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날이 오지 않아도 온 거고, 
오면 더 좋고,
꿈은 마음속에 이미 이룩한 것을
미래에 단지 물리적으로 확인하는 절차가 아니겠는가?
수많은 원자로 인간이라는 물질이 이루어졌다.
인간의 꿈은 원자들의 패턴이고 작용이다.
우주의 모든 물질이 꿈을 꾼다.
아니 우주가 꿈을 꾼다.
꿈이 물질로 변하기도 하고
물질이 꿈으로 변하기도 한다.
나는, 우리는 이미 꿈을 이룩하였다.
방방곡곡 그리운 건 언제나 상처에서 오고,
꽃은 너무도 불안하여 그만 예뻐져 버렸다.
김주대(시인) - P-1

남편과 자식들의 밥을 밥상 위에 차려주고
여자는 어머니와 시어머니가 그랬던 것처럼언제나 밥상 아래 자신의 밥그릇을 놓습니다정성껏 만든 반찬들 그릇마다 따로 담아
밥상 위에 올려주고
대부분 전날 먹다 남은 것들인 자신의 반찬은바가지나 쭈그러진 양은그릇에 쓸어 담아
밥상 아래 놓습니다
가끔 올리는 생선은 가사를 발라내어
남편 밥그릇에도 놓아주고 자식들 입에도 넣어줍니다
적당한 시간이 흐르면
여자는 가시만 남은 생선을 이리저리 몇 번 할아 봅니다
즐거운 식사 시간
얼마 되지 않는 자신의 반찬을 다 먹고도 여자의 젓가락은
밥상 위의 반찬으로는 가지 않습니다 - P-1

감히 가지 않습니다
밥만 남은 자신의 그릇 이곳저곳을 짚어볼 뿐입니다
남편의 다섯 아이를 낳아주는 동안
남편을 사랑하고 남편의 사랑을 받는 동안
자식을 입히고 먹여 시집 장가 보내는 동안
여자는 숟가락 젓가락도 밥상 위에 올린 적이 없습니다
열여덟에 시집와 아내로 어머니로 산 지 40년
장성한 자식들이 모두 객지로 떠나고
사랑하는 남편이 죽고
여자는 혼자가 되어 밥을 먹습니다
살아온 버릇으로
바닥에 밥그릇을 놓고 먹습니다
여자는 허리가 아프기 시작합니다
병원에 다녀온 어느 따스한 봄날
여자는
부엌 한쪽에 놓아둔 먼지 앉은 밥상을 오래도록 바라봅니다
지난날을 바라보듯 바라봅니다
죽은 남편과 객지로 떠난 자식들을 바라보듯밥상을 바라보던 여자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밥상을 빛나게 닦아
방 한가운데 놓습니다 - P-1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어
밥상 위에 차립니다
숟가락 하나 젓가락 한 별도 밥상 위에 차립니다
밥상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여자는 자식들 대신이라는 듯
죽은 남편 대신이라는 듯
밥상 앞에 정좌하고 천천히 수저를 듭니다
밥상의 높이 30센티미터
여자의 밥그릇과 수저가
그 높이를 오르는 데 40년이 걸렸습니다
여자는 지난날을 씹듯 밥을 오물오물 씹어 먹습니다
우리 어머니 이야기입니다
어떤 여자, 전문 - P155

옛날에 길가에 코스모스 피고
잠자리 노랗게 날던 가을이 있었다
그곳에 가기 위해 나는 늙고 있다
귀향 의지, 전문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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