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여자는 관리가 될 수 없습니까?"
"여인으로서 관모에 손댈 수 있는 자는 오직 초선뿐이란다."
"그러면 저도 초선이 되겠습니다."

<폐월: 초선전>은 딸이나 아내, 혹은 첩이나 종으로 살다 죽은 젊은 여자의 생을 되살려낸다. 
마치 그녀의 때 이른 죽음이 몹시 부당하다는 듯, 그러한 서사는 그녀의 몫이 아니라는 듯말이다. 
그러나 그녀에게 영원한 삶을 부여하거나 신적인 위치를 부여하고자 하는 것은 이 소설이 하려는 바가 아니다. 초선은 죽을 것이다. 그러나 자유로운 인간으로 자연이 부여한 명을다하고 순리대로 죽을 것이다.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어금니가 빠지고 머리가 하얗게 센 채로 늙어가다 
이내 명을 다할 것이다.
그것이 한 인간이 태어나서 누릴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지위이기 때문이다. 
박서련이 그녀에게 주고자 한 것은 바로 그러한 인간됨의 시간이다. 
---전승민(문학평론가)

선과 악, 사랑과 폭력을 모두 경험하고 그것을 남김없이 세계의 일부로 받아든 인간의 존엄한 자기 탄생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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