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임진왜란 이후부터 청나라의 침입 이전까지의 어수선한 세월 속에서 정말 있을 법한 사실을 서술하고 있다. 

최척전은 하 수상한 세월의 풍파 속에서 민초들의 삶이 얼마나 서글펐는지를, 그리고 사람의 마음이란 시공간을 초월하여 모두 비슷하다는 점을 다시금 우리에게 일깨워 준다.

작자 조위한(1567~1649)은이이야기를 쓰게 된 경위를 소설의 끝에 기록해 놓았는데, 이는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는 대목 같기도 하다.

아! 부모 자식, 부부, 시아버지와 장모, 형제 등 온 식구가 네 나라에 흩어져 20여 년간 한스럽게 살았고 적의 나라에 살면서 위험한 상황을 몇 차례나 겪었지만, 마침내 다시 모여 화목한 가정을 이루었으니 과연 뜻대로 되지 않은 일이 하나도 없도다! 이 어찌 사람의 힘으로 될 일이겠는가! ()

내가 남원 주포에 살고 있을 때 최척이 때로 찾아와 자기가 겪었던 일을 말해 주며 그 사연을 기록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내 그가 겪은 기이한 일이 혹시 잊히거나 잘못 전해질까 염려하여 대략 줄거리를 기록하였다. 1621년 2월에 조위한 쓰다.

「최척전」 

중에서행복을 원하고 살기를 바라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세상사는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기에, 우리는 늘 이상과현실 사이에서 괴리감을 겪는다. 아마도 부조리라는 것은 그러한 상황을 지칭하는 말이리라.
최척은 본래 남원 사람으로, 아버지의 권유에 따라 글을 배우러 간집에서 아름다운 여인(옥영)을 보고 사랑에 빠진다. 둘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후 결혼하게 되고, 이후 행복한 결혼 생활을 보내며 첫 아이 몽석을 얻는다. 그러나 1597년 일본이 다시 조선을 침입하는 정유재란이 일어나고, 최척은 피란길에서 아내와 아들 동석을 잃어버리

게 된다. 최척은 명나라 여유문에 의해 좋은 평가를 받아 함께 중국으로 건너간다. 이후 중국을 유람하기도 하며 다른 삶을 살아가던 최은 주우리는 친구와 함께 배를 타고 무역 일을 하면서 이곳저곳을 떠돌게 된다.

한편 최척의 아내 옥영은 남장을 한 상태에서 포로로 붙잡혀 살아있었다. 돈우리는 일본군 병사의 포로가 되었는데, 그는 옥영을 죽이지 않고 자신의 집안일과 무역 일을 돕도록 부탁한다. 일반적인 임진왜란 이야기에서는 일본군의 잔학한 면모만 부각되는 것에 비해, 『최척전은 당대에 쓰인 책이면서도 일본인 병사 중에도 인간적이고 착한 사람이 있다는, 상당히 파격적인 설정을 보여 준다. 옥영과 돋우는어느 날 무역을 위해 멀리 안남, 지금의 베트남에 이르게 된다.

이 무렵 최척도 안남에 무역을 하러 들르게 되고 울적한 심정에 평소 자신이 부르던 노래를 피리로 연주하는데, 저 멀리 정박한 배에서그에 맞추어 조선말로 시를 읊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 시는 신혼 시절옥영이 지었던 것으로, 두 사람은 설마 하는 심정에 다음 날 서로를찾아 나서고, 결국 재회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헤어짐과 만남의 과정은 아직 끝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이후 중국에 정착하여 다시 아들을 낳았는데 꿈에서 신선을 보았다 하여 몽선이라 이름 지었다. 첫째 아들 몽석은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으므로, 몽선을 아끼는 그들의 마음은더욱 컸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몽선은 성인이 된다. 이때 동네에 살던 홍도라는 중국 아가씨가 몽선과의 혼인을 간곡히 부탁하는데, 그

곡절 역시 안쓰럽다. 그의 아버지가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 군대로 조선에 출정하여 생사를 알 수 없게 되었기에, 조선 사람과 결혼한다면언젠가 아버지가 묻힌 땅을 가 볼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홍도의 깊은 뜻에 최척 일가는 그녀를 며느리로 맞이하고 다시 삶은 계속된다.
이후 1618년, 최척은 군대를 따라 나중에 청나라가 되는 후금의 세력을 막기 위해 만주에서 전투를 벌이다 포로가 된다. 포로수용소에서 몇 개월이 지나면서 안면을 익힌 한 젊은이에게 자신의 기구한 인생사를 말하게 되었는데, 놀랍게도 그 청년이 바로 자신이 잃어버린 첫아이 몽석이었다. 

포로로 재회한 두 사람은 천신만고 끝에 탈출하여 조선 땅에 도달하지만, 심한 병에 걸린 최척은 생사를 헤매게 된다. 이때 침술을 할 줄 아는 나그네의 도움으로 간신히 고비를 넘겼는데, 통성명 끝에 그가 며느리 홍도의 아버지임을 알게 된다.

한편 중국에 머물고 있던 아내 옥영과 며느리 홍도, 그리고 아들 몽선은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자 마음을 굳게 먹고 조선 땅으로 건너가기로 결심한다. 그리하여 작은 배를 타고 조선으로 출발한 그들은 해적을 만나고 배가 난파되는 등 천신만고 끝에 조선에 도착하여 남원에 이른다. 30년 전의 옛 동네 모습이 그대로인 것을 보고 회한에 젖었는데, 최척의 옛집을 보고 혹여나 하여 방문하게 된다. 

문을 여는 순간 최척과 옥영, 두 아들, 그리고 홍도와 그 아버지 진위경은 극적으로 상봉한다. 너무나도 기이한 이 사실을 남원 부윤이 임금께 고하고, 그들 모두는 남원에서 오래도록 머물며 여생을 마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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