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루프

소설 앤솔러지를 만들 때, 그러니까 여러 작가가 같은 주제로작업해 한권의 책을 묶을 때 내가 제일 신경 쓰는 요소는 ‘어떻게 해야 제일 눈에 띄는 걸 쓸 수 있을까‘다. 유치하지만 이게 솔직한 본심이라 작가의 말에서나마 고백해 본다.
「고백-루프」가 수록된 소설집 「그래서 우리는 사랑을 하지』(돌베개)의 테마는 ‘청소년 퀴어 로맨스‘였다. 사랑에 빠진 퀴어 청소년이 나오는 이야기. 같은 조건을 공유하는 여러 편의소설 중에서 가장 독특한 것을 쓰려면 어떤 요소를 더해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루프 장르의 법칙을 떠올렸다.
콤플렉스가 뚜렷해서 심사가 조금 꼬여 버린 사람과 그 사람을 무조건적으로 사랑하는 누군가의 사이에서 벌어지는 소동을 나는 무척 좋아한다. 개인적으로는 이것을 『금오신화』 같다.‘고 표현한다. 자기의 부족함을 잘 알고 있는, 알다 못해 확대 해석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갑작스레 다가오는 사랑이 이롭고도 두려울 수밖에 없다. 상대방은 자기와 대조적으로 완벽하게만 느껴지고, 그런 상대방이 자기를 좋아하는 게 진심일리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렇지만 결핍을 안고 있는 사람에게사랑은 꼭 필요하다. 사랑은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이 처음으로 자신을 긍정할 근거가 되기도 하니까.

결국은 그 어떤 사랑도 기적의 예외가 아니다. 
사랑이 지닌 놀라운 속성을 생각해 볼 때, 루프라는 장치도 따지고 보면 대단히 놀라울 것은 없는 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