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개가 신이 난 듯 정신없이 뛰어다니다 눈밭 위를뒹구는 장면이다. 그들 앞에 있는 검은 개는 "온몸으로 뛰어오르는 생명력"을 남김 없이 분출하고 있었다.
개는, "어떤 끔찍한 일이 있었지만 그것은 이제 다 아물었으므로 괜찮다는 듯 남아 있는 세 다리로 그렇게 꼬리를 흔들며 눈밭을 뒹굴었다"(p.141).
딸은 남자가 저기 좀 보라고 말하기 이전에 벌써 그들의 장면을 본다. 그러고는 아빠에게도 보라고 손짓한다.
두 사람이 똑같이 봤던 건 뭘까.
지난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서로를 할퀴었던 상처도 사라지지 않는다. 개의 다리가 보여주듯 상처가 없었던 지난 시간은 결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두 사람이 그 개의 활기를 보고 환해졌던 것은, 되돌아가지 않아도 괜찮아질 수 있게 하는 사랑의 힘을 봤기 때문이다.
회복이란 이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과거 지향이 아니라 상처를 안고 새로운 상태로 나아가는 현재 지향이다. 검은 개의 셋뿐인 다리는 매일같이 함께 산책하는 부부의 사랑 속에서 더 튼튼해졌을 것이다. 세 개의 다리는 없는 한 개의 다리를 보여주는 빈자리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사랑을 증명하는 충만한 자리다. - P-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