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노인이 잠시 숨을 돌리는 동안 잠깐 대화를 나눴다.
그는 어느 마을에서 오는 길이었는데 나도 그곳에 갔었다고 했더니 크게 놀랐다.
그는 내가 잠시 머물다 가는 등산객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내가 네팔어로 몇 마디를 해 보았더니 히말라야에 관심을 갖게 된 연유를 물었다.
내겐 그 질문에 대한 답이 있었다. 내가 자란 산이 하나 있는데 그 산에 강한 애착이 있다. 그 산을 알게 된 후에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다른 아름다운 산을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 노인이 말했다. "그렇군요. 그럼 당신은 여덟 개의 산을 돌고 있는 거네요."
"여덟 개의 산요?"
노인은 지팡이를 들어 바닥에 원 하나를 그렸다. 완벽한 원이 그려졌다. 이런 그림을 자주 그려본 듯했다.
그는 원안에 지름을 그리고 가운데 수직선을 하나 그린 다음 중심을 지나는 이등분선을 두 개 더 그어 8등분 된 원을 완성했다.
그런 모양을 그려야 한다면 나는 십자가부터 그렸을 텐데, 동그라미를 먼저 그리는 것은 전형적인 아시아인들의 특징인 듯했다.
"이런 그림을 본적이 있나요?" 노인이 물었다.
"네." 내가 대답했다. "만다라에서요."
"맞아요. 세상의 중심에는 높은 산이 하나 있다고들 하죠. 메루산이에요. 이 메루산 주변에는 여덟 개의 산과 여덟 개의 바 - P-1
다가 있어요. 이것이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이죠."
그는 8등분 된 조각 옆에 작은 점을 찍고 점 사이마다 파도 물결 표시를 해두었다. 여덟 개의 산과 여덟 개의 바다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원의 중앙에 왕관을 하나 그려 넣었다. 메루산의 눈 덮인 정상인 듯했다. 자신의 그림을 잠시 감상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수천 번은 연습했을 그림이 좀처럼 만족스럽지않은 모양이었다. 어쨌든 지팡이로 중심을 가리키면서 마무리를 했다. "여덟 개의 산을 돌아본 사람이 많은 것을 깨달을까요? 아니면 메루산 정상에 올라본 사람이 더 그럴까요?"
닭 운반 장수가 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의미 있는 이야기였고 그 뜻을 이해한 것 같아 나도 따라 웃었다. 그는 손으로 그림을 지웠지만 나는 그것이 잊히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 이 이야기를 브루노에게도 들려줘야겠다고 혼잣말을 했다.
그 당시 내게 세상의 중심은 브루노와 내가 함께 지은 집이었다.
6월에서 10월까지 장기간 그곳에서 지냈고 가끔 친구들을 초대하기도 했다. 그들도 한눈에 반해 버려서 도시에서 그리워했던 친구들을 결국 산에서 얻게 되었다.
평일에는 책을 읽고 글을 쓰기도 하고 장작을 패거나 오솔길을 배회하며 혼자 지냈다. 나에게 고독은 친숙한 조건이 되었다. 하지만 전적으로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여름철이면 토요일마다 나를 찾아오 - P-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