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짓을 해 버렸단 말인가? 그녀 존재의 핵심에 있던(그게 무엇이었을하기 무언가를 앗아가 버렸단 말인가? 하지만 나 자신도 그렇게 못하는 주제에, 어떻게 그녀가 버텨나가길 기대한단 말인가? 내 마음태로 꾸며낸 그녀의 용기로 끝까지 살아나가기를 온몸으로 실천하기름, 어떻게 그녀에게 바란단 말인가? 모이라가 나처럼 되는 건 싫다. 굴복하고, 순응하고, 근근이 제목숨이나 연명하게 되는 건 싫다. 결국은 그게 문제다. 나는 모이라에게서 용감무쌍함을 기대한다. 허세를 부리고, 영웅적인 행동을 하고, 홀홀단신 적진에 뛰어들어 전투를 벌이기를 기대한다.
내 걱정은 마." 그녀가 말한다. 내가 하는 생각을 대강 알아차린모양이다. ‘나 아직 제정신이야. 나야. 보면 알잖아. 어쨌든 이렇게생각해 봐. 이건 별로 나쁘지 않은걸. 주위에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동성애자의 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란 말야." 모이라는 이제 나를 놀리고 있다. 자신의 원기를 과시하고 있다.
그러자 기분이 좀 나아진다. ‘그래도 그냥 너를 내버려둬?" 내버려두냐고? 오히려 나서서 권장한다. 야, 자기네들끼리 여기를 뭐라고 부르는 줄 알아? ‘이세벨의 집‘이래. 아주머니들이 보기에우리는 어차피 저주받은 존재니까 아예 포기하고 우리가 무슨 죄악을 저지르건 상관도 안 해, 사령관들도 우리가 여가 시간에 하는 일에 대해서는 신경 안 쓰고, 오히려 여자들이 여자들을 깔고 누운 풍경은 자극적이라고 한다니까." "다른 여자들도 다 그래?"
이런 연설이 끝난 뒤에 예외바른 박수갈채가 이어지고 잔디밭에서 홍차와 쿠키를 대접하지 않는다는 게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다. 서론이 대충 끝났군. 나는 생각한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겠지.
리디아 아주머니는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꾸깃꾸깃한 종이를 한장 꺼낸다. 그녀는 종이를 펼쳐 살펴보면서 지나치게 뜸을 들인다. 그렇게 해서 우리를 길들이고,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확실히 알게하려는 거다. 말없이 종이의 글을 읽는 자기 모습을 우리가 지켜보게 함으로써 자신의 특권을 과시하려는 거다.
천박해, 나는 생각한다. 제발 빨리 해치워 버려. "과거에는 실제의 ‘구제‘에 앞서 죄수들이 기소된 범죄의 자세한내역을 설명하는 절차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공공연한 설명을 하면, 특히 TV로 방영할 경우에 예외 없이 모방범죄가폭발적으로 증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이러한 절차를 생략하는 것이 모두를 위해 최선의 일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더 이상 복잡한 절차 없이 ‘제‘를 진행하겠습니다."
모두들 한꺼번에 웅성웅성 소리를 낸다. 다른 사람들의 범죄는우리들끼리의 은밀한 언어였다. 그 내역을 통해 우리는 우리 자신이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때문이다. 이건 대중이 호응할 발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박수갈채를 만끽하고 있는 듯 눈을 깜박거리며 미소를 짓고 있는 리디아 아주머니의 얼굴만 봐서는 절대 알 수 없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전부 머리로 다 상상해 내야 한다. 각자 알아서 추정해야만 한다. 첫 번째 여자, 그들이 지금 의자
에서 일으켜 세우고 있는 여자, 검은 장갑을 낀 손들에 위 팔뚝을 붙들린 여자, 그녀는 책을 읽었을까? 아냐, 그건 3급 범죄로 겨우 한쪽 손을 자를 뿐이다. 부정(不貞), 아니면 사령관의 목숨을 노렸던 건가? 아니, 그보다는 사령관의 아내를 죽이려고 했다는 게 더 그럴싸하다. 우리는 아마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아내의 경우에는 ‘구제‘당할 만한 범죄가 대체로 단 하나밖에 없다. 그들은 우리에게 무슨 짓을 해도 문책받지 않지만, 단 하나 우리를 죽이는 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뜨개질 바늘이나 정원 가위나, 주방에서 훔친 칼들로 우리를 살해해서는 안 된다. 특히 우리가 아기를 가지고 있을 때에는더더욱 그렇다. 물론, 간통 죄일 수도 있다. 그럴 가능성은 상존하는 법. 아니면 탈출을 기도했거나. "오브찰스" 리디아 아주머니가 이름을 부른다. 내가 아는 사람 중에는 그런이름이 없다. 여자가 앞으로 끌려나온다. 그녀는 온 신경을 걷는 데만 집중하는 사람처럼 한 발, 그다음에 다른 발, 힘겹게 옮긴다. 약에 취한 게 틀림없다. 입가에는 술 취한 듯 몽롱한 미소가 떠올라 있다. 그녀는 한쪽 얼굴을 찡그리면서, 카메라를 향해 어울리지 않는 윙크를 던진다. 물론, 방송에는 절대 나가지 않을 것이다. 이건 생중계가아니다. ‘구제자‘ 두 사람이 그녀의 손을 등 뒤로 돌려 묶는다. 내 뒤에서 구역질하는 소리가 들린다. 이래서 우리가 아침 식사를 하지 않는 거다. "아마 틀림없이 재닌일 거야."
아니면 정말 해코지를 해 버린다면? 그들의 만행은 상상조차 하고싶지 않다. 아니면 루크를, 그들이 루크를 붙잡고 있다면? 아니면 우리 엄마나 모이라나 그 외 누구라도 아, 하느님, 제발 선택을 강요하지 말아 주세요. 난 견뎌내지 못할 거예요. 나는 잘 알고 있어요. 모이라는 나를 제대로 알고 있었던 거야. 나는 그들이 원하는 말은 뭐든지 털어놓을 사람이다. 누구든 고발해 버릴 거다. 사실이다.
첫 비명소리가 터져 나오는 대로, 아니 흐느껴 우는 소리 하나에도, 나는젤리처럼 흐물흐물해져 버리고 말 거다. 무슨 죄목이든 닥치는 대로 자백하고, ‘장벽‘의 갈고리에 매달린 신세가 되고 말 거다. 고개를 숙이고 똑바로 봐 하고 스스로에게 타이르곤 했다. 이젠 다 소용없다.
나는 집으로 오는 길 내내 마음속으로 이렇게 혼잣말을 했다. 모퉁이에서 우리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서로를 보고 인사한다. "그분의 눈 아래." 방심할 수 없는 새로운 오브글렌이 말한다. "그분의 눈 아래." 나는 열띤 어조로 말하려고 애쓴다.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그런연기가 도움이 된다는 듯이. 그러자 그녀는 이상한 짓을 한다. 그녀는 몸을 앞으로 숙이고, 우리 머리에 쓴 하얗고 딱딱한 눈 가리개가 거의 닿을 정도로 가까이다가왔다. 창백한 다갈색 눈과, 거미줄 같이 미세한 뺨의 잔주름이똑똑히 보였다. 그녀는 마른 낙엽처럼 서걱거리는 목소리로, 재빨리말했다. "그 여자는 목매달아 자살했어요. ‘구제‘가 있은 다음에 체포하러
영미 페미니즘 문학의 거장 마거릿 애트우드의 대표작! 전체주의 사회 속에 갇혀버린 한 여성의 독백을 통해성과 권력의 어두운 관계를 파헤친 섬뜩한 디스토피아 소설
‘총독문학상‘, ‘아서 C. 클라크 상‘ 수상 ‘부커 상‘, ‘네뷸러상‘
노미네이트21세기 중반, 전 지구적 전쟁과 환경오염으로 출생률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미국은 극심한 혼란 상태에 빠진다. 이때를 틈타 가부장제와 성경을 근본으로 한 전체주의 국가 ‘길리아드‘가 일어나 국민들을 폭력으로 억압하는데,
특히 여성들을 여러 계급으로 분류하여 교묘하게 통제하고 착취하기 시작한다. 평화롭게 살던 주인공은 어느 날 갑자기 이름과 가족을 뺏긴 채 사령관의 ‘시녀‘가 되어, 삼엄한 감시 속에 그의 아이를 수태하도록 강요받는다.
성과 권력의 어두운 관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소조지 오웰의 『1984』만큼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워싱턴 포스트>최고의 스릴러 소설이며, 소설의 기본 요소가 재미에 있음을 일깨워 주는 작품-<뉴욕 타임스>
휘파람을 불면서, 까마득하게 멀어 보인다. 하느님, 당신이 원하신다면 난 못할 일이 없어요. 나는 기도한다. 이제 주님이 내 주인이 되셨으니, 정말로 원하시기만 한다면 나자신을 하얗게 지워 버리겠어요. 진정 내 모든 것을 비우고, 참된 성배가 되겠어요. 닉을 포기하겠어요. 다른 사람들도 까맣게 잊겠어요. 불평도 그만두겠어요. 내게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겠어요. 희생하겠어요. 참회하겠어요. 모든 권리를 포기하겠어요. 모든 인연을 끊겠어요. 옳지 못하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어쨌든 그런 생각을 한다. 그들이 레드 센터에서 가르친 모든 것들, 내가 이제까지 저항했던 모든것들이 물밀 듯이 밀려들어 한꺼번에 나를 덮친다. 고통은 싫다. 머리는 얼굴 없는 계란형의 천주머니가 되고, 두 발은 허공에 매달린댄서가 되고 싶지는 않다. ‘장벽‘에 걸린 인형이 되고 싶지는 않다. 날개 없는 천사가 되고 싶지는 않다. 어떤 식으로든, 계속 살아가고싶다. 내 몸은 다른 사람들 마음대로 쓰라고 맡기겠다. 그들이 내 몸을 가지고 무슨 짓을 해도 좋다. 나는 비굴하다. 처음으로, 나는 그들의 진정한 힘을 실감한다. 나는 꽃밭을 넘어 버드나무를 지나쳐 뒷문을 향해 걷는다. 저 안에 들어가면 안전할 것이다. 방 안에서 무릎을 털썩 꿇고, 감사한 마음으로 가구 광택제 냄새가 실린 묵은 공기를 허파 가득 들이마실터이다. 세레나 조이가 정문으로 나와 계단 위에 서 있다. 그녀가 나를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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