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편지가 올 것을 생각하면 미리미리 기쁘다
물과 나무가 시들어 떨어지면 바로 뿌리에서 싹이 돋아나고 눈 내리는 추운 겨울일지라도 마침내 날아오는 먼지에서 봄기운은 온다. 모든 것들을 시들게 하는 기운 가운데서도 태어나고 성장하는 기운이 항상 주를 이루니 이것으로 곧 자연의 마음을 알수 있다.
겨울 속에 입춘이 들어있듯이 눈 밑에 봄이 와 있다는 말이 있다. 그와 비슷한 의미로 미국의 작가 루시 쇼는 이런 근사한 말을 했다. "봄은 긴긴 겨울이 주먹 속에 쥐고 있는 희망이다." 그 겨울의 주먹이 펴지는 날 희망이 올 것이라는 두근거림을 갖게 된다. 희망은 땅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루쉰이 말했듯 ‘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길이 되는것‘이며, 사람 사이에 길이 생기면 그것이 곧 소통이라
는 희망이 된다. 그러나 희망은 필요하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며, 절망은 필요 없다고 해서 버려지는것이 아니다. 3월이 가까워오면 새 기운으로 나무들이 푸른빛을띠기 시작한다. 그때가 되면 나도 새 기운으로 가슴이설렌다. 시든 가운데서도 태어나는 기운이 가득 찬 것이 자연의 마음이다. 그 마음이 나에게도 옮아와, 변모하는 새로운 시를 써야겠다는 각오가 생긴다. 마음이 겨울처럼 얼어있는 사람에게는 들어오던 새기운도 나가게 되고, 마음이 봄기운처럼 부드러운 사람에게는 나가려는 기운도 새롭게 들어오게 될 것이다. 마음을 봄기운으로 살려야 몸도 건강해진다는 사실을 날이 갈수록 실감하게 된다. 살아 있는 기운이없는 몸은 불 꺼진 재와 같다. 이라크게나는 해마다 입춘이 될 무렵에 ‘ 써서 현관문에 붙여 놓고 봄을 맞이한다. 문을 여닫을때마다 눈앞에 보이는 네 글자가 마치 새 기운을 주는봄 같이 내 마음속에 들어온다. 봄이 올 것을 생각하면 나는 미리미리 반갑다. "네 편지가 올 것을 생각하
줄리안 반스의 소설 「플로베르의 앵무새」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여자들은 약해졌을 때 음모를 꾸미고 두렵기 때문에 거짓말을 하지만 남자들은 강할 때 음모를 꾸미고오만하기 때문에 거짓말을 한다." 문제는 욕심이다. 남자거나 여자거나, 약하거나 강하거나, 두렵거나 오만하거나 간에 마음에 욕심이 차면 조용한 곳에 있어도 마음은 시끄럽고, 마음을 비우면 저절로 맑아진다는 사실이 오늘은, 평범한 것이 가장 오래가고 좋다는 말처럼 느껴진다. 욕심을 버리고본래의 마음을 찾는 일이 진정한 생명운동 아닐까. 마음을 살리는 일이 어쩌면 생태계를 살리는 일보다 더중요한 일일지 모른다. 거미는 자신의 몸에서 생의 자양분을 뽑아내 집을짓고 먹이를 구하는데 우리는 끊임없는 욕망과 욕심으로 사람과의 관계를 끊기도 하고 세상의 물결을 끊기도 한다. 욕망은 욕망으로 억제되는 것이 아니라 만족할 줄 아는 마음이 생기면 저절로 사라진다. 행복하기는 아주 쉽다. 가진 것에 만족하고 사랑하면 된다.
나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내가 내 신념에 회의를 갖기 전에 많은 것을 소유하려고만 하고 많이 존재하지못했다는 회의가 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평소에 이런저런 이유로 세상에 대해 부정적인생각을 더 많이 해왔다. 세상에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은 없고, 그저 할 수 없다고 당연하게 여기는 일들이있을 뿐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당신 덕분에 세상이 조금 더 나아졌다‘는 한 줄의 편지는 세상을 바로보지 않은 나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나는 세상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는데 스콧 니어링은 세상을 낫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 편지는, 쓰다듬으면 향기가 백 리까지 간다는 백리향보다 더 향기롭고 멀리 퍼지는 종소리처럼 내가슴에 크게 울린다. 우리를 살게 만드는 것은 참마음에서 나온 참말인 것 같다. 미움과 갈등을 용서와 화해로 바꾸는 것은 ‘미안합니다‘라는 단 한 마디라고 한다. 단 한 마디의 말이 울림이 큰 것은 그 말 속에 간절함이 들어있기 때문일것이다. 88
말도 있는 것일 게다. 또한, ‘법은 사멸한다. 그러나 책은 불멸한다. 가난한 자는 책으로 부자가 되고 부자는 책으로 귀해진다‘ 고 하고 ‘정신에 원기를 주는 데는 책 읽는 것이 가장좋다‘는 말도 있다. 한 독자가 톨스토이에게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좋은 사람을 만나든가 아니면 좋은 책을 만나라고 했다. 오프라 윈프리는 책에 관해 이렇게말했다. "내 인생에서 책이 없었다면 오늘의 나는 결코 없었을 것이다. 참담한 환경 속에서도 책을 항상 들고 있었다." 빌 게이츠 역시 이렇게 말했다. "책이야말로 오늘의 나를 만든 일등공신이다. 책 속에서 나는 많은 영감을 얻었고 위대한 정신을 만날 수있었다. 책은 언제나 나의 가장 절친한 친구였다." 나도 죽음에서 살아나 생명과도 같은 책을 쓰고 싶다는 마음으로 『마음의 수수밭」이란 시집을 냈다. 모든 정신을 가다듬어 시에 집중했을 때, 가난한 나는
시집으로 부자가 되었고 그 시집이 내 존재의 이유가되었다. 책을 멀리 하고서 도덕을 실천한 사람은 거의 없고, 책을 멀리 하고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사람은 없다. 청나라 사람 장조가 쓴 「유몽영」이라는 책에 이런 시가 나온다. "젊은 시절의 독서는 틈 사이로달을 엿보는 것과 같고중년의 독서는 뜰 가운데에서달을 바라보는 것과 같으며노년의 독서는 누각 위에서달구경하는 것과 같다." 노년 독서의 깊고 넓은 시야를 예찬한 글이다. 젊은시절엔 같은 책을 읽어도 구름 틈 사이로 얼비치는 달을, 달만 간신히 보게 된다. 중년엔 환하고 여유롭게그 빛을 즐기기는 하지만 울 밖의 달 풍경은 볼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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