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시간

목에 힘주다 보면
문틀에 머리 부딪혀 혹이 생긴다

우리는 아픈 생각만 하지
혹 생긴 연유를 모르고
인생을 깨닫지 못한다

낮추어도 낮추어도
우리는 죄가 많다
뽐내어본들 도로무익
시간이 너무 아깝구나 - P-1

축복받은 사람들

찬란한 가을 길목
소소한 바람 불고
사랑은 시인이 한다

해 떨어지는 부둣가
낙엽 뒹구는 간이역
사랑은 나그네가 한다

영혼의 맑은 샘가
세상 부러울 것 없이 충일한 곳
사랑은 가난한 사람이 한다

그 밖에는 그저 그런 생식
탐욕과 이기의 공범자
사랑은 언어도 활자도 아닌 시 그 자체
축복받은 사람들의 것이다 - P-1

대추와 꿀벌

대추를 줍다가
머리대추에 처박고 죽은
꿀벌 한 마리 보았다

단맛에 끌려
파고들다
질식을 했을까

삶과 죽음의
한 한 자리
손바닥에 올려 놓은
대추 한 알

꿀벌 半 대추 半
눈이 시리도록 푸른 가을하늘 - P-1

생각

생각을 하고 또 생각을 하고
수억년 쌓인 지층 모양
생각은 쌓이고 쌓여
내 머리통은 터질 것만 같다

생각 사이로
한 마리 나비가 날으고
생각 사이로
사슴 한 마리 지나가고
생각 사이로
겨울 들판 비둘기 한 마리 있고

그래서
내 머리통은 깨지지 않았나부다 - P-1

感性

다 그렇게 살다 갔을거야
응어리 삼키는 강가
구름 한 점 내마음 한 점

한점
점만큼 줄어든 영혼
펴보면 갈청같이 엷을거야
찢어지겠지 - P-1

시공

새벽 네시쯤
닭장에서 수탉이 울었다
장보고오!
하며 울었다
귀기울여 다시 들었건만
장보고오!
내 마음의 소리인가
닭의 울음인가

언제였던지
연못의 맹꽁이들이
아틀란티스! 아틀란티스!
하며 울었다고
추대를 세우다가
나도 맘속으로
아틀란티스! 아틀란티스!
해보았다 - P-1

황해를 주름잡던
배포 큰 사나이
물 속에 가라앉았다는
전설의 대륙
생각만이
시공을 관류하는구나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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