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 문제를 붙들고 서로 다른 방식으로 분투한다는 점에서 
말 한 번 나눠본적 없는 이들에게 느슨한 동지 의식마저 느낀다. 
한편 그들은늘 나를 긴장시키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만큼은 써야 좋은작품이지" 하고 말하는 듯한 놀라운 소설을 발견할 때면 등근육에 힘이 들어간다. 그래, 질 수는 없지! 

소설에 이기고 지는 것이 어디 있겠냐마는 동료 소설가의 탁월한 소설은 언제나 나에게 정체하지 말 것을 주문하는 경고이자 축복이다.

소개하고 싶은 책들을 손꼽아봤지만 너무 추천을 줄줄 늘어놓았다가는 독자를 질리게 할 것 같고, 특히 한국 SF는 내가 속해 있는 장이기에 사심을 배제할 수 없어 일부러 언급을 줄이는 것에 양해를 구하고 싶다. 

그래도 내가 데뷔하기 전부터 큰 영향을 받은 단편들이 실린 네 권의 책, 
듀나 태평양횡단 특급 
배명훈 예술과 중력가속도」, 
정소연 『옆집의 영희씨』, 
김보영 『다섯 번째 감각만큼은 꼭 추천하고 넘어가야겠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소설가들의 각각 다른 개성과 매력이 담긴, 한국 SF의 강렬한 색깔을 담은 소설집들이다. 거의 모든 소설이 선명하고 아름답다. 그들과 동시대에 같은 장에서 소설을 쓰고 있음에 기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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