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인은 공동체 지향인들처럼 누군가의 허락이나 승인, 인정이나 찬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자신의 결정이나 행동의 정당함을 누구에게도 설득할 필요가 없는 그들은 불필요한 대화나 방해 요소에서 자유롭다. 또한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는 욕구에 지배받지 않기 때문에, 명확한 경계를 설정해 자신의 정신적 에너지와 시간을 지킬 수 있다. 그들은 어떤 일이 사소하고 어떤 일이 의미 있는지를 스스로 결정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두 가지 모두를 위해 시간을 낼 줄 안다.

지위란 언제나 사회적 집단 안에서 다른 사람과 비교하여 측정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향인은 그런 집단에 매여 있지 않아서 자신의 선택이나 생활 방식, 소유물의 가치를 남과 비교해 가늠하지 않는다. 이는 곧 이향인들이 ‘소외될까 봐 두려워하는 심리없이 살아간다는 뜻이기도 하다(1장에서 언급한 십대 소년 A의 이야기를 떠올려보라.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사회적 경험을 놓치고 있다며 지나치게 걱정했었다). 이향인의 결정은 외부의 영향을 받지않는 온전히 자신만의 것이라서, 그들은 그 선택에 충분히 만족한다. 또한 외부의 인정 없이도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집단의 찬사를 얻는 데 무관심했던 태도는 카프카가 자신의 문학적 소명을 대했던 담백한 방식에서도 잘 드러난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문학계의 거장 중 한 명이 자신의 작품을 출판

하거나 세상에 알리는 데 관심을 거의 두지 않았다는 사실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카프카는 유언으로 자신의 글을 사후에 모두•파기해달라고 부탁했을 정도였다. 그의 친구이자 유언 집행자였던 막스 브로트 Max Brod가 그 뜻을 거스른 것은 인류에게는 큰 공헌이었지만 카프카의 의도에는 반하는 일이었다. 카프카는 인정받기 위해 글을 쓴 것이 아니라 단지 쓰고 싶어서 썼을 뿐이다.

이향인은 소외 불안 심리가 없고 지위를 드러내는 표식들에도 무심한 까닭에 대체로 다른 이들의 경제적 성공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주위 사람과 생활 수준을 비교하며 뒤처지지 않으려 애쓰지도 않고 자신에게 없는 것을 탐내지도 않는다. 그들에게 돈을 버는 일은 안전장치, 즉 목표라기보다 삶을 편하게 만드는 수단이라서 집단과는 사뭇 다른 경제적·직업적 우선순위를 갖기도 한다. 그래서 이향인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할 경우에는 대체로 불행하고 성공적이지 못하다. 하지만 재능과 동기에 맞게 직업을 선택하면 오히려 경제적으로 성공하고 일에서큰 만족을 얻는다. 또한 그들은 불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을 얻기위해 자신의 생활방식을 희생하는 일도 거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이향인이 반드시 금욕적이거나 검소하다는 뜻은 아니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명확히 구분하기 때문에 소유하는 물건의 범위가 좁고 선별적이지만, 사치를 즐기는 이향인들도 많다. 그것이 대중으로부터 거리를 둘 수

있는 수단이 된다면 특히 더 그렇다. 예컨대 내가 아는 한 이향인•은 전반적으로 소박한 생활을 하지만, 비행기를 탈 때만큼은 늘 일등석 표를 사며 돈을 아끼지 않는다. 그녀가 엄청난 추가 비용을 기꺼이 내는 이유는 다리를 뻗을 수 있는 공간이나 코스 요리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조금이라도 더 많이 자기만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자기 삶의 궁극적 권위자 이향인은 자신이 알지 못하는 분야의 지식을 갖춘 전문가의 조언은 받아들인다. 하지만 자기 자신에 관해서는 이미 필요한 정보를 모두 갖고 있기에 어떤 조언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어딘가에 속하려는 우리의 욕구는 종종 자기 자신을 깎아내리지 않고 북돋우는 방식으로 세상과 관계 맺으려는 욕구와 대립하곤 한다.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집단에 속하게 됐을 때 자신을 지워버리거나 최소한 자신의 진짜 욕망과 집단이 원하는 것사이에서 혼란을 겪게 되는 것이다. 자기 삶과 인간관계를 책임지려면 집단의 필요를 고려하되, 집단의 일방적인 목소리에 휩쓸리지 않는 강한 내적 자아가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런 자아를 발견하고, 자신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과 공동의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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