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불가단행‘이요. ‘복불가재구‘니라, 禍不可單行 福不可再求재앙은 홀로 오는 법이 없고 복은 다시 구할 수 없는 것이거니. 6년 전에 집을 고쳤다. 그런데 지붕의 빗물이 제대로 홀러내리지 못했는지 추녀 아래에다 덧댄 합판이 썩어 가기시작했다. 어찌나 볼썽사납게 썩어 문드러지는지 6년 만에아주 헌 집이 된 것 같았다. 금년 여름은 국지성 호우가 잦을 것이라는 중장기 일기예보를 접하고는, 아뿔싸, 하는 마음에서 수리를 결심했다. 추녀 위의 방수 작업을 다시하고배수 시스템을 바꾸고, 썩어 버린 합판을 새것으로 교체했다. 참 좋았다. 새집 같았다. 국지성 호우야, 올 테면 와 봐라. 나는 추녀 수리를 끝내었다. 이러면서 좀 까불었다. 추녀 공사 끝나기가 무섭게 시골집을 돌봐 주는 분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큰일 났습니다. 이번 큰비에 불어날 대로 불어난 골 물이 축대를 쳤습니다. 축대가 15미터 정도 무너지면서, 땅을 쓸어가 버렸습니다! 이 일을 어쩌면 좋습니까?" 시골집. 내가 심은, 그리고 내가 심하게 자랑한 나무들이 자라고 있는 곳이다. 마른침 삼키면서 기회를 보고 있
렵을 좋아한다. 인도 말로는 이런 순간을 ‘드히아나‘라고한다지 아마. ‘선‘이라는 말이 여기에서 나왔다지 아마. 눈 감은 것도, 뜬 것도 아닌 상태. 확실하게 아는 것도, 전혀 모르는 것도 아닌 상태. 나는 앎과 모름의 가장자리를서성거릴 때 행복을 느낀다.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내가 참 좋아하는, 함민복 시인의 시집 제목. 모르는 사람들아, 내가 가르치겠다너희가 끝내 모르도록내가 참 좋아하는, 독일 시인 라이너 쿤체의 시구.
잔인한 4월, 고라니한 마리
‘책 나이프‘ 할 때의 이 ‘잭‘은 ‘잘난 수컷‘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잭 나이프‘는 솜씨 좋고 잘난 수컷들이 사용하는 주머니 칼이라는 뜻이다. 산중에 사는 잘난 수컷은 ‘마운틴 잭 강가에 사는 잘난 수컷은 ‘리버 잭‘이다. 그런데이 ‘잭‘이라는 말이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밀렵꾼들이 사용하는 불법 ‘올무(덫)‘를 지칭하는 말로 바뀌었다. 솜씨 좋은 수컷이 아닌 야바위꾼 같은 밀렵꾼이 쓰게 하기에는 참아까운 말이다. 우리 시골집 마당을 찾아오는 길고양이 한 마리는 다리하나가 잘린 채 절룩거리며 먹을거리를 구걸한다. 다리 하나 잘린 개도 한 마리 시골집을 드나들면서 음식 쓰레기를 먹어 치운다. 잭에 걸려 다리를 하나씩 잃은 동물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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