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또 한 번 해결책을 찾았다고 안심하는 사람들도있었지만 대개는 무언가 더 남아 있을 거라는 미적지근한예감에 시달렸다. 그도 그럴 것이 여전히 지구 곳곳에서 사람들은 비극을 잊었다. 살해 현장에서는 바로 파티가 열렸고, 대학살은 순식간에 정당화되었으며, 독재자의 자녀들이 적법하게 정권을 계승받았다. 똑같은 구호를 외치며 똑같은 테러를 저질렀다. 비극을 잊어버리는 시대의 전쟁이란 말할 것도 없이 참혹했다. 인류의 역사가 곤두박질치고있다고, 그나마 가치 있던 부분이 끝장났다고 고개를 흔드는 사람과 비참함이라곤 1그램도 느끼지 않는 사람이 어깨를 부딪치며 같은 길을 걸었다. 잊지 않은 사람들과 잊어버린 사람들은 서로를 불신했다.
"하지만 그전에는 이렇지 않았나요? 그 조그만 알약 전에는요? 끔찍한 일들이 없었다고 말해봐요. 그때도 사람들은 이 모든 참혹을 다 잊지 않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