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집 거위가 야생 거위를 만나 도망갔다가 새끼를데리고 돌아오는 모습을 본 적도 있고, 야생 거위의 행동에 대해 철새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그녀는 언어를 사용해서 자연에 대한 지식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작가 미셸 투르니에 Michel Tournier는 후에 닐스의 모험을 장 드 라퐁텐 Jean de La Fontaine의 우화나 앙투안 드생텍쥐페리 Antoine de Saint-Exupéry의 『어린 왕자 The LittlePrince』와 동급의 고전이라고 평가했다.
내 눈에 닐스의 날개 달린 친구들은 그 이야기에 등장하는 어느 누구보다도 빛을 발한다. 새는 현실 속에서도동화 같은 존재이다. 종이에 적힌 글자만큼 가벼운 데다놀라운 감각을 가진 덕분에 폭풍우가 치는 바다와 광대한 대륙을 건너 원하는 장소에 정확하게 도달할 수 있지않은가.
새의 비행을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싶은 욕심을 품은적이 있었다. 그래서 꽤 더웠던 어느 9월 저녁에 나는 베멘회이로 향하는 마지막 버스에 올랐다. 닐스가 모험을시작한 바로 그곳이었다. 텐트, 그리고 새처럼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을 줄 별자리 지도가 그려진 우산도 챙겼다. 최종 목적지는 철새가 지나가는 길에 위치한 팔스터보 해안이었다. 버스가 종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져서어두웠지만, 등대에서 비치는 불빛 덕분에 풀이 짧으면서도 수평선이 가까운 장소를 찾을 수 있었다. 그곳에 텐트를 치고 자리를 잡았다. 이내 텐트 위에서 부드럽게 웅

모든 것을 감안하면 벌의 춤은 향기로우면서 수학적인 언어이고, 시와 토지 측량술을 결합한 언어라고 할 수 있겠다. 

수학에서는 모든 것이 명료하고 정확하며 꼭 필요한 것만 남긴 채 압축되는 반면 시에서는 감각적 연상과 암시적 표현을 통해 많은 것을 담아낸다. 

말하지 않은 말은 말 사이의 긴장감을 자아내서 꽃과 벌의 관계에서처럼 떨림이 만들어진다. 벌의 춤은 꽃에서부터 시작해 바람과 주변 환경의 중요한 정보를 모두 아우르는 완벽하고도 자연스러운 소통 방식이다. 이 모든 것이 시적이지만 그와 동시에 정확하게 전달이 된다.

무엇보다도 그들의 춤은 함께 사는 세상에 관한 이야기다. 한 마리의 벌이라도 도움이나 격려를 원하면 특정냄새나 페로몬을 사용해서 언제라도 자신의 요구를 전할수 있다. 이런 식의 즉각적 호소에서 언어가 시작된 것이아닐까? 
그렇다면 다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언어는성원이 일정 수를 이루거나 그들이 함께 생활할 때 발달하는 것일까, 아니면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 더불어 일할 때 만들어지는 것일까? 그 모두가 사실일 수도 있다.

어찌 되었든 벌은 장엄하고 독특한 언어가 만들어질 수있는 과정 중 하나를 잘 보여 주고 있다.
벌의 언어를 발견한 것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고 폰프리슈는 1973년에 노벨상을 수상했다. 동물 행동학을연구한 로렌츠와 틴베르헌과 공동 수상이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물고기가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추축했고 그 추측은 맞은 듯하다. 현대의 과학자는 짜증이나 경고, 전투 신호를 전달하는 물고기 소리를 해석할 줄알게 되었다. 게다가 물고기는 지느러미를 다른 위치에놓거나 몸의 색깔 혹은 무늬를 변화시키는 등의 보디랭귀지로도 다양한 뉘앙스를 전달한다. 어떤 물고기는 심지어 자신의 종, 나이, 성적 성숙도, 성격 등을 잠재적 짝짓기 상대에게 알리는 전기장을 가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인류는 지구상에 사는 생물의 98퍼센트가 사용하는 의사소통의 방법을 간과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 세상과 우리를 분리하는 유일한 것은 얇은 물 한 겹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물 표면 아래에는 광범위한 음파 네트워크가 존재한다. 

솔로, 듀엣, 합창 등의 멜로디가 이음파에 실려 전해진다. 새와 마찬가지로 수컷 물고기도새벽 여명과 저녁 황혼 무렵에 암컷을 위한 노래를 부른다. 어린 대구가 먹고 자라는 망둑어류는 암컷이 수컷의노래를 듣기 전까지 짝짓기를 하지 못한다. 불행하게도 요즘은 인간이 오락의 목적으로 이용하는 모터보트와 수상 스포츠 기구들이 내는 큰 소리 때문에 망둑어의 노랫

마치 일어날 일을 예상할수 있기라도 한 듯,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녀석의 자신감이 엿보였다. 길을 가다가 이와 비슷한 느낌을 받은 적이있다. 예전에 나는 노루가 두 개의 철사 선 사이로 몸을정확히 날려 울타리를 빠져나가는 광경을 목격했다. 녀석은 자기 몸이 빠져나갈 수 있는지를 순식간에 계산했을 것이다. 야생에서는 찰나의 순간에 온 세상이 담긴다.
그렇다, 새끼 여우는 배워야 할 것이 엄청나게 많고 아마 나름의 방식으로 그 배움은 이미 시작되었을 것이다.

언젠가 스크류드라이버를 가지러 목공용 헛간에 슬쩍 들어갔다. 그때 마루 밑 공간에서 서로 다투면서 무엇인가를 끌고 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잘 정돈된 연장들 사이에서 있었지만 내 발 바로 아래에서는 완전히 다른 형태의 삶이 벌어지고 있었다. 세상의 잠재력을 흥미롭게 시험하는 듯했다.

창고는 놀이더 역할도 하는 것 같았다. 로프가 몇 개나와 있었는데, 새끼 여우들이 여러 로프의 길이를 측정해보거나 아니면 줄다리기 시합이 벌어졌다고밖에 볼 수없는 흔적이 남아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새끼 여우들

최초의 원자들이 움직이며 발생한 진동은 우주 전체로 퍼져 나가면서 소위 컴퓨터의 <플리커 잡음>의 원인이 되었다. 이것은 멀리 떨어진 항성계에서만 발견되는 현상이 아니라 지구의 물길과 바람, 자연재해, 심지어 주식 시장의 변동에도 존재한다.
심지어 살아 있는 생물들 사이에서도 서로 연관된 소리 패턴이 존재한다. 

긴팔원숭이의 노래를 2배속으로 들으면 새소리처럼 들리고 더 느린 속도로 들으면 고래 소리처럼 들린다. 음파를 그려 보면 모두 같은 패턴을 보인다. 가지가 나무를 닮은 모양으로 자라는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단지 크기와 속도가 다를 뿐이다.

한편 속도는 생물종 사이의 또 다른 차이도 보완해 준다. 벌은 1초 사이에 내가 볼 수 있는 것보다 1백 배나 빠른 움직임을 이해할 수 있다. 신진대사가 빠른 작은 동물은 큰 동물보다 더 높은 밀도로 세상을 감각한다. 작은 명금류와 쥐의 심장은 1분에 6백 번이나 뛰기 때문에 바람결에 떨리는 이파리처럼 파닥이는 반면 고래의 심장은1백 배나 느리다. 결국 평생 뛰는 심장 박동 수는 작은 동물이나 큰 동물이 모두 비슷해진다.

이 숫자들은 박자표의 기능을 하는 것일까? 곤충이 십육분음표, 포유류가 사분음표로 움직인다면 터벅거리는오소리의 발걸음은 온음표일 것이다. 모든 동물은 무한대의 변주가 가능한 음악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 그들의발밑에는 지구의 중심에서부터 자기장으로 울려 퍼지는로미

그러나 매우 오랫동안 그는 사람들에게서 밀려오는후각 정보에 대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냄새 분자는 가장 오래된 삶과 생명의 표현법일까? 동물 세계의 페로몬처럼 냄새는 희석되지 않은 생명의 정수를 담고 있으며 수백만 년 동안 인간에게 큰 도움이 되어 왔다. 

새로 태어난 아기는 냄새로엄마의 젖을 찾고 나쁜 냄새를 통해 음식이 썩었다는 사실을 파악한다. 멀리 떨어진 경우에도 냄새를 통해 상대방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알 수 있다. 나에게 다가오는동물이 잠재적인 포식자일까. 먹이일까, 짝짓기 상대일까? 존재 하나하나를 수십만 개의 분자가 둘러싸서 그 개체만의 독특한 냄새를 형성한다.

냄새가 종의 경계를 넘어서면 그 해석이 더 다양해진다. 침엽수림의 향기로운 냄새는 테르펜을 함유하고 있어서 미생물을 억제한다. 진드기, 나방, 벼룩이 라벤더를 싫어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인간과 벌은 같은 향기를 좋아한다. 바로 그 때문에 우리는 꽃향기를 빌려 향수를 만든다. 나비가 장미 향을 내면서 짝짓기 상대를 유혹하는 일과 비슷하다. 

수천 년 동안 우리는 꽃잎, 과일 껍질, 씨앗, 이파리 등으로 향수를 만들었고 심지어 뿌리와나무껍질도 사용해 왔다. 이 무형의 에센스는 음악의 음조처럼 만들어지는데 베이스 노트, 하트 노트, 톱 노트라는 향수 용어만 보아도 그 유사성을 짐작할 수 있다. 19세기의 한 향수 제조업자는 다장조 음계 전체에 해당하는

향기를 만들었는데, D는 바이올렛, E는 아카시아. F는 월하향, G는 오렌지꽃, A는 막 자른 건초, B는 개사철쑥, C는 녹나무였다. 다른 꽃향기로 또 다른 음계를 만들 수도 있다. 

음악의 세계만큼 향기의 세계에도 다양한 변주곡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톱 노트는 코에 제일 먼저 감지가 되고 가장 먼저 사라지는 향기다. 하트 노트는 재스민과 장미 향부터 말린 정향 향기까지 다양하다. 베이스 노트에는 해변이나 비 온뒤의 숲과 비슷한 향기가 나는 마른 떡갈나무 등이 사용된다. 
가장 대표적인 베이스 노트는 백단유 향기다. 샌들우드라고도 부르는 백단향에서 나오는 오일은 마음을 차분하게 만드는 동시에 관능적으로 흥분시키는 효과를 낸다. 나무 에센스는 따뜻한 기운이 있기 때문이다.
향유고래에서 나오는 용연향 같은 동물적인 베이스노트도 있다. 용연향은 한때 황금이나 노예만큼 진귀한 대우를 받은 신비로운 에센스다. 깊은 바다에서 온 용연향은 몇 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이 물질은 원래 향유고래의 위에서 소화되지 않고 남아 있던 두족류의 뼈가풍부한 지방으로 둘러싸여 있다가 배설된 것으로 보통해변에서 발견된다.
은은하든 화려하든, 차분하는 흥분을 시키든지 간에 향수의 향기는 생명이 용솟음치고 흐르는 다양한 곳에서 채취를 한다. 

삶이 그렇고 음악이 그렇듯, 향기도 서서히변화하고 사라지기는 하지만 조용하면서도 치열한 향기

사람들이 서로다른 생물종 사이에 세운 벽은 애초에 가르지 않아야 할것들을 가르고 있었다. 나는 그 순간 깨달았다. 우리 집벽은 개미와 벌이 단열을 해주고 있었으며, 우리 집 천장은 새집의 바닥이고 우리 집 바닥은 여우 집의 천장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한가지 질문이 여전히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모든 유기체가 어떻게 무너지거나 흩어지지 않고 하나의 전체를이루어 낼 수 있었을까?

 나는 수많은 점을 찍어 형상을 묘사하는 점묘화와 컴퓨터 화면의 화소를 떠올렸다. 점이 많을수록 그림이 더 선명해지는 이유는 각각의 점이 색이나 세부 사항을 명확히 만드는 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하나의 서사로 잇는 일은 불가능하다. 일반적인 이야기에서는 모든 사건이 하나의 시점을 중심으로 벌어지지만, 지구상에 생명이 충만해지게 된 사건은 그런 식으로 벌어지지 않았다. 

미술 수업 시간에 나는 르네상스 시대에 등장한 황금 비율을 사용해서 원근감을 주는 기법을 배웠다. 놀랍게도 자연에서도 똑같은 비율을찾을 수 있다. 작가 페테르 닐손Peter Nilson은 달팽이, 솔방울, 해바라기에서 황금 비율을 찾아냈다. 자연과 예술이 비슷한 규칙을 따르고 있었던 것이다.
천문학자이기도 했던 닐손은 우주의 형태와 음악 사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