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은 수천 년 인류의 역사에서 삶의 지혜가 축적된 보고입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부딪히는 삶의 문제에 대한 해답이 바로 고전 속에 있습니다. 고전은 때로는 친절하게, 또 때로는 엄격하게 우리들의 생각을일깨우고 성장시킬 것입니다. 그 속에서 진지한 사고의 힘을 배워 스스로가 삶의 주인공으로 우뚝 서기를 바랍니다.
-윤구병(전 충북대 철학교수, 변산공동체학교 교장)

어언 20년 가까이 우리 사회에서 인간다운 삶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까 고민해 온 한국철학사상연구회가 이번에는 인문 교육의 위기, 인문 고전의 위기와 정면으로 맞붙어 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이 의기투합하여, 청소년들이 인문 고전과 벗하면서 스스로 인문 정신의한 자락을 맛볼 수 있는 책을 만들고자 노력하였습니다. 독자들이 문제의식을 공유하면서 스스로 자신의 삶의 문제와 관련하여 진지하게 고민하고 고뇌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기를 떨리는 마음으로 기원해 봅니다.
자, 이제 인문 고전의 역습이 시작됩니다. 기대하시기를…………….
한국철학사상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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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 한 알에 담긴 위대한 힘,
위기의 지구를 살린다

우리는 먹거리를 비롯하여 생필품과 의약품 등의많은 주요 자원들을 식물에서 얻습니다.
이 모든 식물 자원은 바로 씨앗, 종자에서 출발합니다.
식물 자원을 이용하고 개발하는 종자 산업의 중요성을 알아보며위기의 지구를 살리는 종자의 미래를 함께 생각해 봅니다.

올봄에 틔우는 싹은 가을 수확을 상상하게 하듯이, 현재 주어진 종자는적어도 수십 년 뒤의 우리의 삶을 결정하게 됩니다. 따라서 종자를 연구하는 과학자들과 육종가들은 엄청나게 많은 다양성과 기회를 종자 안에 담아 두어야 하는 사명을 안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꿈꾸는 세상만큼종자 안에도 그 뜻이 담길 것입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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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요. 집을 짓게 되는 요인은 뛰어난 지능이라든지 사회성 등이 아니라 종족 번식의 필요성 때문입니다.
집을 짓는 모든 동물은 특정한 방식으로만 집을 짓습니다. 상황에따라서 재료가 변할 뿐이에요. 고유한 집 짓기 방식은 절대 변하지않습니다. 제비가 제비집 짓고, 까치가 까치집 짓는 방식과 사람이집 짓는 방식은 똑같습니다. 우리나라의 초가집과 외국의 벽돌집도모양은 달라도 짓는 방식은 같습니다.
최초에 집은 관목들로 지어졌습니다. 개나리나 진달래처럼 잘 휘어지는 관목들의 가운데를 쳐낸 다음 사람이 들어갈 공간을 만들고서 위를 가지로 막아요. 이렇게 하면 비를 피하거나 잠시 앉아 있을수 있는 공간이 생기는 것입니다. 지금도 산속에서 갑자기 내리는 비를 피하거나 햇빛을 피하고 싶을 때는 이런 방식으로 임시 쉼터를 만들 수가 있지요. 이것이 인류가 지은 최초의 집입니다.
이렇게 지어진 집은 하루 이틀 지나면 없어지기 때문에 유물과 유적으로 남지가 않습니다. 대신 신화라든지 무가 작은 편린과흔적들로 남아 있습니다. 제주 무가에 농사의 여신인 자청비 이야기가 나오는데, 거기에 보면 이런 내용이 있어요. 자청비가 하인과 함께문도령을 만나러 갑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문 도령이 안 오니까 할 수 없이 밤을 지내려고 움막을 지어요. 무가는 이 장면을 "서쪽으로 뻗은 가지는 동쪽으로 엮어 놓고, 동쪽으로 뻗은 가지는 서쪽으로 엮어 얼렁뚱땅 움막을 지어 하루를 지냈다"고 묘사하고 있어요.
지금도 아프리카에서는 이런 방법으로 집을 지어요. 우리나라에

서도 아주 시골, 강원도 두메산골에 사는 화전민들이 산속에서 비를맞았을 때 이 방법으로 움막을 지어 비를 피한다고 합니다. 몇만 년전의 집 짓기 방식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입니다. 최초의 집은 집이라기보다 빨리, 쉽게 지을 수 있는 일종의 은신처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람이 집을 짓는 방식- 세울 건과 쌓을 축사람이 집을 짓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가 세울 건建다음이 쌓을 축이에요. 먼저 세우는 것을 살펴보겠습니다.
세우는 방식은 아주 쉬워요. 나뭇가지들을 수직으로 엮어서 공간

청소년 선생님은 어떤 집에서 살고 싶으세요?

노은주
막상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없지만, 집은 우선 평상복처럼 편안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너무 손이많이 가지 않고, 아무 데서나 기댈 수 있고, 바닥에 누울 수도 있고,
무엇보다 집에서 어디서든 책을 꺼내 읽을 수 있고, 가족들이 어디선가 각자의 공간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는 소리가 조금씩 들려오는 그런집.
특히 제가 좋아하는 푸르스름한 하늘이 붉은 노을로 물들며 어두워지는 해 질 녘의 풍경을 잘 볼 수 있는 테라스라든가 큰 창이 있는집을 짓고 싶어요. 마당이 넓을 필요는 없고, 넓고 높은 방과 좁고 천장이 낮은 방이 함께 있는, 변화가 있는 공간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서울에 살아왔기 때문에, 전원주택보다는 서울 한복판복잡한 곳에 집을 지어 보고 싶어요. 넓은 땅이 아니어도 좋고, 가령층마다 식구들 방이 하나씩 있어도 재미있을 듯해요. 엘리베이터로각방을 오르내릴 수도 있고요.
제일 좋은 건 일하는 공간이 같이 있는 거에요. 가령 남산에 가면애니메이션센터가 있습니다. 거기에는 ‘만화의 집‘이 있어서 늘 만화를 편하게 볼 수 있어요. 그런 식으로 건축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건축의 집‘을 1층에 두고, 2층은 사무실, 3층은 가정집이 들어서는 거죠.

아버지의 아버지, 또 그 아버지의 아버지가 품삯 한 푼 없이 이런노역에 동원된 겁니다. 바쁜 농사철에도 내 일을 젖혀 놓고 의무적으로 나가야 했습니다. 
할아버지는 일본인들에 의해, 아버지는 군사독재정권에 의해 세대를 이어서. 만약에 노역에 나가지 못할 경우 오히려 하루 일당에 해당하는 벌금을 내야 했습니다. 
그런데 길을 닦아놓자 시멘트 회사 사장이 포장을 하고 자기가 했다고 합니다. 이 시기에 국민의 노동력과 국비로 지원을 받은 회사들이 지금의 대기업으로 성장합니다.

이 장면에서 아들은 "그런데도 데모 같은 거 안 해요?"라고 묻습니다. 부당한데 왜 저항하지 않느냐는 뜻이겠지요. 여기에 대해 아버지는 나라에서 시키니까 으레 그래야 하는 건 줄 알았다고 답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말 나라에서 시키는 일은 어떤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따라야 하는 걸까요? 
지금은 아니라고 답할 사람들이 많겠지만, 그 시기에는 전쟁은 끝난 지 꽤 되었지만 남과 북이 갈렸고 좌익과 우익으로 나뉘어 정치적으로도 혼란스러웠어요. 
게다가 가난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따질 여유가 없었습니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주입된 패배 의식과 같은 민족끼리 전쟁을 한 못난 놈이라는 자괴감도 있었고요.
이런 상태에서 강력한 독재 정권이 힘을 발휘한 겁니다. 박정희가

아버지의 아버지, 또 그 아버지의 아버지가 품삯 한 푼 없이 이런노역에 동원된 겁니다. 바쁜 농사철에도 내 일을 젖혀 놓고 의무적으로 나가야 했습니다. 할아버지는 일본인들에 의해, 아버지는 군사 독재 정권에 의해 세대를 이어서. 만약에 노역에 나가지 못할 경우 오히려 하루 일당에 해당하는 벌금을 내야 했습니다. 그런데 길을 닦아놓자 시멘트 회사 사장이 포장을 하고 자기가 했다고 합니다. 이 시기에 국민의 노동력과 국비로 지원을 받은 회사들이 지금의 대기업으로 성장합니다.
이 장면에서 아들은 "그런데도 데모 같은 거 안 해요?"라고 묻습니다. 부당한데 왜 저항하지 않느냐는 뜻이겠지요. 여기에 대해 아버지는 나라에서 시키니까 으레 그래야 하는 건 줄 알았다고 답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말 나라에서 시키는 일은 어떤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따라야 하는 걸까요? 지금은 아니라고 답할 사람들이 많겠지만, 그 시기에는 전쟁은 끝난 지 꽤 되었지만 남과 북이 갈렸고 좌익과 우익으로 나뉘어 정치적으로도 혼란스러웠어요. 게다가가난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따질 여유가 없었습니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주입된 패배 의식과 같은 민족끼리 전쟁을 한 못난 놈이라는 자괴감도 있었고요.
이런 상태에서 강력한 독재 정권이 힘을 발휘한 겁니다. 박정희가

통일벼란 품종을 개량해서 정부에서 보급한 벼를 말해요. 토종 벼는 밥맛이 좋고 키가 커서 초가집 지붕을 엮기에 좋았지만 수확량이적었어요. 반면에 통일벼는 쌀 수확량은 많았지만 밥맛이 없고 키가작아 지붕을 엮기가 어려웠어요. 어머니는 정부에서 지붕을 개량하라고 보조금을 줘도 다른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지붕 개량이 힘들었지요. 다들 새로 집을 바꾸는데 어머니만 낡은 초가에서 살고 싶지는않았을 거예요. 돈이 없어서 못하는 것인데도, 이장도 와서 권하고면에서도 누가 나와 으름장을 놓았다는 것으로 보아 지붕 개량사업을 획일적으로 강제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관청에서는 실적을 높이려고 계속 어머니를 설득했던 모양입니다. 당시에는 실적이 좋은군수에게 상을 주기도 했지요.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1970년대 초가집은 가난의 상징이었어요.
따라서 부수어 없애 버리거나 바꾸어 버려야 할 대상이었지요. 초가집뿐만 아니라 전통의 생활용품과 살림살이 도구가 모두 그런 취급을 당했어요. 유기, 목기, 도자기, 가구 등이 고물장수에게 헐값으로팔려나가고, 그 대신 스테인리스, 비닐, 플라스틱, 함석 같은 재료로만든 상품이 밀려오던 시기입니다. 불과 30~40여 년만 지나도 그때마구 내다 버린 것이 귀한 것이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을, 국가가 나서서 우리 것은 열등하고 낙후한 것이니 새것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하고 강제까지 했던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알게 모르

게 패배적이고 자기 비하적인 의식을 갖게 되었고, 권력으로 통치하기도 쉬워졌지요. 앞서 말했듯 새마을 운동을 벌이면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중요한 것도 잃어버리게 되었고요.

마음이 불편해서 그랬는지 동생이 저녁 먹은 것을 토하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꺽다리 집‘으로 돌아오지만, 오히려 잘됐다고, 춥지만 내 집이 편하다고 생각하게 되지요. 어린 주인공은마음에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았을까요?
작가는 어린 주인공의 입을 통해 고백합니다. 애, 어른 할 것 없이온 마을 주민을 동원해서 멀쩡한 집을 부수던 시절, 자기는 새마을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폭력에 저항하지 못했노라고. 비록 어려서그랬다고는 하지만, 표어 짓기, 포스터 그리기, 웅변대회 같은 행사에열심히 참가하여 새마을 운동 정신을 찬양하고 전파하는 데 이용당했던 자기가 부끄럽다고. 어쩌면 작가는 어린 시절의 자화상을 보여 주면서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는지도 몰라요.
요즘도 밀어붙이기식 개발은 여전하잖아요. 계속되는 재개발로 인해 가난하지만 정겹고 소박하게 살아온 마을과 집을 잃은 서민 계층이 외곽으로, 더 먼 외곽으로 밀려나는 철거의 역사가 계속되고 있어요. 재개발 지역 주민을 강제로 쫓아내려고 용역 깡패를 동원하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용산 참사‘ 같은 비극이 생겼지요. 그렇게 내몰리는 사람들, 그들이 누구일까요?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이만큼 발전을 이룬 것은 낮은 곡식 가격으로 희생당한 농민과 낮은 임금으로고통받은 노동자 덕분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이 사람들을 홀대해서는 안 됩니다. 새마을 운동과 재개발 사업, 그리고 지금의 뉴타운은서민을 홀대해 온 역사의 연장선상에 있어요.
재개발과 뉴타운의 문제는 또 있어요. 동네 자체를 밀어버리고 고

층 아파트를 지으면, 마을에 뿌리내리고 살아온 사람들뿐만 아니라동네 곳곳에 녹아 있던 삶의 흔적과 이야기가 함께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살아온 공간에는 그 마을의 역사와 삶의 온기가 녹아있고 이야기가 살아 숨 쉬고 있는데, 재개발 사업은 그런 이야기를순식간에 파괴해 버립니다. 그 지역과 연고가 없는 낯선 사람들이 입주하여 이웃이 누구인지도 모른 채 외딴 섬처럼 살아가요. 마을의 역사와 이야기로부터 단절된 우리네 삶은 정신적으로 공허해지고 척박해집니다. 쓸쓸하고 외로워져요. 사회 전체가 고립감과 외로움으로가득 차게 되지요. 예전에 내가 살던 공간이 그대로 있고 거기에 나를 기억해 주는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다면, 외로울 때 친구가 있어주는 것처럼 사람들은 안정을 되찾고 마음이 따뜻해지겠지요. 대를이어 한 마을에 공동체를 이루고 산다는 것은 그런 점에서 중요해요.
앞에서 예로 들었던 이청준의 소설 「눈길에서도 노인은 집이 팔려돌아갈 집이 없어도 걱정을 안 하거든요. 다만 "누구네 집 문간방"에살면 된다고 말하지요. 1970년대만 해도 이렇게 공동체가 살아 있었어요.
이렇게 보더라도 이제는 재개발이 아닌 보존이 필요해요. 지금 한옥마을 보존 지구에는 서울시에서 많은 돈을 지원해 주고 있어요. 저는 뉴타운을 만든다고 믿어 버릴 것이 아니라 달동네에도 국가나 지방 자치 단체에서 지원을 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달동네에 사는사람들은 그 동네의 역사와 삶의 다양한 모습과 그 동네의 이야기를유지해주잖아요. 우리 모두가 한옥이거나 아파트에만 사는 것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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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키우는 젊은 부부의 풋풋함이 느껴지는 귀여운 동화같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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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방정환 <어린이 찬미>고운 나비의 날개.

비단 같은 꽃잎고운 나비의 날개, 비단 같은 꽃잎, 아니 아니 이 세상이 곱고 보드랍다는 어떤 표현으로도 행상수 없는 이 보드랍고 고운 자는 얼굴을 들여다보라 그 서늘한 두 눈을 가볍게 갚고 이렇게 귀를 기울너야 늘릴 만큼 가는게 코를 하면서 편안히 잠자는 이 좋은 일을 들여다보라 우리가 종래의 자해오던 하느님의 얼굴을 여기서 발견하게 된다.


어린이가 잠을 잔다. 내 무릎 앞에 편안히 누워서 낮잠을 자고 있다. 별좋은 첫여름조용한 오후이다.
고요하다는 고요한것을 모두 모아서 그중 고요한 것만을 골라가진것이 어린이의자는 얼굴이다. 평화라는 평화 중에 그중 훌륭한 평화만을 골라 가진 것이 어린이의자는 얼굴이다. 아니, 그래도 나는 이고요.
한자는 얼굴을 잘 말하지 못하였다. 이 세상의 고요하다는 고요한것은모두 이 얼굴에서 우리나는듯싶게 어린이의 잠자는 얼굴은 고요하고평화스럽다.
고운 나비의 날개, 비난같은 꽃잎, 아니아니, 이 세상에 곱고보드랍다는 어떤 표현으로도 형용할 수 없는 이 보드랍고고운자는 언굴을 들여다보라. 서늘한 두눈을 가볍게 감고 이렇게 귀를 기울여야들릴 만큼

가늘게 코를 골면서 편안히 잠자는 이 좋은 얼굴을 들여다보라. 우리가종래에 생각해오던 하느님의 얼굴을 여기서 발견하게 된다. 어느 구석에 먼지만큼이나 더러운티가 있느냐. 어느 곳에 우리가 싫어할 한가지반가지나 있느냐, 죄 많은 세상에 나서 죄를 모르고, 부처보다도, 예수보다도 하늘뜻 그대로의산하느님이 아니고 무엇이냐. 아무 죄도 갖지 않는다. 아무 획책도 모른다. 배고프면 먹을 것을 찾고 먹어서 부르웃고 즐긴다. 싫으면 찡그리고 아프면 울고, 거기에 무슨꾸밈이 있느나 시퍼런 칼을 들고 핍박하여도 맞아서 아프기까지는 방글방글웃으며 대하는것이다. 이 넓은 세상에 오직 이이가 있을뿐이다.

오오 어린이는 지금 내 무릎 위에서 잠을 잔다. 더할 수 없는 착함과더할수없는 아름다움을 갖추고 그 위에 또 위대한 창조의 힘까지 갖추어가진 어린 하느님이 편안하게 고요한잠을 잔다. 옆에서 보는사람의 마음속까지 생각이 다른 번추(醜)한 것에 미칠 틈을 주지 않고고결하게 순화시켜준다. 사랑스럽고도 부드러운 위임을 가지고 곱게 곱게순화시켜준다.
나는 지금 성당에 들어간 이상의 경건한 마음으로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사람스라운 하느님의 자는 얼굴에 예배하고 있다.
어린이는 복되다!
이때까지 모든 사람은 하느님이 우리에게 복을 준다고 믿어왔다. 그복은 많이 가져온 이가 어린이다. 그래 그 한없이 많이 가지고 온복을우리에게도 나누어준다. 어린이는 순복덩어리다.

마른 잔디에 새 풀이 나고 나뭇가지에 새움이 돋는다고 제일 먼저기뻐 날뛰는 이도 어린이다. 봄이 왔다고 종달새와 함께 노래하는 이도린이고 꽃이 피었다고 나비와 함께 춤을 추는 이도 어린이다. 별을 보고좋아하고 달을 보고 노래하는 것도 어린이요. 눈 온다고 기뻐 날뛰는이도어린이다. 산을 좋아하고 바다를사랑하고 큰 자연의 모든 것을 골고루좋아하고 진정으로 친애하는 이가 어린이요, 태양과 함께 춤추며 사는이가어린이다.
그들에게는 모든 것이 기쁨이요. 모든것이 사랑이요, 또모든것이 친한동부다. 자비와 평등과 박애와 환희의 행복과 이 세상 모든 아름다운것만 한없이 많이 가지고사는이가이런이다. 어린이의 살림 그것 내하늘의 뜻이다. 우리에게 주는 하늘의 계시(啓示)이다.
어린이의 살림에 친근할수있는사람, 어린이 살림을 자주 들이다수있는사람? 배울수있는사람은 그만큼 행복을 얻을 것이다.
어린이와 마주 대하고는 우리는 그리는 얼굴, 성낸 얼굴, 슬픈 얼굴음짓게 된다. 아무리 성질 곱지 못한 사람일지라도 어린이와 얼굴을마주하고는 험한 얼굴을 못 가진 것이다. 어린이와 마주 앉을 때 적어도그 잠깐동안은? 모르는 중에 마음의 세레(禮)를 반고 평상시에가저보지 못하는 미소를 면 부드러운 좋은 얼굴을 갖게 된다. 잠깐인망성그동안 순화되고 깨끗해진다. 어떻게든지 우리는 그동안 순화되는 동만을 자주 갖고 싶다.
하루에도 3천가지 마음. 지저분한 세상에서 우리의 맑고도착하년마

음을 얼마나 쉽게 굽어가려고 하느냐? 그러나 때로는 방울을 흔들면서참됨이 있으라고 일깨워주고 지시해주는 어린이의 소리와 행동은 우리에게 큰구제의 길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피곤한 몸으로 일에 절망하고 늘어진 때에 어둠에 빛나는 광명의 빛깔이 우리 가슴에 한줄기 빛을 던지고 새로운 원기와 위안을 주는것도 어린이만이 가진 존귀한 힘이다. 어린이는 슬픔을 모른다. 그리고 음울한 것을 싫어한다. 어느 때 보아도 유쾌하고 마음 편하게 논다.
아무델 건드려도 한없이 가진 기쁨과 행복이 쏟아져 나온다. 기쁨으로살고 기쁨으로 커간다. 뻗어 나가는 힘! 그것이 어린이다. 인류의 진화화향상도 여기에 있는것이다.
어린이에게서 기쁨을 빼앗고, 어린이 얼굴에 슬픈 빛을 지어주는 사람보다 더 불행한 사람은 없을 것이요, 그보다 더 큰 죄인은 없을 것이다. 어린이의 기쁨을 상하게 해서는 안 된다. 그리할 권리도 없고, 그리할자격도 없건만…… 무지한 사람들이 어떻게 많이 어린이들의 얼굴에슬픈빛을 지어주었느냐 어린이들의 기쁨을 찾아주어야 한다. 어린이들의 기쁨을 찾아주어야 한다.
어린이는 아래 세가지 세상에서 온통 것을 미화시킨다.
이야기 세상? 노래의 세상? 그림의 세상어린이나라에는 세 가지 예술이 있다. 어린이들은 아무리 엄격한 현실이라도 그것을 이야기로 본다. 그래서 평범한 일도 어린이의 세상에서는 그것이 예술화하여 찬란한 미와 흥미를 더하여 가지고 어린이 머

릿속에 전개된다. 그 때문에 어린이는항상이 세상 모든 것을 아름답게본다어린이들은 또 실제에서 경험하지 못한 일을 이야기 세상에서 훌륭히 경험한다. 어머니와 할머니 무릎에 앉아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을때 그는 아주 이야기에 동화(同化)해 버려서 이야기 세상에 들어가서이야기에 따라 왕자도 되고, 고아도 되고, 또 나비도 되고, 새도 된다. 그렇게해서 어린이들은 자기가 가진 행복을 더 늘려가는 것이다.
어린이는 모두 시인이다. 본 것, 느낀 것을 그대로 노래하는 시인이다.
고운마음을 가지고, 어여쁜 눈을 가지고 아름답게 보고느낀 그것이 아름다운 말로 힙 밖으로 굴러 나올 때, 나오는 모든 것이 시가 되고가된다. 여름날성한 나무숲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보고 바람의 어머니가아들을 보내어 나무를 흔든다고 보는 것도 그대로 시요 오색의 찬란한 무지개를 보고 하느님의 따님이 오르내리는다리라고 하는것도그대로 시다.
개인밤은날의 검은 점을 보고는저기저기 저달속에 계수나무박혔으니 금도끼로 찍어내고옥도끼로 다듬어서 초가삼간질을 짓고 천년만년살고지고고운노래를 높이어 이렇게 노래 부른다. 밝디바은 달님 속에 계수나무를 금도끼 은도끼로 찍어내고 다듬어서 초가삼간집을 짓자는 생각이

새야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간다.
이러한 고운노래를 기꺼운 마음으로 소리 높여 부를 때, 그들의 고운넋이 얼마나 아름답게 우쭐우자라갈것이냐? 위의 두가지 노래는 어린이 자신의 속에서 우러나오는 것이 아니고 큰 사람이 지은 것일지도모른다. 그러하나 몇 해 몇십 년 동안 어린이들의 나라에서 불러내어서어린이의 것이 되어 내려온거기에 그 노래에 스며진 어린이의 생각, 어린이의 살림어린이의 넋을볼수있는것이다.
어린이는그림을 좋아한다. 그리고 또 그리기를 좋아한다. 조금도 기가없는 순진한 예술을 낳는다. 어른의 상투를 재미있게 보았을 때 어린이는 몸뚱이보다큰상투를 그려놓는다. 얼마나 솔직한 표현이냐 언마나순진한 예술이냐.
지나간 해 여름이다. 서울친도교당에서 여섯 살 된 어린이에게 이 집교당(내부 전체를 가리키면시)을 그려보라 한 일이 있었다. 어린이는서슴지 않고 종이와붓을 받아들더니 거침없이 네모 반듯한 사각 하나를 큼직하게 그려서 나에게 내밀었다. 얼마나 놀라운 일이냐? 그 어린동무가 그큰집에 들어앉아 그집을 보기는 크고 번듯한 넓은집이라고 밖에 더 달리 복잡하게 보지 아니한 것이었다. 얼마나 순진하고솔직한 표현이냐? 거기에 아직 더럽혀지지 아니한 이윽고 큰 예술을 넣아놓은 무서운 참된 힘이 숨어 있다고 나는 믿는다. 한 포기 풀을 그린

때 어린 예술가는 연필을 쥐고 거리낌 없이 쭉쭉 풀줄기를 그린다. 그리나그한번에 쭉내어 그은 그선이 얼마나 복잡하고 묘하게 자상한 설명을 주는지 모른다.
위대한 예술을 품고 있는 어린이여! 어떻게도 이렇게 자유로운 행복만을 갖추어 가졌느냐?
어린이다. 어린이는 복되다. 한이 없는 복을 가진 어린이를찬미하는 동시에 나는 어린이 나라에 가깝게 있을 수 있는것을 얼마든지 감사한다.

소파 방정환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어린이‘을 만들고, 처음으로 본격적인 아동문학과 어린이문화 운동을 일으킨 어린이 운동의 칭시자다. 그만큼 그는 어린이를 아끼고 사랑했다. 특히 그는 모든 어린이는 ‘시인‘이라며 예찬했다. 고운 마음으로 보고 느낀 것을 아름다운 말로 재잘거리던 그대로 시가 되고 노래가 되기 때문이다. 또 어린이를 ‘화가‘라며 찬미를 아끼지 않았다. 조금도 기교를 부리지 않는 내신 본것을솔직하게 표현하는 예술가라고 생각한것이다.
간혹 아동학대에 관한 뉴스가 화제가 되곤 한다. 그런 소식을 접할때마다 분노와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과연 그들에게 어린이는 어떤 존재일까. 그에게 소파의 다음 말을 들려주고싶다.

"어린이에게서 기쁨을 빼앗고, 어린이 얼굴에 슬픈 빛을 지어주는 사같이 있다 하면 그보다 더 불행한 사람은 없을 것이요, 그보다 더 큰 죄(중략)힘은 없을 것이다. 어린이의 기쁨을 상하게 해서는 안 된다.
어린이들의 기쁨을 찾아주어야 한다. 어린이들의 기쁨을 찾아주어야한다.‘

#02 방정환, <첫여름>
햇볕의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때마다

아아. 행복한 아침! 그 신록의 냄새를 맡고, 그 햇볕의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때마다 새로운 기운과기름이 머릿속, 가슴 속, 핏속까지 가득 생기는 것을 느낀다.


아아, 상쾌하다!
이렇게 상쾌한 아침이 다른 계절에도 있을까? 물에 젖은 은빛 햇볕에향긋한 풀냄새가 떠오르는첫여름의 아침! 어쩌면 이렇게도상쾌할까.
보라! 밤사이에 한층 더 자란 새파란 잎이 해맑은 아침 기운을 토하고있지 않느냐. 바람에 코를 간질이는것이 새파랗고 향긋한 풀냄새가 아니냐. 그리고 그 파란 잎과 그 파란 풀에 거룩하게 비치는 물기 있는 햇볕에서아름다운 새벽 음악이 들려오지 않느냐.
아아, 행복한아침!
그신록의 냄새를 맡고, 그 햇볕의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때마다 새로운기운과 기쁨이 머릿속, 가슴속, 핏속까지 가득생기는것을느낀다.

참맑은글이다. 되될수록 글이 주는 여운이 깊고 투명하다.
방정환은 가난했지만늘당당했고 유머가 넘치는 사람이었다. 또한, 뛰어난 문장가로 이름이 높았다. 특히 당대 최고 문장가들이 한문 어투로글을 쓴 데 반해, 그의 글은 요즘 작가들의 글처럼 현대적일 뿐만 아니라주제 역시 새로움을 추구했다. 그래서 전혀 낯설지가 않다.
이 글만 해도 1920년대에 쓴 것임에도 주제나 관심사에서 도저히 70여년 전에 쓴 글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이는 그가 항상 어린이처럼 순수한 마음과 영혼을 가졌기에 가능했던 게 아닐까.
첫여름은 초여름을 말하는 것으로 5월~6월경을 말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방정환이 활동하던 당시에도초여름의 아침은 매우 상쾌했나보다.
문득, 파란 풀에 거룩하게 비치는 물기 있는 햇볕에서 아름다운 새벽 음악이 들려오는 그 시절의 첫여름이 그립다.


나는 두분께 돈을 갖다드린 일도, 뭘사드린 일도 없습니다. 또한번도 절을 해본 일이 없습니다. 두 분이 내게 운동화를 사주시면, 나는 그것을 신고, 두 분이 모르는 골목길로만 다녀 금방 망가뜨리고 말았습니다.
또 월사금(학교에 매달 내던 수업료)을 주시면 두분이 못알아보는글자만을 골라서 배웠습니다. 그랬건만 단 한 번도 나를 미워한 일이 없습니다. 
집을 나갔다가 23년 만에 돌아왔더니, 여전히 가난하게 사실 뿐이었습니다. 어머니는 내 대님과 허리띠를 접어주셨고, 아버지는 내 모자와 양복저고리를 걸기 위해 못을 박으셨습니다. 동생도 다 자랐고, 막냇누이도 어느새 아가씨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렇건만 나는 돈을 벌 줄 모릅니다. 어떻게 하면 돈을 벌수있을까요? 못 법니다. 못 법니다.

내게는 친구도 없습니다. 어른도 없습니다. 버릇도 없습니다. 뚝심(굳세게 버티어 내는 힘)도 없습니다.

손이 뺨을 만집니다. 남의 손처럼 차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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