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과 선으로 기록된 옛 문헌 속 동식물의 도판을 감상하고 그러한 그림이 나올 수 있었던 현장을 생생히 목격했다.
긴 숲을 통과한 기분이다.
생명의 얼굴을 직접 마주하라는 소리를 들은 것도 같다.
컴퓨터 시스템이 대량의 데이터를 순식간에 쏟아내는 시대야말로 ‘관찰‘과 그것을 온전히 내면화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가 지닌 위대하고도 근본적인 무기가 그것이라고, 화면 속 디지털 가상 세계에 갇히지 말자는 호소가 이 책의 곳곳에 묻어 있다.
"그저 살아 있는 존재와 시간을 함께하는 사람"이라 자처하는 그의 그림과 활자를 나는 계속해서 오래 보고 싶다.
_허태임 (식물분류학자, 《숲을 읽는 사람》 저자) - P-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