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도 등을 판매하는 ‘브라이어스앤드브라이어스‘ Bryars&Bryars의 팀브라이어스는 
‘상업적으로 가능한 임대료 commercially viable rent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 분야가 확실한 개성 있는 독립 상점들이 살아남으려면 다른 무엇보다 충성도 높은 고객과 현실적으로 감당할 만한 수준의 임대료가 선결 과제라는 당연한 사실을 세실 코트에서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세실 가문의 의지를 단순히 미담이나 개인의 선의로만 볼 일이 아니다. 

영국은 프랑스대혁명과 선거법 개정 투쟁 등의 시대를 겪으며 온건한 개혁을 이루어왔다. 
혁명을 두려워한 영국의 지배층은
 ‘보수를 위한 개혁 03을 추구해왔고, 
세실 가문의 철학은 그런 과정을 통해 체득한 도덕적 전통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서양사학자 박지향은 
영국적인너무나 영국적인』에서 19세기 영국 지식인의 핵심 가치는 
도덕적 의무감‘이라고 말한 바 있다. 

간단히 말해 평민을 위한 노블레스 오블리주는이들에게 내재화된 전통이다.

런던 도심에는 하이드 파크를 비롯해 켄싱턴 가든, 리첸트 파크,
리치먼드 파크 등 여덟 곳의 큰 공원이 있는데 하나같이 왕실 소유다.
영국 왕실과 귀족들이 영지 소유권은 갖되 공공을 위해 개방하거나 양보하는 사례는 보기 어렵지 않다. 
말하자면 영국 지배층의 현명한 현실주의의 결과인 셈이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영국 책방을 살피는 일이만만치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화와 전통이란 어느 날 뚝 떨어지는게 아니라 오랜 시간을 공들어 훈련한 결과가 아니던가.


파커 대중 출판의 시대에는 대형 체인서점 방식이 통했다. 그때는아마존이 없었다. 독자는 ‘아마존‘을 겪으며 자신이 방에서 무엇을원하는지를 새롭게 깨닫기 시작했다. 

반스앤노블‘은 ‘아마존‘과 경쟁하느라 이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도리어 ‘아마콘‘을 따라잡기 위해안간힘을 썼다. 한때 반스앤노블 1층은 책 대신 레고 세트 탈색인형 퍼즐, 초콜릿 등으로 가득 차 있었다. 책은 위에 올라가서야만날 수 있었다. 매출을 높이려는 자구책이었다.
2023년 새 단장을 마친 반스앤노블‘ 뉴욕 어퍼 웨스트사이드지점은 달랐다. 1층의 온갖 잡동사니를 모두 걷어내고 기본으로 돌아갔다. 책방 문을 열면 작은 원형 나무 테이블에 진열한 책을 살피며 여유를 경험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서점업은 다른 소매업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상폼의 범위와 다양성이다. 다른 어떤 것보다 책은 다품종 소량 생산의특징을 지닌다. 이 특징을 지역에 맞게 어떻게 반영해야 하는지 심사숙교해야 한다. 이를 제대로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서점원이다. 

돈트는 서점원에 대해 흥미로운 정의를 내렸다.
"서점원은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사람 가운데 덜 상업적인 사람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상업성에 대해 덜 걱정할수록, 책방은 상업적으로 더 잘 돌아간다. "

곱씹어볼 말이다. 돈트북스‘의 총괄 매니저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우리가 꿈꾸는 책방은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 아니라 독자들을 새로운 세계로 이끄는 플랫폼이다. 많은 사람이 책방의 위기를 얘기하지만 독자의 흥미를 자아내는 메뉴를 내놓는다면살아남을 수 있다. 20년 전 쇠락의 길에서 기사회생한 런던의펀처럼 "책방은 독자에게 구체적 물성을 지닌 책을 파는 공간이다. 디지털변혁기에도 이 공간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책방만큼 매력적이고 독자가 참여해 즐길 수 있는 공간은 많지 않다. 한 번 읽은 뒤 버리는 ‘킬링타임용 도서나 실용적 목적으로 구매하는 책들은 전자책으로 대체될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좋아하는 걸 보고 아름다운 물건을 소장하고 싶어 한다. 책도 마찬가지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이 마음이 변하지 않는 한, 좋은 책방은 여전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제임스 돈트가 반스앤노블‘을 독립서점처럼 바꾸고 책을 책답게 대접하려는이유가 여기에 있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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