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에서 조교 일을 하고 있을 때였다. 학점 교류생이있었는데, 그는 해당 강의를 수강하는 유일한 남성이었다.
발표를 앞두고 있는 그는 굉장히 긴장한 것처럼 보였다. 아마 여대에서 발표하는 상황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발표 주제는 ○○이고, 이에 대한 제 의견까지 포함하여말씀드리겠습니다. ㅇㅇㅇ 전공자로서 ㅇㅇㅇ 부분에 집중하여 발표를 준비했습니다."
그는 불필요한 인사말을 하지 않았다. 단지 주제와 내용에 대한 설명을 간략하게 더할 뿐이었다. 

긴장한 모습과 달리, 간결하게 발표를 시작했고 여기에서 그의 자신감이 보였다. 그 학생의 발표가 다른 학생보다 더 뛰어난 점은 딱히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청중의 자세가 달라졌다. 본격적인 발표를 듣기도 전에 청중은 집중과 기대를 하고 있었다.

때로는 자신감이 이미지를 만든다. 잘할 것 같은 이미지는 좋은 결과를 기대하도록 유도하는 반면 과도한 겸손의말은 오히려 평가 절하의 요소가 되기도 한다. 
근거 없는자신감을 가지면 안 된다고 배웠던 많은 여성들은 아직도자신의 부족한 점을 자진해서 말하고 있을 것이다.

다고 먼저 말하는 것은 부족한 면을 먼저 보도록 만드는것과 다름없다. 

반면 잘한다고 말하는 것은 잘하는 면을 보도록 만든다. 자신 있게 한마디를 내뱉고 나면, 결국 자신감의 근거를 만들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것이다. 

세상은 근자감에 쉽게 속는다. 일단 속여라. 그리고 제대로 해낸다면 속인 것이 아니게 된다. 속이고 나서해내면 된다.

남의 기분을 맞추며살아가는 것처럼 기꺼이 내 기분도 맞추기로 했다. 내 속은 나만 알 수 있기 때문에 시도 때도 없이 보살피기로 했다.

자기소개를 해보자면, 나는 조금 지랄맞은 성격이다. 일을 할 때 특히 예민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밥이 잘 넘어가지 않는다. 남에게는 예의 바르고 배려심이 넘치면서 나자신에게는 냉정하고 유독 박하다. 힘든 사람을 위로하는데 소질이 있지만 지친 나 자신에게는 어영부영하다가는뒤처질 뿐이라며 날이 선 충고만 해댄다. 
감정 기복도 심한데 기분이 좋을 때나 우울할 때나 옷을 산다. 옷을 참 많이 산다. 씀씀이가 헤퍼 통장 잔고와 미래를 걱정하는 일이 잦다. 
잘 웃는 편이지만 한번씩 울기도 한다. 왜 우는지 원인을 모를 때도 있다. 화를 내지 못하지만 화가 나면 얼굴에다 드러난다. 늘 바쁘게 사는데, 몸이 아플 때라도 쉬어야 하지만 잘 쉬지도 않는다. 겉으로는 결단력이 있고 추진력도 있어 보이지만 속에는 수많은 생각이 뒤엉켜 있다.….

그렇다. 나는 단순하고도 복잡한 사람이다.
스스로를 관찰하다 보니, 문득 나는 나조차도 맞추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키지 않았지만 인간관계를 고려해 거절하지 않은 제안도 많았고, 이는 결국 인간관계를 힘들게 만드는 원인으로 변질되기도 했다. 
‘예스맨‘은 나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에게 해로웠다.

거절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물론 수락과 거절의 기준은 나에게서 비롯되어야 했다. 제안이나 부탁이 나에게 어떤 의미로 작용될 수 있는지 생각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다음 이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것과 잃을 수 있는것을 분명히 나누고, 이를 기반으로 수락과 거절 중에 선택하기로 했다.

최근 새로운 프로젝트를 제안받았는데, 이를 거절했다.

프로젝트의 담당자는 구체적인 기획안을 보내주었고 나에게 제안하게 된 이유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예전의 나였다면, 진심을 다해 이야기하는 상대방을 배려해묻지도 따지지 않고 제안을 수락했을 가능성이 컸다. 무척준비가 잘된 제안이었다. 당시 나는 진행 중인 프로젝트로인해 잠을 줄여가며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 이상 일을 맡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선뜻 거절의 말이 나오지 않았고, 생각할 시간을

또 맡으면 그 자체가 저에게 정신적 압박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저는 제가 최선을 다해 할 수 없는 일에 굉장히 큰 스트레스를받는 편이에요. 그래서 정말 무거운 마음으로 제안을 거절하고자 합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고민하고 숙고해 내린 결정입니다. 긍정적인 답을 드리지 못해 마음이 무겁습니다. 
함께하지 못해도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부디 건강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최대한 자세하게 나의 감정과 현재 상황, 거절하는 이유등을 밝히는 이 방법이 좋은 거절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여전히 거절하는 일이 힘든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다행히 문자를 받은 담당자는 나를 이해한다는 내용의답장을 보내왔다. 계속 일을 하다 보면 더 괜찮은 거절 방법을 깨우칠 것이라고 믿는다.

。자, 선수 입장

강탈 혹은 절도 행위의 과정을 상세히 그린 케이퍼 무비를 자주 본다. 
예를 들면 「오션스 ocean‘s 」이나「도둑들」 같은 영화 말이다.
할리우드 영화이든 한국 영화이든 빠짐없이 등장하는 장면이 있다. 바로 CCTV를 보고 있는 해커의 행동 개시명령이 떨어지는 신이다.
자, 선수 입장.

절도 선수들이 각자가 맡은 임무를 수행해 다이아몬드나 돈을 훔치고 약속된 장소에서 만나는 것이 케이퍼 무비

‘시간을 낸다‘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시간을 내는것이 곧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음이 있으면 없는 시간도 만들게 되는 법이다.

이 책을 쓰는 내내 시간을 만들어 집, 사무실, 카페 등장소를 가리지 않고 글을 썼다. 가족과 함께 여행을 가서도 글을 쓰는 나를 보며 어머니는 "내가 너처럼 글 쓰면 책을 열 권도 썼겠다!"라고 말씀하셨다. 전업 작가인 어머니의 눈에는 글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가볍게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글을 소중히 대하는 내 나름의 방법이었다. 시간이 없어도 어떻게든 글을 써내겠다는 의지라고도 볼 수 있다.

그저 자신의 일기를 묶어놓은 이야기라며 겸손하게 자신의 에세이를 소개하는 작가도 있다. 하지만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를 ‘나의 일기 모음집‘이라고 하기에는너무 열심히 썼다. 나는 일기를 이토록 공들여 써본 일이단 한 번도 없다. 
일기가 아니라면 무엇에 비유해야 할지 한참 고민했다. 도저히 마땅한 비유가 떠오르지 않아 포기했다. 

이 책은 허휘수의 태도와 생각, 경험에 대해 쓴 글을 엮은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글을 쓰는 시간 동안 독자를 상상하곤 했다. 어쩌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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