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버지 김홍도 - 아버지와 아들이 길어 올린 결정적인 생의 순간들 낮은산 키큰나무 12
설흔 지음 / 낮은산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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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의 그림이 왜 특별한지 느끼게 한다.
아버지와 아들,
스승과 제자
그 관계에 대한 성찰을 권하는 서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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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은 힘이 세다▶귀납 논증의 웃음 코드 1개연성의 힘, 반전의 힘

"육렁이의 형은 칠렁이고, 칠렁이의 형은 팔렁이고, 팔렁이의 형은 구렁이야. 그럼 구렁이의 형은?" "십렁이?" "틀렸어." "그림 뭔데?" "구렁삼!"
<구전되어 내려오는 난센스 개그>논증에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지난 장까지 공부했던 연역 논증과 이제부터 살펴볼 귀납 논증입니다. 연역 논증과 귀납 논증의 차이점은 전제가 결론을 뒷받침하거나 전제와 결론이 관계 맺는 방법입니다. 연역 논증에서는 전제 속에 이미 들어 있던 내용을 결론으로 주장하는 방식으로 전제가 결론을 필연적으로 뒷받

한 철학자들도 웃음의 불일치 이론‘을 통해서 꺾기‘가 매우 중요한 웃음의 원천이라는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순수이성비판로 유명한 독일의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가 바로 ‘웃음의 불일치이론‘을 주장한 대표적인 철학자입니다. 칸트 철학을 비판적으로계승한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도 그의 저서 의지와 표상으로의 세계(1권 13장과 2권 8장)를 통해서 ‘불일치 이론‘을 더욱 집대성하였습니다.

철학자들의 웃음 이론들은 비록 쉽게 읽을 만한 저작들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현실 생활의 웃음과 동떨어진 ‘뜬구름 잡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었습니다. 인류가 낳은 최고의 코미디언이라고평가받는 찰리 채플린은 그의 자서전을 통해서 "평생 쇼펜하우어의 웃음 이론을 공부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쇼펜하우어 필생의 저작인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40년 넘게 읽어보려 애를 썼지만 끝까지 다 읽지 못했다고 아쉬워했습니다. 그러나 수많은 비평가들은 채플린의 주옥같은 영화들 속에서 쇼펜하우어의 웃음 이론이 번뜩인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소방수」라는 영화에서 소방차의 물탱크 밸브를 틀자 물이 아닌 ‘커피‘가 쏟아진 장면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 외에도 「개의 생활」, 「독재자」 등 무수한 채플린 영화들에는 쇼펜하우어를 의식한 웃음보

제 개그 코너에서는 압축되고 생략되어 있지만 이 역시 논증으로재구성할 수 있습니다.

전제1: (가만히 지켜보니) 대본대로 연기한다는 이유로 모든 날자 배우들이 여배우에게 도가 넘는 폭력을 당하고 있다.
전제2: 나도 대본대로 연기한다면 똑같이 그 여배우에게 폭력을당할 것이다.
전제3: 내가 고의적으로 대본을 바꾸어 연기한다.
결론: 그 여배우의 폭력을 피할 수 있다.

김준호의 판단을 재구성해 보니 연역 논증이긴 하지만, 타당하지 않은 연역 논증입니다. 누구나 이런 오류를 범하기 쉽습니다.
"전제2: 나도 대본대로 연기한다면 똑같이 그 여배우에게 폭력을당할 것이다."와 같은 값의 문장은 "그 여배우에게 폭력을 당하지않으려면 내가 대본대로 연기하지 않으면 된다."입니다. "어떤 존재자가 인간이라면 그것은 동물이다."의 동치 () 명제는 "어떤존재자가 동물이 아니라면 그것은 인간이 아니다."입니다. 이와같은 조건 명제의 앞의 조건을 전전(前)이라고 하고 뒤의 문장을 후건(後)이라고 합니다.

어떤 존재자가 인간이 아니라고 해서 동물이 아닌 것은 아닙니다. 즉 전건을 부정한다면 후건이 필연적으로 부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원숭이나 사자의 경우는 인간이 아니면서도동물인 경우이니까요. 이와 같은 형식적 오류를 전건 부정의 오류‘라고 부릅니다. 김준호가 대본을 바꾼다고 해서 반드시 여배우에게 맞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여배우도 애드리브를 통해 이를 역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여배우도 만만치 않은애드리브 실력을 갖고 있던 바람에 김준호는 오히려 역공을 당하고 결국 여배우에게 따귀를 맞습니다. 이는 김준호의 논증에오류가 있었고, 이런 문제점을 여배우가 재치로 파고든 경우입니다.

다시 귀납 논증으로 되돌아가 봅시다. <버티고>를 귀납 논증으로 재구성해 보니 전제들로부터 개연적으로 예상된 결론이 반전에 의해서 거부되었고 이 과정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습니다. 김준호의 이러한 용의주도함, 가증스러움, 비겁함은 관객들이 느낀개연성을 여지없이 무너뜨리며 큰 웃음을 줍니다. 게다가 반전은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김준호의 비겁한 전략을 간파한 여배우는 더 멋지고 더 날카로운 논리로 무장한 애드립으로 김준호를무참히 응징합니다. 이 지점에서 더 큰 웃음이 터집니다.

오해남: 노춘・・・・・・이요.
경찰: 노출? 이름부터 바바리맨이구먼!!
오해남 노출이 아니라, 노춘이라구요!!
경찰: 아, 됐고, 너 어디 살아?
오해남: 서울 개봉동요.
경찰: 개봉? 뭘 개봉하길래? 바바리코트를 개봉할 건가? 너 바바리맨이지?
오해남: 무슨 말씀이에요? 개봉동이 그 뜻이 아니잖아요!!
경찰: 아, 됐고, 너 고향은 어디야?
오해남: 충남 청양요.
경찰: 청양 고추로 유명한 그 청양? 이름은 노출, 사는 곳은 개봉, 고향은 고추로 유명한 청양. 이거 뭐 더 조사할 것도 없네.
니가 바로 바바리맨이야!!

경찰이 오해남을 조사하면서 오해남을 바바리맨이라고 결론내리는 과정이 바로 귀납 논증입니다. 이는 잘못된 귀납 논증의대표적 유형인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일단오해남은 외모만으로도 바바리맨으로 오해받을 정도입니다. 즉외모에서부터 이미 성범죄자로 각인된 경찰은 오해남을 조사하

이제부터는 다섯 장에 걸쳐서 ‘논증의 오류‘를 공부하겠습니다. 당연히 개그를 통해서 공부하게 됩니다. 그런데, 앞에서 개그를 통해 귀납논증과 연역 논증을 공부할 때 이미 논증의 오류까지 공부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곧 알게 되겠지만, 논증의 구조와 특징이 개그 속에서 웃음을 자아내는 과정에 오류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연역 논증에서 형식적 오류를 범할 때와 귀납 논증을 성급하게일반화하거나 잘못된 유추를 사용하면 오류가 일어납니다. 말 그대로 오류란 틀린 논증을 일컫습니다. 틀린 논증에는 연역 논증에서처럼 형식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과 귀납 논증처럼 형식과 무관한 것도 있습니다. 비형식적이라는 것은 내용적으로 문제 있거나 언어적으로 애매모호하다는것입니다. 내용적인 오류에는 귀납 논증과 관련된 것을 포함하여 논리와무관한 심리적인 오류, 인과 추론과 관련된 오류, 원칙 혼동의 부적합성과 관련된 오류 등이 있습니다. 간단히 분류하자면 오류는 보통 형식적오류와 비형식적 오류로 구분됩니다.
수많은 개그가 이러한 오류를 활용해서 재치 있는 유머를 만들어냅니다. 이제부터 오류 공부를 통해서 주옥같은 개그 코너에 담긴 오류들을분석해 보는 능력을 키워봅시다.

개그 철학 칼럼 6
이에는 이.
눈에는 눈

프로타고라스가 그의 제자 유에르투스에 대한 소송에서 주장하기를
"만약 유에르투스가 이 사건에서 승소하면 그는 법에 의하여 나에게 수업료를 지불해야 합니다. 만약 그가 이 사건에서 패소하면 약속에 의하여나에게 수업료를 지불해야 합니다. 그는 승소하든가 아니면 패소합니다.
그러므로 그는 어느 쪽이든 나에게 수업료를 지불해야 합니다."
이처럼 상대방을 진퇴양난에 빠트리는 논증을 딜레마(거짓 양도논법)의오류라고 한다. 프로타고라스는 약속한 수업료를 내지 않기 위해 일부러소송을 맡지 않는 제자 유에르투스가 얄미워 소송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제자 유에르투스는 이에 반론하기를,
"내가 이 사건에서 승소하면 법에 의하여 나는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됩니다. 만약 내가 이 사건에서 패소하면 약속에 의하여 나는 돈을 지불하지않아도 됩니다. 나는 승소하든가 아니면 패소합니다. 그러므로 나는 어느쪽이든 수업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와 같은 반대 딜레마를 사용하면 앞에서 제시한 프로타고라스의 딜레마를 반박할 수 있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이것이야말로 딜레마를 피하거나 논파하는 방식인 것이다. 하하하.......

그가 대답한다.
"무슨 말씀이신지? 돈이 없을 땐 연어 요리를 먹을 수 없고, 돈이 있을 때는 연어 요리를 먹어선 안 되다니. 그렇다면 도대체 난언제 연어 요리를 먹어야 합니까?"

이 유머에서 남자가 친척에게 돈을 꿔달라고 최대한 불쌍하게자신의 처지를 설명할 때, 분명 고급 연어 요리보다는 훨씬 더 시급한 곳에 돈이 필요하다고 사정했을 것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 남자가 고급 연어 요리를 먹는장면을 본 친척이 그 남자를 비난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자그 남자는 적반하장식으로 친척의 비난을 전혀 다른 논점으로 바꾸어 버립니다. 마치 친척의 질타를 ‘돈이 있어도 당신은 연어요리를 먹어서는 안 돼‘라는 잘못된 명령인 것처럼 왜곡합니다. 본래 그친척은 궁핍한 처지를 빌미로 빌린 돈을 가지고 그렇게 사치스럽게 낭비하면 되느냐고 나무란 것입니다. 이와 같이 교묘한 언변으로 그 남자는 빌린 돈‘이라는 대상을 ‘연어 요리 먹기‘라는 대상으로 관심의 축을 옮긴 것입니다. 프로이트는 이 과정을 ‘자리바꿈이라고 불렀고, 허수아비 논증의 오류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비형식적 오류들이 이런 식으로 개그에 많이 활용됩니

다. 개그는 구성이 매우 압축되어 있고, 웃음 코드도 핵심을 찌르는 방식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논증의 오류를 공부하기에 매우 적합한 교재입니다. 개그를 통해 논증을 재구성하고 오류가 발생하는 지점을 파악하는 훈련을 한다면 비형식적 오류도 쉽게 공부할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오류공부의 한계도 알아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인신 공격의 오류가 있습니다. 이 오류는 누군가의 주장(결론)에대해서 그 주장과 아무 상관이 없는 그 사람의 사생활이나 처한상황 등을 이유로 주장의 정당성을 거부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정치인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는데, 그 정치인의 과거 이혼 경력을 이유로 상대방 후보가 그 정치인을 비방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인신 공격의 오류입니다. 국회의원으로서의자격과 이혼 경력은 전혀 관련이 없거나 혹은 있다 하더라도 아주 미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인신 공격의 오류라고 치부하기에는 난해한 상황도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한 그 정치인의 사생활이나 처한 상황에 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결부되어 있다면 그 문제를제기한다고 해서 인신 공격의 오류라고 부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왜냐하면 유권자들이 그 정치인의 문제점에 관해 정확히 알아야 하

불충분한 근거의 오류는 앞 장에서 공부한 ‘의도 확대의 오류‘
나 허수아비 논증의 오류‘처럼 전제와 결론이 맺는 관계가 잘못된 유형의 오류입니다. 

이때 ‘불충분한 근거‘라는 말은 ‘전혀 뒷받침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왠지 어느정도 뒷받침하는 것 같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더 정확한 의미입니다.
논술 교과서나 논리학 교과서에서 논증의 오류를 정의한 부분을 보면 겉으로는 좋은 논증처럼 보이지만 문제가 있는...... 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합니다. 논증의 오류가 어려운 이유는 이렇듯 겉으로는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불충분한 근거‘라는 표현도 같은 맥락에서 오류의 속성을 보여줍니다.
그 주장을 받아들일 만한 충분한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몇몇의심스러운 근거를 내세워 그 주장을 강요한다면 이는 잘못된 논증입니다.
불충분한 근거의 오류가 발생하는 조건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귀납 논증에서 표본의 문제입니다. 이는 귀납 논증의 구조적인 결함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과학자가동물원에서 호랑이 10마리를 관찰한 후에 귀납 논증을 이용하여 ‘모든 호랑이는 갈색과 검정색의 무늬를 가지고 있다‘라고 결

론을 내린다면 이것이 바로 불충분한 근거의 오류입니다. ‘표본의 규모가 터무니 없이 적습니다. 10마리라는 표본의 규모는 모든 호랑이의 색깔을 결정하기에는 불충분하기 때문입니다. 돌연변이 때문에 흰색 또는 검은색 호랑이도 존재합니다. 표본의 문제에 대한 조금 더 까다로운 예를 살펴볼까요? 많은 대학이 밀집한 지역구에 출마한 국회의원 후보가 그 지역의 경로당 5곳에서여론조사를 해보니 90%의 응답자가 자신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때 이 후보자가 경로당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자신의 당선 가능성을 주장한다면 이는 좋은 논증일까요? 분명 노인 유권자층에서 많은 표가 나올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즉, 당선가능성에 대한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지역에 많은 대학이 밀집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노인 유권자보다는 20~30대 유권자가 훨씬 많을 것입니다. 따라서 경로당 여론조사 결과만으로 당선 가능성을 주장한다면 그 주장에 대한 근거로서는 확실히 불충분합니다. 이를 ‘표본의 대표성‘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젊은 유권자보다 훨씬 적은 숫자의 노인 유권자의표본은 그 지역 유권자의 성향을 대표하지 못합니다. 반면에 젊은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다면 표본의 대표성 문제가 훨씬 적을 것입니다.

개그 철학 칼럼 ㅇ폭력 영화가 폭력 학생을 만든다는 주장의 오류는?

귀납 논증에 가설 추론도 포함된다. 가설추론이란 발생한 현상을 보고 그원인을 추론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것은 인과 추론이라고도 불린다. 이러한가설 추론과 관련된 오류에는 공통 원인 무시의 오류, 거짓 원인의 오류, 본말전도의 오류 등이 있다. 그중에서 폭력 영화가 폭력 학생을 만든다는 주장은공통 원인 무시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폭력 영화와 폭력 학생은 원인과 결과의 관계가 아니라 폭력 사회라는 공통원인으로부터 기인한 두 개의 결과일 수 있다. 그렇다면 폭력 사회가 공통원인인데도 불구하고 폭력 영화를 폭력 학생의 원인으로 제시하는 것은 공통의 원인을 무시하는 주장인 것이다. 이와 같이 공통 원인 무시의 오류는 언론이나 방송에서 대표적으로 범하는 오류 가운데 하나이다.
그렇다면 외설적이고 선정적인 게임과 만화가 학생들을 타락시킨다는 주장도 마찬가지의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음란한 사회라는 공통의 원인은제거되고 만화와 학생의 관계만 부각하는 데서 오류가 기인하는 것이다. 우리가 사회 문제를 바라볼 때 이처럼 사회 구조와 자본주의 시스템이라는 구조적인 시각을 갖지 못한 채 개별적인 사건들 사이의 인과관계만을 다루는태도는 이처럼 치명적인 오류를 낳게 된다. 이는 개인주의적 시각의 한계이다. 그래서 우리는 관계를 고민하고 전체적 시각을 강조하는 변증법적 논리학을 공부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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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으냐?"

인간 김홍도,
열세 살 아들의 천진하면서도 가감 없는 시선으로 다시 태어나다!

"그림은 붓으로 그리는아니다. 네 마음을 쪼개 그 조각으로 그리는 것이다. 너만이 듣고 볼 수 있는 것을 그리는 것이다. 그것이 쉽겠느냐? 그래서 사람이 일평생 그릴 수 있는 그림에는 한도가 있는 것이다. 네가 원한다면 내 그림을 얼마든 흉내 내팔아도 좋다. 하지만 그런 그림을 그리는 너는 화가는 아니다. 내 말, 알겠느냐?"
"네.
"연록아, 내 다시 묻겠다. 정말로 그림을 그리고 싶으냐?"
나는 아버지의 질문에 답하지 못합니다. 네, 라고도 못 하고 아니요, 라고도 못 합니다. 그저 바닥에 머리 붙이고 눈물만 쏟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나를 잊어라. 내 그림을 잊어라."
-본문에서

김홍도에겐 아들이 하나 있었습니다. 40대 후반에 얻은 아들, 김양기가 있었습니다.
늦게 얻은 아들인 까닭에 김홍도가 세상을 떠났을 때 김양기의 나이는 열넷 내지 열다섯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김양기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요? 소년은 어떻게 어른이 되었을까요? 내가 궁금한 건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이 글의 주인공은 김홍도가 아니라 김양기입니다. 조선 최고의 화가 김홍도가 아니라 무명에 가까운 그의 아들 김양기가 바로 이 글의 주인공입니다.
「작가의 말」에서

"선왕께서는 달을 무척 좋아하셨나 봅니다."
아버지가 눈을 크게 뜨고 나를 쳐다봅니다. 아버지는 허허 소리내어 웃습니다.
"그렇다. 네 말대로 선왕께서는 달을 무척 좋아하셨다. 스스로를 달이라고 생각하셨다. 어두운 세상을 비추는 달, 온 천지를 비추는 말이라고 스스로를 생각하셨다. 그래서 선왕은 만천명월주인옹(萬川明月人)이라는 호를 스스로 지으셨지."
만천명월주인옹, 듣기만 해도 마음이 저절로 포근해지는 이름입니다. 
세상 모든 물을 비추는 하늘의 밝은 달, 그리고 그 주인인 할아버지! 너그러운 시선으로 온 세상을 굽어살피는 인정 많고 세심한 할아버지! 나중에 나는 정조 임금님이 오십도 되지 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정조 임금님의 성격이 포근하기는커녕 엄하고 까다로웠다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그런 이야기를 다 들은 후에도「월만수만도」를 통해 얻은 정조 임금님에 대한 내 첫인상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정조 임금님은 그림 한 점으로 나에겐 언제나 포근하고따뜻한 할아버지가 되었습니다.

"지금 세상에도 달은 있으나 그 달은 이전의 달이 아니다. 한때 달은포근했으나 지금은 냉랭하다. 포근하지 않고 냉랭하기만 한 달은 더는달이 아니다."
내게 하는 말일까요? 아버지의 얼굴을 봅니다. 아버지의 얼굴은 나를 보고 있지 않습니다. 아버지가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 나 또한 아버지가 한 말을 생각합니다.

아버지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나를 혼내는 대신사람들이 아버지를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말했습니다. 그 말이, 회초리보다 더 아프게 내 종아리를 때립니다. 하지만 나는 눈물을 흘리지 않고 속으로만 웁니다. 
아버지가 나에 대한 화를 아끼듯 나 또한 눈물을아껴야만 합니다. 나는 눈물을 아끼며, 속으로만 울려 애쓰며 아버지가 하는 말을 하나 놓치지 않고 들었습니다. 
그랬기에 나는 나중에 내친구에게 아버지의 자부심이었던 그림과 인품을 함께 말하게 되고,
내 친구는 내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은 후 다음과 같은 글로 정리하게됩니다.


원나라 때는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이 많이 나타났다. 그중에서 가장두드러진 이는 예찬이다. 그의 인품이 높았던 까닭이다. 단원이 김득신최북, 이인문 사이에서 홀로 독보적인 까닭은 무엇인가? 인품이 높아야필법도 높기 때문이다.


아버지가 나를 보며 아버지로선 드물게 목소리를 높입니다.
"네가 한 짓이 곧 내가 한 짓이다. 그게 나라는 사람이다."

표암 선생에게 한결같았고 표암 선생 또한 아버지에게 한결같았습니다. 
아버지 말대로 표암 선생은 아버지의 선생이 아니라 ‘친구‘였고 실제로도 아버지를 제자가 아닌 친구로 대했습니다. 표암 선생이 「단원기」에 ‘군과 나는 나이와 지위를 잊은 친구라고 해도 좋을 것‘이라고쓴 걸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나는 나중에 아버지와 표암 선생이 함께등장하는 희귀한 그림을 보게 됩니다. 스물도 안 된 아버지와 오십이 넘은 표암 선생이 선생의 친구이자 일세를 풍미한 문인이자 화가들인허필, 심사정, 최북과 함께 등장하는 그림을 보게 됩니다. 
당대 최고의 화가와 문인들의 모임에 아직 스물도 안 된 아버지가 함께 있었다는 것이 뜻하는 바가 뭘까요? 그건 바로 표암 선생의 마음입니다. 아버지를 향한 표암 선생의 우정 어린 배려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입니다. 
그 그림을 통해 나는 표암 선생이 말로만 아버지를 아끼고 친구로여긴 게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게 됩니다.
"너는 어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으냐?"
표암 선생과의 추억을 말하던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질문을 던집니다. 아버지의 질문을 듣는 순간 나는 아버지가 내게 그림을 가르쳐 주지 않은 이유를 문득 깨닫습니다. 

지금껏 내겐 오직 하나의 생각밖에없었습니다. 어서 빨리 화원이 되고 싶다는 그 하나의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이제야 나는 지난봄 아버지가 스쳐 가듯 한 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합니다. 자신만을 위한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그말!

화원이 되고 싶다는 것, 그것은 무슨 뜻입니까? 남을 위한 그림만그리겠다는 뜻입니다.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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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이름이 떠오르죠. TV 광고도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재벌 대기업치고 아파트 장시를 안 하는 데가 없어요. 삼성 래미안, 현대 힐스테이트, LG 자이, 롯데 캐슬....... 이 밖에도 SK, 포스코 등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아파트 건설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그 이유는, 당연히 돈을 굉장히 많이 벌기때문입니다. 이들이 아파트를 짓고 분양가를 올리면서 전체적인 집값이 뛰기 시작합니다. 집값을 올린 건 이러한 ‘건설 재벌‘ 뿐만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비싼 아파트를 사려면 돈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월급 갖고는 부족할 수밖에 없죠. 그래서 은행이 돈을 대줍니다. 부동산담보 대출이 바로 그것이지요. 최근 우리나라 부동산 담보 대출 총액이 위험 수위에 달할 정도로 높아졌다는 이야기 많이 들으셨을 겁니다. 사람들이 비싼 집을 사기 위해 빚을 내는 동안 은행은 이자로 돈을 법니다. 건설 재벌과 은행, 이들이야말로 부동산 가격 폭등, 하우스푸어의 등장이라는 막장 드라마의 주연입니다. 여러분, 을사오적아시죠? 나라를 팔아먹어 국민을 고통에 빠뜨린 구한말 벼슬아치들입니다. 거기에 빗댈 정도로 비판받아 마땅한 주역들인 것입니다.
이 사람들이 돈을 버는 방식은 이렇습니다 아파트를 짓지도 않았는데 팔아먹는 거예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허용하는방식입니다. 조그만 건설 회사는 이렇게 지을 수가 없어요. 오직 재빌 건설사들만 누릴 수 있는 특혜입니다. 사람들은 이미 지은 아파트가 아니라 앞으로 지어진 아파트를 미리 돈을 내고 사는 거예요. 이른바 선분양이라고 하는 겁니다. 만들지도 않은 물건을 파는 이런 독

특한 제도는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이 시작한 것입니다. 재벌들에게엄청난 이익을 보장해 준 것이죠. 재벌 건설사들은 짓기도 전에 가격을 높여 부르고, 사람들이 몰려들어 그 아파트를 사면 가격은 계속오르고... 이것이 지난 40년 동안 한국에서, 주로 수도권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소위 ‘한국형 아파트 분양 제도로 재벌들이 많은 돈을벌었죠. 그랬는데 최근에 그 양상이 달라집니다. 이제는 아파트가 넘쳐 나서 잘 안 팔려요. 어디 어디에서 미분양이 속출했다는 뉴스 많이 나오죠. 그러자 재벌 건설사와 은행들은 새로운 쪽으로 고개를 돌립니다. 바로 ‘뉴타운‘과 ‘재개발‘ 이에요.
역사적으로 볼 때 서울은 1970년대부터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저기서 개발 붐이 일었죠. 예전엔 서울이 지금보다 훨씬 작았는데인접 지역이 개발되면서 계속 확장된 것입니다. 그때 지은 집들이 40여 년이 지난 지금 남아 버렸어요. 동네도 비좁고, 살기 편하게 새로고쳐야 할 필요성이 생겼어요. 그래서 재개발을 해야 하는데, 여기에또다시 ‘건설 재벌‘이 끼어듭니다. 가난한 사람들을 내쫓고, 거기에고급 아파트를 지으면 집주인이나 건설사는 많은 돈을 벌지만 싼 집을 갖고 있거나 땅이 많지 않은 사람, 세를 사는 사람들은 피해를 봅니다. 그런데도 어떻게든 수익을 많이 내려고 무리를 하다가 용산 참사 같은 사건이 생기는 겁니다. 이런 일들이 뉴타운 재개발 과정에서자주 벌어졌습니다.
재개발의 부작용은 그뿐만이 아닙니다. 사회·문화적으로도 많은문제를 발생시켜요. 나라별로 집을 한번 지으면 얼마나 쓰느냐 하는

통계가 있어요. 우리나라는 그 기간이 굉장히 짧습니다. 내구연한이다할 때까지 다 쓰지 않고, 허물고 새로 짓는 것이죠. 재개발을 너무자주 해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이렇게 되면, 어떤 부작용이 있을까요. 먼저 환경이 파괴됩니다. 집 짓는 데 쓰이는 재료가 주로 콘크리트 같은 유해 물질이잖아요. 이런 걸 그대로 내다 버리면 자연을 오염시키게 되겠죠. 게다가 새로 집을 지으려면 또다시 콘크리트를 쏟아부어야 합니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한번 건물을 지으면 고쳐서 오랫동안 쓰도록유도하는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실제로 유럽 같은 데 가면 백 년 이상된 건물들이 즐비하지 않습니까? 꼭 문화재로 지정된 건물이 아니더라도 일반인들이 사는 집. 심지어 상업용 건물인 호텔도 지은 지100년이 넘은 게 많습니다. 그들은 오히려 오래된 건물에서 자부심을느낀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밀쩡한 건물도 부수고 다시 짓는 일을 반복하는 거예요. 환경에도 좋지 않고, 집값도 올리는 이런 불합리한 일들을 어떻게든 개선해야 합니다. 지금 그로 말미암은 어리움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잖아요. 이긴 어른들만 겪는 문제가 아닙니다.
앞으로 여러분이 부딪혀야 할 문제이기도 해요.

오래 삽니다. 얼핏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지요? 자료를 보면 독일에서는 셋방 사는 가구의 4분의 1이 한집에서 평균 20년 이상을 삽니다. 우리나라처럼 이사를 자주 안 다니는 거죠.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그건 바로 독일 정부의 세입자 보호 정책 때문입니다. 2차대전 이후 독일에는 셋방 사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제도가 정착됩니다. 일단, 집주인이 마음대로 월세를 올릴 수가 없어요. 조건이 아주까다롭습니다. 정부가 정한 기준에 따라서 올려야 하죠. 게다가 월세를 올려야만 하는 이유를 셋방 사는 사람에게 서류로 제시해야 해요.
예를 들어서 사는 집이 종로구에 있다고 합시다. 집세를 올려 받으려면 집주인은 그동안 종로구의 월세가 얼마만큼 올랐다는 근거 자료를 제시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근거 자료를 어떻게 만드느냐 하면, 셋방 사는 사람들의 대표, 세를 놓는 사람들의 대표, 종로구청장,
이 삼자가 모여서 최근 2년간의 월세 변동에 대한 자료를 만듭니다.
그래서 예컨대 이 방은 원룸이다. 이 집은 지은 지 몇 년 되었다. 여기는 수세식 화장실이 있다, 이런 내용을 고려해서 표준 월세를 정합니다. 조건에 따라 기준을 정하는 거죠. 집이 좀 낡았다, 샤워 시설이 안돼 있다. 이러면 월세를 낮추고 시설이 좋다. 그러면 더 많은 월세를받는 거죠. 이렇게 정해진 표준 월세를 근거로 해서 세입자에게 요구하는 겁니다. "이 기준에 비춰 볼 때 우리 월세는 너무 싸다. 그러니 3만 원을 올려다오." 이렇게 말이죠. 그러지 않고 자기 맘대로 올려 달라고 하면 불법입니다. 제도가 그래서 이를 어기고 집주인 마음대로올렸다가는 손해 배상을 해 줘야 합니다.

국유화시켰습니다. 개인 땅을 정부 걸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싼값에정부가 사들인 다음에 거기에 정부가 집을 지었습니다. 아파트를 지어서 국민한테 반값에 팔았습니다. 어떻게 반값이 가능하냐? 일단,
일반 건설 회사처럼 이윤을 남기지 않고 팔았기에 가격 자체가 싸기도 했지만, 땅은 안 팔고 건물만 팔았기에 그렇습니다. 보통 집값의반 이상이 땅값이거든요. 건물만 파는 대신 땅은 99년간 빌려 줍니다. 그동안 마음대로 써라. 대신 월세를 내라는 겁니다. 그런데 이 월세라는 게 아주 싸게 책정되는 거죠. 이윤을 안 남기고 건물만 파니반값이 된 겁니다. 덕분에 많은 사람이 자기 집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만약에 그 가격에도 집을 살 수 없다면 국가에서 싼 이자로 빌려줍니다.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그렇게 한 거죠. 당시 정부에 돈이 많았습니다. 모든 직장인에게 월급의 3분의 1을 강제로 저축하게 했거든요. 예컨대 한 달에 100만 원 버는 사람은 33만 원을, 1,000만 원버는 사람은 333만 원을 무조건 저축해야 하는 거예요. 독재니까 가능한 얘기겠죠. 그렇게 강제 저축을 시켜서 그 돈을 정부가 수십 년동안 관리했습니다. 그래서 개인 땅을 사들이고 집을 지을 만큼 재정이 튼튼했던 거죠. 그리곤 국민에게 정부가 지은 집을 사라고 권유했습니다. 덕분에 지금처럼 국민 대부분이 자기 집을 갖게 된 겁니다.
물론 요즘처럼 민주화된 상황에서는 그대로 따라 하기 어려운 방식이겠습니다만, 국민이 싸게 자기 집을 마련할 방법을 찾아보는 데참고할 만합니다. 주택 공급을 일반 건설 회사에 맡길 게 아니라 정

더불어 사는 길-부동산 민주주의

그럼 마지막으로 우리가 집 문제,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몇 가지 말씀을 드리고 강의를 마치겠습니다.
제가 제일 강조하고 싶은 건 집 가지고 장난 못 치게 하자는 겁니다. 주거권은 누구나 누려야 할 인권입니다. 그러니 집과 땅으로 돈벌이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굳이 장사를 하려면 다른데가서 하라고 해야 한다는 겁니다. 앞으로 부동산 대책을 세울 때가져야 할 원칙이에요. 선진국들은 대체로 이 원칙을 헌법이나 법률에 담고 있습니다. 당연히 국가 정책도 여기에 따라 이루어지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부동산 투기가 심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자본주의라고 하더라도 제한할 것은 해야 합니다. 집과 땅은 공기나 물과 같아서 모두가 고르게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방향으로 부동산정책을 세워야 해요.
그리고 동네나 집으로 계급을 나누는 풍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겁니다. 초등학생들도 너희 집은 몇 평이냐, 어느 아파트에 사느냐, 하면서 친구를 차별하는 게 우리 현실입니다. 문제가 심각해요. 모두가어른들 책임입니다. 이런 걸 극복하려면 제도도 개선해야 하고 사람

들 생각도 바뀌어야 합니다. 물론 그동안 쌓여 온 생각들이 저절로바뀌진 않겠죠. 지금도 투자 개념으로 집을 사고 땅을 사잖아요. 이건 우리나라 국민성이 원래 그래서가 아니에요. 실제로 부동산에 투자하면 큰돈을 벌잖아요. 물론 지금은 그런 부동산 불패 신화가 많이약해졌습니다만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위력을 발휘합니다. 그래서투기나 불로소득을 막는 정책이 필요해요. 제도적으로 이걸 막으면부동산으로 돈벌이를 하고자 하는 생각은 저절로 없어진다고 봅니다.
정부가 이런 일을 제대로 해야 해요. 그동안 정부의 정책은 거꾸로였어요. 문제가 점점 악화돼 온 겁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집없는 사람들, 세 사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이에요. 그러려면 집주인과세 사는 사람이 대등한 위치에서 월세나 전세 거래를 할 수 있도록제도를 확립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집을 만들어 파는건설 회사와 이걸 사는 소비자가 대등한 위치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해야 해요. 건설 회사가 마음대로 분양 가격을 올려서 폭리를 취해도정부에서는 나 몰라라 합니다. 이걸 막자고 도입한 분양가 상한제 같은 제도도 재벌 건설사들의 반대로 용두사미에 그치고 맙니다. 정부가 좀 더 강력한 의지로 정책을 추진해야 해요.
또한 세입자를 보호하는 충분한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합니다.
집주인이 마음대로 전·월세금을 올려놓고 "나갈래, 더 낼래?" 하면서 반 협박 조로 선택을 강요하는 현실에서는 정상적인 부동산 질서가 자리 잡을 수 없습니다. 의지만 있다면 이러한 것들을 바로잡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독일의 사례에서도 보았잖아요. 물론 세입자와 집주인의 대등한 거래를 유도하려면 한국적 현실을 고려해야합니다. 앞서 말한 대로 우리나라에는 전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전세제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사는 분들을 돕는 일도 중요합니다. 지하방이라든지 비닐하우스, 쪽방, 고시원, 동굴, 옥탑방, 이런 데서 사는 160만명에 달하는 주거 빈곤층, 이분들이 땅 위로 올라와서 밝은 햇볕 아래서 함께 살 수 있는 정책들이 필요합니다.
제가 계산해 보니까 대략 13조 원 정도 있으면 지하에 사는 분들이모두 땅 위로 올라와 살 수 있어요. 예컨대 네덜란드처럼 나라에서운영하는 공공임대 주택을 확대해서 이분들이 거기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거죠. 물론 돈이 많이 듭니다. 그러나 꾸준히 해 나가서, 전체주택의 20퍼센트 정도만 중앙 정부나 지방 정부가 운영해도 빈곤층의 주거 문제는 획기적으로 개선됩니다. 필요하다면 복지 단체에서운영하는 비영리 주택을 늘려갈 수도 있겠죠.
이런 문제들은 생각만으로 해결할 수가 없습니다. 일반 국민, 그중에서도 특히 어렵게 사는 국민을 보호하려면 법과 제도를 바꾸고 효과적이고 일관된 부동산 정책을 펴는 게 중요합니다. 결국은 민주주의 문제와도 맞닿아 있는 셈이죠.
100여 년 전에 정약용이라는 분이 당시에는 혁신적인 토지 개혁방안을 내놓습니다. 정전제, 여전제 같은 것인데 간단히 설명해 드리자면 "농사짓는 자에게 밭을 주어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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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라 달동네와 같은 골목과 이야기가 살아 있는 마을이 있다는 것이얼마나 아름다워요. 어느 저명인사가 살았던 집, 누구누구의 생가 터같은 역사책에 나올 법한 집들도 중요하겠지만, 욕쟁이 할머니 집, 떡방앗간 할배 집처럼 친근한 이웃들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골목 집들도 중요합니다. 이런 집들은 조금 지저분하고 거칠지만 그런 것에서편안함을 느끼고 위로를 받게 됩니다. 그런데 그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가난하여 집의 안락함을 느끼지 못하고 위생적이지 못한 삶을 산다면 쾌적하게 살도록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요? 그 동네 사람들이 그곳을 떠나지 않고 그 집에서 편안하고 행복하게 이야기를 만들며 살아갈 수 있게 말이지요. 그것이 그분들을 위한 일이면서 동시에 우리모두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눈으로 보기

처음 강의를 시작할 때 우리 몸은 이미 역사적 존재라고 말했어요.
역사적 존재에는 긍정적인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몸에는부정적인 측면도 배어 있잖아요.
일제 강점기, 새마을 운동을 거치면서 우리 것은 못나고 없애야 할것이라고 주입받았어요. 각 지방마다 서로 다른 마을의 유래, 샤머니즘적인 설화나 민담, 전설, 풍속, 전래 동요, 입으로 전해 오던 소소한이야기, 사실 같기도 하고 아닌 것도 같은, 활성화되지 않은, 언어 이

화문이나 강남 한복판에 있는 땅이라면 얘기가 달라지지요. 같은 땅이더라도 값어치는 천지 차이입니다. 이처럼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서 천의 얼굴을 가진 것이 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처럼 더는 늘릴 수 없고, 수입할 수도 없는 땅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에 대체로 다른 상품에 비해 가격이 비쌉니다.
땅이 없이는 어떤 생명체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하늘을나는 새가 있다고 합시다. 계속 날아다닐 수만은 없지 않습니까? 잠시나마 어딘가에 머물러야 하고, 어딘가에 둥지를 틀어야 합니다. 그곳이 나무 꼭대기라 하더라도 결국은 땅을 딛고 서는 것이지요. 나무역시 땅이 없다면 존재할 수 없으니까요. 이처럼 땅은 아주 특수한성질이 있기에 잘 다뤄야 합니다. 잘못 건드리면 많은 생명체가 피곤해질 수 있어요. (웃음)원래 아메리카 대륙에는 인디언들이 살고 있었지요. 그 땅을 유럽의 백인들이 쳐들어가서 뺏은 거죠. 그렇게 해서 아메리카 합중국이라는 나라가 생기는데, 그때 이야기입니다. 1854년 백인들이 인디언들에게 땅을 팔라고 했습니다. 그때 시애틀이라는 이름의 인디언 추장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어떻게 당신은 하늘을, 땅의 체온을 사고팔 수가 있는가? 우리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얘기다. 신선한 공기나 반짝이는 시냇물을 어떻게 소유할 수 있단 말인가? 소유하지 않은 것들을 어떻게 팔 수 있단말인가? (...) 우리는 땅의 한 부분이고, 땅은 우리의 한 부분이다. 향기로운 꽃은 우리의 자매다. 사람, 말, 큰독수리, 이들은 우리의 형제

들이다. 바위산 꼭대기, 풀의 수액, 조랑말과 인간의 체온 모두가 한가족이다."
이 인디언은 땅은 우리가 소유하고 있지 않은 자연 그 자체이기때문에 팔 수가 없다고 한 것이지요. 우리 것이 아닌데 어떻게 팔아넘길 수가 있느냐는 겁니다. 땅은 모든 생명체가 함께 누려야 할 자연의 일부분이지 누가 독점해서 사고팔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치요. 어쩌면 이것은 지구에 인류가 출현한 이래 오랫동안 인간들이땅에 대해 갖고 있던 생각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땅을 소유해서 사고팔고, 누가 혼자 그 땅을 차지해서 이건 내 땅이니까 들어오지 마라. 내 것이니 내 마음대로 하겠다. 이렇게 된 건 인류의 역사에서 보면 얼마 되지 않은 짧은 시간입니다. 자본주의가 시작된 근대에 들어와서 널리 퍼진 생각이지요. 그전까지는 대다수가 인디언 추장 같은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앞서도 말했지만 그 이유는 땅이 아주 특수한성질을 갖고 있고, 이것 없이는 어떤 생명체도 생존할 수 없는 중요한 자연의 일부이자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땅에 대한 생각을 한번되돌아볼 필요가 있어요. 그렇다면 부동산의 또 다른 한 축인 집은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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