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지 못하는 아버지에게 음식을 주지 않고 방치해 존속살해죄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은 사건입니다. 그의 아버지가뇌출혈로 쓰러져 온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기 때문에코에 끼워진 호스로 음식을 계속 주입해주고, 대소변도 치워주고, 욕창이 생기지 않게 2시간마다 체위도 바꿔주는 간병인이 필요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김씨는 시급 7천원 받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을 뿐 다른 재산이 없었고, 어머니는 집을 나갔고 고모들은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김씨의 호주머니는 금세 비어갔고 월세 30만원을 여러번 연체했으며 휴대전화와 도시가스도 끊겼습니다. 
김씨에 따르면 어느 날 아버지가 자신에게 속삭이듯 말했습니다. "미안하다. 너 하고 싶은거하면서 행복하게 살아라. 필요한 거 있으면 아버지가 부를테니까, 그전에는 아버지 방에 들어오지 마라." 며칠 후 김씨가아버지 방문을 열었더니 부패한 냄새와 함께 아버지의 시신이발견되었고 김씨는 존속살해죄로 체포되어 수사와 재판을 받았습니다.
아버지의 간병비를 다른 가족이나 국가가 마련해줄 수 있었다면 이런 비극적인 일이 일어났을까요? 아마 아닐 겁니다. 
이사건에는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가 반영되어 있습니다. 아버지는 고령화를, 김씨는 청년실업 문제를, 김씨의 가족은 가족해체로 인한 돌봄의 개인화 문제를 직간접적으로 겪고 있습니다.

제노사이드를 저질렀다는 것은 한 사람으로 치면 사이코패스의 엽기적 살인을 저지른 것 이상으로 패륜적인 행위를 했다는말입니다. 
나치는 유대인 600만명을 비롯하여 슬라브인, 집시,
장애인 등 1천만명 넘게 죽였습니다. 
독일군은 총알을 아끼기 위해서 ‘치클론B‘"라는 살충제를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제2차대전 당시는 물론이고 이후 오랫동안 독일의 기성세때는 자국이 심각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자신들이 패전했기 때문에 그런 책임추궁을 당하는 것일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1960년대 후반 젊은 층을 중심으로 과거 부모 세대들이 일으킨 전쟁이 용인 가능한 수준을 넘어선 범죄였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이후 알려진 바와같이 독일은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적극적으로 하기 시작했습니다.

나치의 홀로코스트의 실무 책임자는 아돌프 아이히만(AdolfEichmann)이었습니다. 그는 독일이 패전한 후에 아르헨티나로 도망가서 15년 동안 건설회사 직원으로 신분을 위장하고 살았으나, 그의 아들이 하필 유대인 홀로코스트 희생자의 딸과 사귀

면서 아버지의 정체를 말하게 되자 그 여자친구가 이스라엘 정부에 신고하는 바람에 결국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 요원들에게 납치되었습니다. 
그는 1962년 사형이 집행되기 전 개월간 재판을 받았는데, 이 재판을 시종일관 관찰한 해나 아렌트(Hannah Arendt)라는 유대인 정치철학자는 아이히만이 악마가 아니라 오히려 성실한 관료였다면서, 사람이 거대한 기계속 톱니바퀴로서 관료제의 타성에 젖을 경우 선악에 대한 판단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악의 평범성‘이라는 명제를 제시했습니다. 
거대한 사회구조 안에서 인간은 개인적 도덕성의 수준과 무관하게 악마나 사이코패스가 하는 짓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국내사례 중에서 정치적·사회적 분위기가 범죄를 야기한 경우로는 형제복지원 사건이 떠오릅니다. 
형제복지원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부산에 있었던 부랑자 강제수용소입니다. 

1987년에 이곳의 실상이 세상에 드러나면서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되었을 때 이곳에서 폭력 등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 사람의 수가 512명이었습니다. 
이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확인되는 사망자 숫자는 657명까지 늘어납니다. 
그래서 이 사건을 한국판 홀로코스트라고 하고, 형제복지원을 한국의 아우슈비츠라고도합니다. 제가 「알쓸범잡」 첫 방송에서 소개한 사건이기도 한데,
당시 촬영을 위해 그곳에 가보았을 때 1980년대 인권유린의 상

다. 감시와 감독을 해야 할 공무원이나 경찰이 그런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가정폭력도, 학교폭력도, 직장 갑질도, 국가권력의 횡포도 그러한 닫힌 공간에서 창궐하게 됩니다. 
이른바 ‘도가니‘ 사건(인화학교 성폭력사건)도 폐쇄된 특수학교에서 가능했던 일입니다. 군대에서 수많은 가혹행위가 발생하는 것도군이 폐쇄된 곳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외부와 단절되어 폐쇄된 공간에서는, 마치 자욱한 연기로 가득 찼지만 환기가 안 되는 고깃집처럼, 고유한 질서와 규율과 문화가 사람들을 통제하게 됩니다. 
폐쇄공간에는 구성원의 최소한의 인권을 보호하는 법의 기능이 침투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모든 닫힌 공간에는 비상구를 내놓아야 합니다. 안에서 밖을 볼 수 있고 밖에서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환기를 시킬 수 있는 창문도 나 있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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