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긴이의 글

오전에는 물리학을, 오후에는 문학 창작을 가르치는 저자가 쓴 글이라니! 이 책에서 제일 먼저 시선을 끌었던 부분은저자의 독특한 이력이었다. 예외 없는 법칙이 지배하는 우주를 연구하는 물리학, 이성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불합리한 인간사를 다루는 문학, 이 둘의 접목은 마치 둥그런 네모와 검은 백조처럼 모순된 조합으로 느껴진다. 그런데 사실 창조는모순돼 보이는 것들이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함께 뒤섞일 때나오는 법이다. 문학적 감수성은 과학 분야에서 무척 중요하다. 위대한 과학적 개념이 세상에 등장할 때마다 그 전개와 검

증은 냉정한 논리를 통해 이루어졌을지 모르나 개념의 출발점에는 어김없이 한순간의 통찰이 있었다. 그리고 이런 통찰은 문학적 감수성을 통해 얻어진다.
뉴턴에게 문학적 감수성이 없었다면 과연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를 보며 만유인력에 대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을까? 문학적 감수성이란 서로 관련이 있어 보이지 않는 다른분야에서 그 ‘다름‘을 관통하는 ‘같음‘의 패턴을 찾아내는 능력을 일컬으며, 우리는 바로 그 통찰의 순간에 경이로움을 느낀다. 이 책에서는 누구보다 문학적 감수성이 풍부한 과학자앨런 라이트먼이 현대물리학의 이모저모를 바라보며 깊이 있는 통찰을 보여준다. 물리학의 이야기를 문학에서 느끼는 가슴 뭉클한 감동과 함께 전달하는 것이다. 이 책이 과학 서적이면서도 한 편의 수필집에 더 가깝게 느껴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2016년 초인류 대표 바둑기사 이세돌을 꺾은 알파고AlphaGo를 보며 어느새 인간의 지력을 넘보는 인공지능을 기대와 우려가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래도 이 직관적통찰만큼은 아직 인공지능이 넘볼 수 없는 인간만의 영역이아닐까 생각한다. 기계가 신문기사도 쓰는 세상이지만 아직

은 인공지능이 쓴 소설을 읽고 싶은 생각이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옮긴이의 글을 쓰고 바로 그다음 날 인공지능이 쓴 소설이 있다는 기사를 접하고 소설을 읽었다. 과연 인간의 개입 없이 어디까지가 순수하게 인공지능의 창작인지는 알 수 없지만 요즘 들어 인공지능에게 자꾸만 뒤통수를 얻어맞는 기분이다.)앨런 라이트먼은 이 책에서 7가지의 우주를 소개한다. 이우주들을 통해 그는 최근 물리학과 우주론에서 이루어진 발견들이 인류가 오랫동안 품어 왔던 질문에 어떻게 답하고 있는지 탐구한다. 이 우주에는 우리만 살고 있는가? 과학은 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을까? 종교적 경험을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을까? 우리는 왜 영원을 갈구하는가? 앨런 라이트먼은 과학자이자 소설가로서의 재주를 살려 물리학을 씨실 삼고, 인문학을 날실 삼아 이런 질문에 대한 나름의 대답을 짜나간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개념 중 아무래도 가장 흥미로운 것은 1장 「우연의 우주에 나오는 다중우주다. 이것이 요즘 SF소설이나 영화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하는 것을 보면 다중우주라는 개념 자체에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요소가 들어있는 듯하다. 사실 이 개념은 철학적으로 무척 중요하다. 이론

물리학자들은 오랫동안 우주의 모든 존재가 소수의 법칙과매개변수에 의해 유도되는 ‘필연적인 우주‘를 꿈꿨다. 하지만다중우주의 개념은 우리 우주, 그리고 그 안에 사는 우리라는 존재가 우연에 의해 나왔다는 주장에 설득력을 더한다. 심란한 것은 그런 주장이 맞는지 틀리는지조차 증명할 수 없다는 점이다! 오늘날 인간이 파악하는 우주는 태양계를 벗어나지 못하던 초보적인 수준에서 우리 은하, 다른 은하계, 가시우주를 넘어 다중우주에 이르기까지 어마어마한 속도로 넓어지고 있다. 우주의 실제 팽창속도가 아무리 빠르다고 해도인간이 파악하는 우주의 팽창 속도에 비하면 새발의 피일 것이다. 하지만 7장 「분리된 우주」에서 앨런 라이트먼은 기술의빠른 발달로 세상이 그 어느 때보다 넓어지고 있다는 환상을갖게 되었지만 오히려 우리가 진정으로 접촉하는 세상은 좁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앨런 라이트먼은 이 책을 통해 과학자이자 작가로서의경력, 그리고 남편이자 아버지로서의 경험을 살려 세상의 다양한 모순을 살펴보고 있다. 우리는 왜 유한한 삶을 살면서도영원을 꿈꿀까? 왜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자녀를 보며기뻐하면서도 다 큰 자식을 보면서 어린 시절의 모습을 그리

워할까? 그는 자신은 분명 무신론자이고, 물리적 우주의 모든 속성과 사건들이 법칙의 지배를 받으며 그 법칙들이 시간과 공간에 상관없이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과학의 핵심 교리를 100퍼센트 믿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신의 존재를 애써 부정하려 드는 과학자를 보며 눈살을 찌푸리고, 과학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질서‘가 존재하는 공간을 인정한다. 그는 이 작지만 작지 않은 책을 통해 과학과 종교, 영성, 예술, 문학의 화해를 시도하고 있다.
이 책은 ‘과학의 결‘과 ‘인문학의 결‘을 어긋남 없이 살갑게어울렀다. 이것이 바로 물리학과 인문학을 아우르고 있는 저자의 힘이 아닌가 싶다.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서 이런 인문학적 소양이 아쉽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우리는 학생 시절부터분명한 답이 존재하는, 그것도 단 하나의 답만 존재하는 문제를 푸는 데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인지 물고기가 물이 없는 세상에는 생명체가 살 수 없으며 모든 세상은 반드시 물로 채워져야 한다고 우기는 것처럼, 모두 자신의 우주가 이 세상의 유일한 우주라 주장하고 우긴다. 하지만 ‘다름‘을 관통하는 ‘같음‘을 바라볼 수 있을 때라야 비로소 우리는 서로의 차이를존중하고 화해할 수 있을 것이다. 독자 여러분도 이 책에 소개

된 일곱의 우주 옆에 자기만의 우주를 하나씩 마련해서 서로를 초대해보면 어떨까. 나와 다른 우주를 바라보며 삶을 관통하는 ‘같음‘을 통찰해보자.
2016년 4월김성훈

아름답고 정제된 언어로경이로움의 불꽃을 일으키는 귀중한 과학 저자다산북스에서 출간하는 앨런 라이트먼의 책

초월하는 뇌

인간의 뇌는 어떻게 영성, 기쁨, 경이로움을 발명하는가앨런 라이트먼 지음 김성훈 옮김앨런 라이트먼이 뇌과학, 철학, 심리학을 넘나들며 파헤친 인간의 의식과 영혼의 비밀. 지금껏 한 번도 속 시원하게 해결된 적 없는 까다로운 질문, "물질적인 뇌가 어떻게 자아, 영혼 같은 비물질적이고 초월적인 경험을 가능케 하는가"에 대해 응답한다. 아리스토텔레스부터데카르트, 아인슈타인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의식과 경험에 관한 인류최고 지성의 사유와, 과학의 최전선에서 최신 이론을 만들어내는 동시대 과학자들과의 대화를 바탕으로 과학적 세계관과 인간의 초월적경험 사이에 이 둘이 양립할 수 있는 새로운 자리를 개척한다.

과학이 세상을 바꾼 순간

인류의 삶을 바꾼 22가지 과학 혁명의 순간들앨런 라이트먼 지음 박미용 옮김 이성렬, 김경순, 김창규 논문 옮김앨런 라이트먼이 집대성한 20세기 과학사. 과학사에서 가장 위대한발견을 이끌어낸 천재 과학자들의 생애와 업적, 그리고 그들을 가장잘 보여주는 기록인 원전 논문을 다룬다. 막스 플랑크의 양자 발견부터 프랭클린 • 왓슨. 크릭의 DNA 구조 발견을 거쳐 폴 버그의 인공 생명체까지. 현대 과학 최고의 발견과 그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한 권의책으로 소개한다. 현대 과학의 제반을 설명하고, 그 발견을 이룬 천재들이 어떻게 사고했는지 탐색하는 이 책은 창의성이 필요한 모든 사람에게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지극히 거대한 공간 속 작은 존재로서
우리는 우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MIT 천재 물리학자이자 인문학 교수,
앨런 라이트먼이 들려주는 인간 존재와 우주의 신비


"이 세상에는 분명 우주에 관한 서로 다른 수많은 관점이 존재한다. 이책은 그중 7가지 관점을 탐험할 것이다. 이 탐험을 통해 우리는 과학과 종교 사이의 대화, 영원을 갈구하는 인간의 욕망과 자연의 덧없는 본질 사이에서 빚어지는 충돌, 인간의 존재가 그저 하나의 우연에 불과할 가능성, 현대 기술이 우리가 세상을 직접 경험하지 못하도록 단절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 나아가 거대한 공간 속에 서 있는 작은 존재로서, 우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_시작하는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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