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놀리면 혼내주고 수두 자국이 있어도 예쁘다고 그녀에게 말해준 유일한사람이었다. 달을 봐봐, 옥미야. 달도 겉이 움푹 패어 있지만 저렇게 빛나고 아름답잖니. 춘식이 삼촌은 여름에 친구들과 무등산에 놀러 갔다가 급류에 휩쓸려 죽었다.
앵무새와 같이 천변을 따라 걷다 보면 이상하게 가마득히 잊고 있던 옛 기억들이 자꾸만 그녀를 찾아왔다. 이튿날 산책할 때는 중학교 시절 친구였던 점선이 생각이 났다. 얼굴이 까맣고 보조개가 귀여웠던 점선이, 말린 낙엽 뒤에 편지를 써서 건네주던 점선이. 점선이는 하숙집 딸이라 그 집에 놀러 가면 언제나 대학생 오빠들이 있었다. 그녀와 점선이를 난생처음 동대문에 생긴 실내 아이스링크에 데려간 것도 그 오빠들이었다.
가슴이 벅차오를 만큼 넓고 웅장했던 아이스링크. 그곳에서는 모두가 추위 따윈 아랑곳 않은 채 얼음 위를 미끄러지고 또 미끄러졌다. 넘어져도 몇 번이고 다시 일어서던 몸들. 땀에 젖은 채 겁 없이 내달리던 젊음. 영원할 것 같던 그 시절도 결국엔 다 사라졌다.
딸 또래의 여자가 열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의 손을 잡고 조심조심 징검다리를 건너는 모습이 보였다. 인서가 초등학교 5학년인가 6학년이었을 때의 일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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