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밤 그의 손을 꼬옥 붙들고 잤다. 행여 내가 잠든 사이에라도 당신의 영혼이 육신을 훌쩍 떠나가지 않도록 지키고 있다는 몸짓이었고, 그도 그걸 알아주길 바랐다.
이렇게 결코 그를 혼자 죽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처럼 굴면서나는 뒤로 조금씩 그의 장사 치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와 나의 교적이 있는 본당 연령회장 댁 전화번호를 비롯해서 오랫동안 격조했지만 알려야 할 친척들의 연락처까지 수소문해서 메모해놓는가 하면, 임종의 장소를 집으로 할 것인가 병원으로 할것인가를 자식들과 수군수군 의논하기도 했다. 그리고 환갑 때 찍은 사진 중 부부의 사진을 딸을 시켜 사진관에 보내 아버지만 홀로 떼어내어 영정으로 쓰기에 적당한 크기로 확대를 해오도록 했다. 넉넉한 사랑을 받으며 나이 먹은 티가 역력한 흡족하고 평화로운 미소가 마음에 들어 골라잡은 사진이었다. 
그러나 미리 만든 영정 사진을 받아보고 나는 그만 나쁜 짓을 하다가 들킨 것처럼 가슴이 뜨끔하고 말았다. 장식 없는 나무들 속에 확대된 그의 미소는 암만 해도 나하고 나란히 앉아 찍은 환갑 사진 속의 그가 아니었다. 그는 내가 끊임없이 불어넣은 거짓 희망에 속아주고 있을 뿐 결코 정말 속고 있는 건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엷은 미소가 감도는 눈매는 남의 속을 지그시 들여다보면서도 노염을 타거나 무안을 주려는 게 아니라 연민으로 감싸는 쏠쏠함 때문에 우는 것 같기도 하고 괜찮아, 괜찮아, 하면서 되레 나를 위로하는 것 같기도 했다.

여덟 개나 되는 모자는 다 그가 죽음을 앞둔 마지막 1년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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