코드 1개연성의 힘, 반전의 힘
"육렁이의 형은 칠렁이고, 칠렁이의 형은 팔렁이고, 팔렁이의 형은 구렁이야. 그럼 구렁이의 형은?" "십렁이?" "틀렸어." "그림 뭔데?" "구렁삼!" <구전되어 내려오는 난센스 개그>논증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지난 장까지 공부했던 연역 논증과 이제부터 살펴볼 귀납 논증입니다. 연역 논증과 귀납 논증의 차이점은 전제가 결론을 뒷받침하거나 전제와 결론이 관계 맺는 방법입니다. 연역 논증에서는 전제 속에 이미 들어 있던 내용을 결론으로 주장하는 방식으로 전제가 결론을 필연적으로 뒷받
한 철학자들도 웃음의 불일치 이론‘을 통해서 꺾기‘가 매우 중요한 웃음의 원천이라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순수이성비판로 유명한 독일의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가 바로 ‘웃음의 불일치이론‘을 주장한 대표적인 철학자입니다. 칸트 철학을 비판적으로계승한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도 그의 저서 의지와 표상으로의 세계(1권 13장과 2권 8장)를 통해서 ‘불일치 이론‘을 더욱 집대성하였습니다.
철학자들의 웃음 이론들은 비록 쉽게 읽을 만한 저작들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현실 생활의 웃음과 동떨어진 ‘뜬구름 잡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었습니다. 인류가 낳은 최고의 코미디언이라고평가받는 찰리 채플린은 그의 자서전을 통해서 "평생 쇼펜하우어의 웃음 이론을 공부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쇼펜하우어 필생의 저작인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40년 넘게 읽어보려 애를 썼지만 끝까지 다 읽지 못했다고 아쉬워했습니다. 그러나 수많은 비평가들은 채플린의 주옥같은 영화들 속에서 쇼펜하우어의 웃음 이론이 번뜩인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소방수」라는 영화에서 소방차의 물탱크 밸브를 틀자 물이 아닌 ‘커피‘가 쏟아진 장면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 외에도 「개의 생활」, 「독재자」 등 무수한 채플린 영화들에는 쇼펜하우어를 의식한 웃음보
제 개그 코너에서는 압축되고 생략되어 있지만 이 역시 논증으로재구성할 수 있습니다.
전제1: (가만히 지켜보니) 대본대로 연기한다는 이유로 모든 날자 배우들이 여배우에게 도가 넘는 폭력을 당하고 있다. 전제2: 나도 대본대로 연기한다면 똑같이 그 여배우에게 폭력을당할 것이다. 전제3: 내가 고의적으로 대본을 바꾸어 연기한다. 결론: 그 여배우의 폭력을 피할 수 있다.
김준호의 판단을 재구성해 보니 연역 논증이긴 하지만, 타당하지 않은 연역 논증입니다. 누구나 이런 오류를 범하기 쉽습니다. "전제2: 나도 대본대로 연기한다면 똑같이 그 여배우에게 폭력을당할 것이다."와 같은 값의 문장은 "그 여배우에게 폭력을 당하지않으려면 내가 대본대로 연기하지 않으면 된다."입니다. "어떤 존재자가 인간이라면 그것은 동물이다."의 동치 () 명제는 "어떤존재자가 동물이 아니라면 그것은 인간이 아니다."입니다. 이와같은 조건 명제의 앞의 조건을 전전(前)이라고 하고 뒤의 문장을 후건(後)이라고 합니다.
어떤 존재자가 인간이 아니라고 해서 동물이 아닌 것은 아닙니다. 즉 전건을 부정한다면 후건이 필연적으로 부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원숭이나 사자의 경우는 인간이 아니면서도동물인 경우이니까요. 이와 같은 형식적 오류를 전건 부정의 오류‘라고 부릅니다. 김준호가 대본을 바꾼다고 해서 반드시 여배우에게 맞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여배우도 애드리브를 통해 이를 역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여배우도 만만치 않은애드리브 실력을 갖고 있던 바람에 김준호는 오히려 역공을 당하고 결국 여배우에게 따귀를 맞습니다. 이는 김준호의 논증에오류가 있었고, 이런 문제점을 여배우가 재치로 파고든 경우입니다.
다시 귀납 논증으로 되돌아가 봅시다. <버티고>를 귀납 논증으로 재구성해 보니 전제들로부터 개연적으로 예상된 결론이 반전에 의해서 거부되었고 이 과정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김준호의 이러한 용의주도함, 가증스러움, 비겁함은 관객들이 느낀개연성을 여지없이 무너뜨리며 큰 웃음을 줍니다. 게다가 반전은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김준호의 비겁한 전략을 간파한 여배우는 더 멋지고 더 날카로운 논리로 무장한 애드립으로 김준호를무참히 응징합니다. 이 지점에서 더 큰 웃음이 터집니다.
오해남: 노춘・・・・・・이요. 경찰: 노출? 이름부터 바바리맨이구먼!! 오해남 노출이 아니라, 노춘이라구요!! 경찰: 아, 됐고, 너 어디 살아? 오해남: 서울 개봉동요. 경찰: 개봉? 뭘 개봉하길래? 바바리코트를 개봉할 건가? 너 바바리맨이지? 오해남: 무슨 말씀이에요? 개봉동이 그 뜻이 아니잖아요!! 경찰: 아, 됐고, 너 고향은 어디야? 오해남: 충남 청양요. 경찰: 청양 고추로 유명한 그 청양? 이름은 노출, 사는 곳은 개봉, 고향은 고추로 유명한 청양. 이거 뭐 더 조사할 것도 없네. 니가 바로 바바리맨이야!!
경찰이 오해남을 조사하면서 오해남을 바바리맨이라고 결론내리는 과정이 바로 귀납 논증입니다. 이는 잘못된 귀납 논증의대표적 유형인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일단오해남은 외모만으로도 바바리맨으로 오해받을 정도입니다. 즉외모에서부터 이미 성범죄자로 각인된 경찰은 오해남을 조사하
이제부터는 다섯 장에 걸쳐서 ‘논증의 오류‘를 공부하겠습니다. 당연히 개그를 통해서 공부하게 됩니다. 그런데, 앞에서 개그를 통해 귀납논증과 연역 논증을 공부할 때 이미 논증의 오류까지 공부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곧 알게 되겠지만, 논증의 구조와 특징이 개그 속에서 웃음을 자아내는 과정에 오류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연역 논증에서 형식적 오류를 범할 때와 귀납 논증을 성급하게일반화하거나 잘못된 유추를 사용하면 오류가 일어납니다. 말 그대로 오류란 틀린 논증을 일컫습니다. 틀린 논증에는 연역 논증에서처럼 형식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과 귀납 논증처럼 형식과 무관한 것도 있습니다. 비형식적이라는 것은 내용적으로 문제 있거나 언어적으로 애매모호하다는것입니다. 내용적인 오류에는 귀납 논증과 관련된 것을 포함하여 논리와무관한 심리적인 오류, 인과 추론과 관련된 오류, 원칙 혼동의 부적합성과 관련된 오류 등이 있습니다. 간단히 분류하자면 오류는 보통 형식적오류와 비형식적 오류로 구분됩니다. 수많은 개그가 이러한 오류를 활용해서 재치 있는 유머를 만들어냅니다. 이제부터 오류 공부를 통해서 주옥같은 개그 코너에 담긴 오류들을분석해 보는 능력을 키워봅시다.
개그 철학 칼럼 6 이에는 이. 눈에는 눈
프로타고라스가 그의 제자 유에르투스에 대한 소송에서 주장하기를 "만약 유에르투스가 이 사건에서 승소하면 그는 법에 의하여 나에게 수업료를 지불해야 합니다. 만약 그가 이 사건에서 패소하면 약속에 의하여나에게 수업료를 지불해야 합니다. 그는 승소하든가 아니면 패소합니다. 그러므로 그는 어느 쪽이든 나에게 수업료를 지불해야 합니다." 이처럼 상대방을 진퇴양난에 빠트리는 논증을 딜레마(거짓 양도논법)의오류라고 한다. 프로타고라스는 약속한 수업료를 내지 않기 위해 일부러소송을 맡지 않는 제자 유에르투스가 얄미워 소송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제자 유에르투스는 이에 반론하기를, "내가 이 사건에서 승소하면 법에 의하여 나는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됩니다. 만약 내가 이 사건에서 패소하면 약속에 의하여 나는 돈을 지불하지않아도 됩니다. 나는 승소하든가 아니면 패소합니다. 그러므로 나는 어느쪽이든 수업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와 같은 반대 딜레마를 사용하면 앞에서 제시한 프로타고라스의 딜레마를 반박할 수 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이것이야말로 딜레마를 피하거나 논파하는 방식인 것이다. 하하하.......
그가 대답한다. "무슨 말씀이신지? 돈이 없을 땐 연어 요리를 먹을 수 없고, 돈이 있을 때는 연어 요리를 먹어선 안 되다니. 그렇다면 도대체 난언제 연어 요리를 먹어야 합니까?"
이 유머에서 남자가 친척에게 돈을 꿔달라고 최대한 불쌍하게자신의 처지를 설명할 때, 분명 고급 연어 요리보다는 훨씬 더 시급한 곳에 돈이 필요하다고 사정했을 것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 남자가 고급 연어 요리를 먹는장면을 본 친척이 그 남자를 비난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자그 남자는 적반하장식으로 친척의 비난을 전혀 다른 논점으로 바꾸어 버립니다. 마치 친척의 질타를 ‘돈이 있어도 당신은 연어요리를 먹어서는 안 돼‘라는 잘못된 명령인 것처럼 왜곡합니다. 본래 그친척은 궁핍한 처지를 빌미로 빌린 돈을 가지고 그렇게 사치스럽게 낭비하면 되느냐고 나무란 것입니다. 이와 같이 교묘한 언변으로 그 남자는 빌린 돈‘이라는 대상을 ‘연어 요리 먹기‘라는 대상으로 관심의 축을 옮긴 것입니다. 프로이트는 이 과정을 ‘자리바꿈이라고 불렀고, 허수아비 논증의 오류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비형식적 오류들이 이런 식으로 개그에 많이 활용됩니
다. 개그는 구성이 매우 압축되어 있고, 웃음 코드도 핵심을 찌르는 방식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논증의 오류를 공부하기에 매우 적합한 교재입니다. 개그를 통해 논증을 재구성하고 오류가 발생하는 지점을 파악하는 훈련을 한다면 비형식적 오류도 쉽게 공부할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오류공부의 한계도 알아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인신 공격의 오류가 있습니다. 이 오류는 누군가의 주장(결론)에대해서 그 주장과 아무 상관이 없는 그 사람의 사생활이나 처한상황 등을 이유로 주장의 정당성을 거부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정치인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는데, 그 정치인의 과거 이혼 경력을 이유로 상대방 후보가 그 정치인을 비방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인신 공격의 오류입니다. 국회의원으로서의자격과 이혼 경력은 전혀 관련이 없거나 혹은 있다 하더라도 아주 미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인신 공격의 오류라고 치부하기에는 난해한 상황도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그 정치인의 사생활이나 처한 상황에 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결부되어 있다면 그 문제를제기한다고 해서 인신 공격의 오류라고 부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왜냐하면 유권자들이 그 정치인의 문제점에 관해 정확히 알아야 하
불충분한 근거의 오류는 앞 장에서 공부한 ‘의도 확대의 오류‘ 나 허수아비 논증의 오류‘처럼 전제와 결론이 맺는 관계가 잘못된 유형의 오류입니다.
이때 ‘불충분한 근거‘라는 말은 ‘전혀 뒷받침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왠지 어느정도 뒷받침하는 것 같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더 정확한 의미입니다. 논술 교과서나 논리학 교과서에서 논증의 오류를 정의한 부분을 보면 겉으로는 좋은 논증처럼 보이지만 문제가 있는...... 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합니다. 논증의 오류가 어려운 이유는 이렇듯 겉으로는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불충분한 근거‘라는 표현도 같은 맥락에서 오류의 속성을 보여줍니다. 그 주장을 받아들일 만한 충분한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몇몇의심스러운 근거를 내세워 그 주장을 강요한다면 이는 잘못된 논증입니다. 불충분한 근거의 오류가 발생하는 조건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귀납 논증에서 표본의 문제입니다. 이는 귀납 논증의 구조적인 결함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과학자가동물원에서 호랑이 10마리를 관찰한 후에 귀납 논증을 이용하여 ‘모든 호랑이는 갈색과 검정색의 무늬를 가지고 있다‘라고 결
론을 내린다면 이것이 바로 불충분한 근거의 오류입니다. ‘표본의 규모가 터무니 없이 적습니다. 10마리라는 표본의 규모는 모든 호랑이의 색깔을 결정하기에는 불충분하기 때문입니다. 돌연변이 때문에 흰색 또는 검은색 호랑이도 존재합니다. 표본의 문제에 대한 조금 더 까다로운 예를 살펴볼까요? 많은 대학이 밀집한 지역구에 출마한 국회의원 후보가 그 지역의 경로당 5곳에서여론조사를 해보니 90%의 응답자가 자신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때 이 후보자가 경로당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자신의 당선 가능성을 주장한다면 이는 좋은 논증일까요? 분명 노인 유권자층에서 많은 표가 나올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즉, 당선가능성에 대한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지역에 많은 대학이 밀집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노인 유권자보다는 20~30대 유권자가 훨씬 많을 것입니다. 따라서 경로당 여론조사 결과만으로 당선 가능성을 주장한다면 그 주장에 대한 근거로서는 확실히 불충분합니다. 이를 ‘표본의 대표성‘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젊은 유권자보다 훨씬 적은 숫자의 노인 유권자의표본은 그 지역 유권자의 성향을 대표하지 못합니다. 반면에 젊은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다면 표본의 대표성 문제가 훨씬 적을 것입니다.
개그 철학 칼럼 ㅇ폭력 영화가 폭력 학생을 만든다는 주장의 오류는?
귀납 논증에 가설 추론도 포함된다. 가설추론이란 발생한 현상을 보고 그원인을 추론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것은 인과 추론이라고도 불린다. 이러한가설 추론과 관련된 오류에는 공통 원인 무시의 오류, 거짓 원인의 오류, 본말전도의 오류 등이 있다. 그중에서 폭력 영화가 폭력 학생을 만든다는 주장은공통 원인 무시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폭력 영화와 폭력 학생은 원인과 결과의 관계가 아니라 폭력 사회라는 공통원인으로부터 기인한 두 개의 결과일 수 있다. 그렇다면 폭력 사회가 공통원인인데도 불구하고 폭력 영화를 폭력 학생의 원인으로 제시하는 것은 공통의 원인을 무시하는 주장인 것이다. 이와 같이 공통 원인 무시의 오류는 언론이나 방송에서 대표적으로 범하는 오류 가운데 하나이다. 그렇다면 외설적이고 선정적인 게임과 만화가 학생들을 타락시킨다는 주장도 마찬가지의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음란한 사회라는 공통의 원인은제거되고 만화와 학생의 관계만 부각하는 데서 오류가 기인하는 것이다. 우리가 사회 문제를 바라볼 때 이처럼 사회 구조와 자본주의 시스템이라는 구조적인 시각을 갖지 못한 채 개별적인 사건들 사이의 인과관계만을 다루는태도는 이처럼 치명적인 오류를 낳게 된다. 이는 개인주의적 시각의 한계이다. 그래서 우리는 관계를 고민하고 전체적 시각을 강조하는 변증법적 논리학을 공부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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