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할머니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로연결되고 만 것, 내가 ‘갸(덕용이 삼촌)‘가 되어 버린 것,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내가 ‘가‘가 될 수밖에 없던 사정에 대해 이해하게 됩니다. 할머니에게 있어 위로받아야 할 사람은 할머니 당신이 아니라, 당신이 외면한 ‘갸(덕용이 삼촌)‘였다고 말이죠. 이제는 사라져 버린‘가를 위로하기 위해 그렇게 같은 이야기를 하고, 또 하고, 계속 반복했다고요.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저는 위로를 목적으로 하는 모든 행위는 다 큰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것은 다른 어떤 것보다도 가장 우위에 있고 가치 있는 행위라고 봅니다. 우리의 전통 중에도 억울하게 죽어간 원혼들을 위로하는 ‘씻김굿‘이 수백 년을 이어 오고 있는 게 그 증거가 아닐까요?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위로가 필요합니다. 국가나 종교의 존재 이유 중 가장 큰 것도, 어쩌면 이러한 위로가 아닐까요? 그것은 우리 사회가 건강한 사회로 발전해 가기 위해 반드시거쳐야 할 과정인 거죠. 만약 현실에서 할 수 없다면 초현실 세계에서라도, 아니면 ‘식스센스‘ 같은 초현실적인 방법으로라도요. 그렇게, 억울하게 죽은 이들을 위로하고 한을 푸는 ‘해원‘ 의식이여러 문학 작품 속에 녹아 있는 게 우연만은 아닐 것입니다. 특히 이작품이 추구하는 ‘해원‘이 비슷한 양상으로 나타난 소설, 윤흥길의「장마」가 그렇습니다. 현대적인 관점에서는 미신이라 할 수 있는 외
나의 행동 덕분에 ‘나‘의 친할머니와 외할머니 사이의 갈등이 해소되고, 억울한 죽음을 당한 것으로 추정되는 삼촌의 한과, 아들을 향한사무치는 그리움을 가슴 속에 묻어 둔 채 지옥을 살던 할머니의 상처까지도 다 씻겨 나가게 됩니다. 이게 바로 ‘해원‘인 것이고, 「할머니, 이젠 걱정 마세요」에서 할머니가 천길 가슴속에 꾹꾹 눌러둔 말을꺼낸 것도, 이러한 ‘해원‘의 일종일 거라 봅니다. 그것이 할머니의 묵은 상처를 어루만졌고, 더 나아가 끔찍하게 삶을 마감한 덕용이 삼촌의 영혼을 위로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반백 년 만에 이루어진 위로인셈이죠. 그 위로 덕분에 ‘나‘도 ‘할머니, 이젠 걱정 마세요‘란 말을 할수 있게 된게 아닐까요? 역사의 상처와 질곡을 헤치며 살아온 전 세대에게 다음 세대가 건네는 위로.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21세기인 지금 시대에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전쟁에 대해, 그리고 전쟁으로 인해 파괴된 수많은 삶에 대해, 그 후로도 오랜 세월을상처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혹은 살아가게 될 사람들에 대해, 이 작품이 공감의 다리가 되길 빌어 봅니다. 그렇게 공감하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세상엔 좀 더 온기가 많아질 것입니다.
문학 작품의 바다에서 ‘세 가지 열쇠말‘이라는 내비게이션으로창조적인 해석의 물고기를 낚아 봅니다!
우리가 소설을 읽는 이유는 다른 무엇보다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기왕 시간들여 애써 읽었다면 작가가 독자에게 보내고 싶었던 메시지를 정확히 읽어내는 것이 좋겠지요. 소설을 읽고 그것이 무엇을 말하는지 설명이 길어지면 흥미도 떨어지고 주인과손님이 뒤바뀐 듯 느껴져 당혹스럽습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청소년에게 문학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함께 쓴 『세 가지 열쇠말로 여는 문학 이야기』는 확실히 다릅니다. 누구나 즐겨 읽었거나 읽어 볼 만한 소설을 추려내어 그 작품을 해설했습니다. 작품을 해설하는 요령도 간단하면서도 핵심을 정확히 건드렸는데, 한 작품을 세가지 열쇠말로 분석하고 해설했지요. 예를 들면 만세전은 식민지, 무덤, 허무주의라는 열쇠말로, 「조동관 약은똥깐, 실시간 검색어, 풍자라는 열쇠말로 작품을 풀어냈습니다. 처음 가는 길은 내비게이션이 가리키는 대로 찾아가면 훨씬 수월하게 목적지에이를 수 있는 법입니다. 작품의 주제와 상징을 잘 찾아내지 못한다면 세 가지 열쇠말로 여는 문학 이야기를 길잡이로 삼아 보길 바랍니다. 물론, 이 세가지 열쇠말이작품의 숨은 뜻을 다 밝히는 만능열쇠는 아니겠지요.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열쇠말을 스스로 떠올리고 이를 그물 삼아 작품이라는 바다에 던지면 작품의 주제와 상징, 그리고 구성 방식이라는 큰 물고기를 낚아챌 수 있을터입니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나중에는 스스로 창조적인 해석을 해내는 독자로 성장하리라 믿습니다. -이권우(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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