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시
이별하는 것 말고 다른 것도 할 줄 아는 사람은 시월을 잘 모르는 사람이다. 병동으로 옮겨지기 시작하는 단풍잎. 영혼이 빠져나가 파삭거리기만 하는 풀밭, 초속 오센티미터로 떨어지는 마지막 열매들, 죽은 새끼들을 낙엽에 묻고 날아가는 새들. 그리고 흙장난하는 아이들 이마에 불어오는 사연 많은 바람. 시월엔 가득 찼던 것들과 뜨거워졌던 것들이 저만치 떠날 짐을 꾸린다. 그걸 알아챈 추억들도 남쪽으로 가고, 시월엔 이별이 전부다. 시월은 이별밖에 할 줄 모른다. 시월에 무릎을 꿇는 이유다. 세상엔 만남의 몫이 있는 만큼 헤어짐의 몫도 있어서 이토록 서늘하다.
*신카이 마코토의 애니메이션 제목. - P-1
강물의 개인사
강은 자기 자식들을 만들면서 흘러간다
반쯤 강에 발을 걸친 미루나무를 낳기도 하고검은 조약돌을 낳기도 하고
물고기들의 혼잣말 같은 외로운 알을 낳기도 한다 하루살이의 생애와 물새의 날개를 낳고 잠겼다가 떠오르는 길을 낳기도 한다
그리고 무너지는 인간과 그 인간의 이야기를 낳는다
아픈 마을을 낳고 검은 도시를 낳는다
굴뚝과 네온 불빛과 고무풍선 어지러운 유역을 낳고 - P-1
어부의 탄식과 전설 같은 노래를 낳는다
강이 만들어낸 자식들 누가 이들을 기억해줄까
훌륭한 순간들은 없었을지 모르지만 하구 끝 밤하늘이 밝게 빛나는 건
강에서 태어나 강에서 죽은 이들의 영혼이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 P-1
빗나가고 싶었고, 빗나간 것들에 대해 노래하고 싶었고, 빗나간 것들을 증언하고 싶었다
시는 그랬다. 모든 시는 불온해야 하고 모든 시는 자유로워야 한다.
불온한 시를 만나는 일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과 친해지는 일이다.
내 모든 시를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에 바친다. - P-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