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린은 말문이 막혔다.
"오래전 언젠가 네 눈빛이 나에게 알려줬지. 증오가 아니라 환상이 동력이 될 수도 있다고... 그래서 나는 다른 꿈을 꾸게됐어. 네가 지상을 말할 때 반짝이는 눈빛이 좋아서, 너를 먼 곳까지 데려다주고 싶었어. 네게 세계를 돌려주고 싶었어. 어쩌면이 행성 전체가, 네가 마땅히 거닐었어야 할 곳이니까."
"전 이런 걸 바란 적이 없어요!"
"아니, 너는 원했어. 태린. 넌 나와 지상에 가고 싶어했잖아?
그리고 지금도....."
이제프가 태린을 빤히 보며 말했다.
"지금도 그렇지."

그게 아니라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태린은 입을 열 수없었다. 왜냐하면 정말로 그랬으니까. 태린은 이제프와 지상을 걷고 싶었다. 그와 함께하고 싶었다. 아름다운 것들을 보고 싶었다.

그럼에도 지금은, 마음이 무너지는 아픔을 견디며 말해야 했다.
"이런 방식으로는 아니에요. 나와 무관하지 않은, 수많은 사람들을 도구 삼아 가겠다는 게 아니에요. 

나는 그냥・・・・・・ 그곳으로 갈 거예요. 변이를 감수하고, 고통을 감수하고. 
이전과 같이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갈 거예요. 
이제프, 당신의 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어요. 
날 보내주세요."

이제프가 대답하지 않았으므로 태린도 입을 다물었다. 

이제프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손에 총을 들지도, 다른 무기를 꺼내지도 않은 채. 그저 슬픈 얼굴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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