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경의 소설은 사람살이의 예사로운 모습을 그대로 놓아두지 않고 기기서 생생한 희비극을 찾아내는 뛰어난 역량을 보여준다. 그의 역량 중에는 우리 작가들에게 아주 귀한 덕목인 삐딱한 시선이 있다. 그 야멸찬 사시에 걸려들면 청승맞은 사연도 해학적인 리듬을 띠고 진부한 장면도 씁쓸한 우수를 풍긴다. 그래서 그가 그려낸 인간생활의 풍경은 자연히 다채롭다.
그것에 접하는 동안 우리는 진지한 재미에 빠져드는 한편, 허위나 번역 같은 심리적 착종에서 빚어지는 매혹적인 광경이 인간의 현실. 바로 거기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황종연(문학평론가, 동국대 교수)

연재하는 동안 독자의 반응은 민감했다. 주부들의 항변은 물론이고 인기를 얻기 위해 의도적으로 야하게 쓴다는 비난도 들었으며, 어느 단체로부터는그렇게 쓰도록 종용을 당하고 있지 않으냐는 동정 어린 질문까지 받은 적이 있다. 
격려와 질책을 함께 주셨던 독자들 중에 진희가 유부남에게 품는 감정에 공감한다고 털어놓았던 회사원, 진희에게 빠져 있다는 대법관, 진희가 중절 수술한 날 술을 많이 마셨다는 40대 자영업자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나는 이제 나의 분신을 눈 내리는 연말의 썰렁한 카페에서 전남편을 기다리며 혼자 술을 마시게 만들어 놓고 떠난다. 
진희의 곁에는 아무도 없다. 
감상적인 첫사랑의 얘기를 무심히 떠들어대는 뒷자리의 남자들이 있을 뿐이다.
그처럼 타인만이 존재하는 세상에서 진희가 선택한 사랑의 방식, 그것이 서로 소통이 되지 않는 인간 사이에 사랑을 가능하게 할까.
-은희경, ‘연재를 마치며‘ 에서 - P-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