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나도 이런 것을 만들고 싶다.
‘이런 것‘이 뭔지 그때는 몰랐다. 적어도 애니메이션을 만들겠다는 생각이 아닌 건 확실했다. 
소설이어야 한다거나 글이어야 한다는 생각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건 아마 형식조차 분명하지 않은, 추상적인 무언가였을 것이다. 

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혹은 마음을 가득 채우는 것. 출렁이게 하고 확 쏟아버리게 하는 것. 뒤늦게 다시 주워 담아보지만, 더는 이전과 같지 않은 것.

이야기를 쓰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근원에 있는 마음을 묻게 될 때 나는 가로등 길을 따라 집으로 걸어 돌아오던 열여덟 살의 밤을 생각한다. 
눈은 잔뜩 부었고 내일의 피로는 예정되어 있지만 마음은 행복감으로 차 있었다. 

사실 나는 그영화의 내용을 많이 잊어버렸다. 정확히 어떤 장면과 대사에 울고 웃었는지 세부 사항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때의 기분만큼은 기억한다. 무언가가 너무 좋아서 이런 것을 만들고 싶다는 갈망이 뭉게뭉게 생겨나던 순간을 어떤 이야기와 사랑에 빠질 때의 그 기분, 그것을 재현하고 싶다는 바람이 나의 ‘쓰고 싶다‘는 마음 중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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