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백래시 속에서도 20년간 이어져온 ‘기적의 강의실‘
장춘익 교수의 <여성주의철학> 교육혁명에서 다음 세대의 페미니즘을 들여다보다
2000년부터 약 20년간 한 대학의 철학과에서 <여성주의철학> 수업이 이어졌다.
혐오와 대립, 갈등과 대결의 물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학생들과 함께 페미니즘 담론을 나눠온 이 특별한 수업은 지난 2021년, 강의를 이끌었던 장춘익 교수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날 때까지 계속되어 왔다.
이 책은 보편적 세계관으로서 페미니즘을 지향하고 실제로 그렇게 작동했던 한 교육적 실천,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나의 삶을 바꾼 수업으로 경험되었던 어떤 교육 사례에 대한 기억이자 보고이고, 이야기이자 이론적 해석이며, 또 그에 대한 집단적 대화이자 비평이다.
여성주의는 일종의 세계관이다.
여성주의는 정체성의 정치이자, 사회정의이자, 다학제 연구의 핵심적 가치관이자 연구 방법론이며, 당파성의 정치학이자 메타 젠더이다.
한국 사회에서 남녀를 통틀어 여성주의를 이렇게 정의하고 실천하는 학자는 많지 않다.
장춘익 선생님의 ‘정확한 여성주의 인식은 그가 자신의 성별과 학제를 초월한 훌륭한 지식인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정희진 (여성학 박사, 「페미니즘의 도전』 저자)
여성주의는 억압받는 여성의 현실을 비판하며, 대안적인 가족과 젠더 관계를 모색하고, 남성 중심 사회체제에 저항하면서 가부장제의 타파 혹은 변형을 추구한다. 남성 교수가 남성 기득권의 포기를 전제로 하는 여성주의를 강의한다는 것 자체가 실천적인 차원에서 대학에서 이루어진 교육혁명이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CAU 펠로우 교수, 사회 불평등 연구)
장춘익 선생님의 <여성주의철학>은 우리 사회의 사회정의 담론이 노동과 경제 계급 중심의 평등 담른에서 이제는 여성 및 환경 문제로 선회해야 한다는 통찰로부터 비롯되었다. 교수자의 존중과 관심 속에서, 성차별과 권력 불평등의 문제에 대해 평등하고 개방적으로 토론하는 과정에서 학습자들은 비판적 자기인식과 규범의 전환을 이루어 내었다.
일종의 고고학적 역사학적 탐구의 호기심과 인내심으로 이 놀라운 강의실의 존재를 증명해낸 ‘장춘익 교육실천 연구회‘의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김은희 (경인교대 윤리교육과 교수, 여성주의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