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섣달그믐 밤에다카시가 벌거벗은 채로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눈밭에서 뒹군다.
그의 비명은 백 년의 시간 동안인간이 거쳐온 폭력과 고통의 응축된 표현이자<만엔원년의 풋볼> 전체 중에서도가장 아름다운 장면이다.
다카시가 목소리를 죽이며 지르는 비명은,
구덩이 속에 갇혀 십여 년을 보낸백 년 전의 증조부 동생의 비명이자,
스스로 자원해 맞아죽기를 택한 S형의 비명이기도 하다.
미쓰사부로는 동생의 광기 어린 재현으로다카시와 같은 ‘자기처벌‘ 욕구에 이끌리지만최종적으로는 스스로를 구원해낸다.
‘쥐새끼 같은‘ 자신이더라도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음을이해한 것이다. 진실로 이해하고 치유의 실마리를 찾았기에그의 ‘기대‘와 ‘풀의 집‘은 소중하다.
-세종대 일문학과 교수 박유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