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
우리는 눈 속의 나뭇등걸과도 같기 때문에 겉보기에 그것들은 그냥 살짝 늘어서 있어서 조금만 밀치면 밀어내 버릴 수도 있을 것만 같다. 아니, 그럴 수는 없다. 그것들은 단단하게 땅바닥과 결합되어 있으므로. 그러나 봐라, 그것조차도 다만 겉보기에 그럴 뿐이다. - P-1
공동체
우리는 다섯 친구다, 우리는 언젠가 한 집에서 뒤이어차례로 나왔는데 우선 하나가 나와 대문 옆에 섰고, 그다음에는 두 번째가 와서, 아니 왔다기보다는 미끄러져 수은 방울처럼 가볍게 대문을 나와 첫째로부터 멀지 않은 데 섰고, 그 다음은 셋째, 그 다음은 넷째, 그 다음은 다섯째가 그랬다. 결국 우리는 모두 한 줄로 서 있었다. 사람들이 우리를 주목하게 되어 우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다섯이 지금 이 집에서 나왔다."라고, 그때부터 우리는 같이 살고 있다.
어떤 여섯 번째가 자꾸 끼어들려고만 하지 않는다면 평화로운 생활이리라. 그는 우리한테 아무 짓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그가 귀찮다. 그러니 그것으로 충분히 무슨 짓인가를 하는 것이다.
싫다는데도 그는 왜 밀고 들어오는 것일까? 우리는 그를 모르며 우리한테로 받아들이지 않겠다.
우리 다섯도 전에는서로 잘 몰랐으며, 굳이 말한다면, 지금도 서로 잘 모른다. 그러나 우리 다섯에게서 가능하고 참아지는 것이 저 - P-1
여섯 번째에게서는 가능하지 않으며 참아지지도 않는다. 그 밖에도 우리는 다섯이며 여섯이고 싶지 않다.
그런데 도무지 이 끊임없이 같이 있음이란 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우리 다섯에게도 그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이미 같이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렇지만 새로운 결합은 원하지 않는다.
다름이 아니라 우리의 경험 상. 어떻게 그 모든 것을 여섯번째에게 가르친단 말인가, 긴 설명은 벌써 우리 테두리에 받아들임을 의미하는 거나 다름없을 테니 우리는 차라리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고 그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입술을 비죽 내밀 테면 얼마든지 내밀어 보라지, 우리는그를 팔꿈치로 밀쳐내 버린다. 그런데 우리가 아무리 밀쳐 내도 그는 다시 온다. - P-1
밤에
흠뻑 잠겨. 이따금 골똘히 생각하기 위해 고개를 떨구듯 그렇게 흠뻑 밤에 잠겨 있음. 사방에는 사람들이 잠자고 있다. 그들이 집 안에서, 탄탄한 침대 속에서, 탄탄한 지붕 아래서, 요 위에서 몸을 쭉 뻗치거나 오그린 채, 홑청 속에서, 이불 밑에서 잠자고 있다는 조그만 연극 놀음, 순진무구한 자기기만 사실은 그들이 언젠가 그때처럼 그리고 후일 황야에서처럼 함께 있는 것이다. 벌판의 막사, 수효를 헤아릴 수 없는 사람들, 하나의 큰무리, 한 민족이 차가운 하늘 밑 차가운 땅 위에 내던져져 있는 것이다. 이전에 서 있었던 곳에 이마는 팔에 박고 얼굴은 땅바닥을 향한 채 조용히 숨 쉬며. 그런데 네가 깨어 있구나, 파수꾼이구나,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을 찾자고 곁의 섶나무 더미에서 꺼낸 불타는 장작을 휘두르는구나. 왜 너는 깨어 있는가? 한 사람은 깨어 있어야 한다고 한다. 한 사람은 있어야 한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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