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흐마드는 생각에 잠긴 채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러고 나서 내가 절대 잊을 수 없을 한마디를 했다.

"우리의 혁명은 파괴를 위한 것이 아니라 건설을 위한것입니다."

보복에 대한 우려로, 이 책 박물관은 계속 비밀에 부쳐질것이다. 이름을 붙이지도, 어떤 표시를 하지도 않을 것이다.
은밀한 공간, 레이더와 포탄으로부터 안전한 곳, 남녀노소 독자들이 만나는 곳. 독서는 피난처와 같다. 모든 문이잠겼을 때, 세상을 향해 활짝 열린 책의 책장들.
부단한 탐색 끝에, 이 친구들은 어느 건물의 지하를 어렵사리 찾아냈다. 거주민이 떠나고 없는 그 건물은 전장의가장자리에 있어서, 저격수들에게서는 거리가 멀지 않지만, 로켓의 사정권에서는 꽤 떨어진 곳이었다. 서둘러 나무 널빤지를 재단했다. 벽에는 페인트를 머금은 붓이 몇번 지나갔다. 두세 개의 소파를 모았다. 밖에는 창문 앞에모래주머니 몇 개를 쌓아 올리고, 끊어진 전기를 대신할 발전기 세트를 들었다. 
며칠 동안 책전달자들은 종이로 된 유산들의 먼지를 털고, 찢어진 곳을 붙이고, 종류를 분류하고, 목록을 작성하여 책장에 꽂아 정리했다. 빈틈없이

"책은 지배하지 않습니다. 책은 무언가를 선사해주죠.
책은 거세하지 않습니다. 책은 성숙하게 합니다."

아부에게 특히 어떤 분야의 책이 영향을 주었는지 물었다. 아부는 사실 거의 모든 분야에 관심이 있다고 했다. 그의 독서 취향은 그 범위가 매우 넓어서, 이슬람 정치에서부터 아랍의 시와 심리학까지 그 관심 분야가 다양했다.

그는 미국의 앤서니 로빈스(Anthony Robbins)의 책을 예로 언급했다. 책 제목은 잊었지만 개인의 성장과 발전, 자아 성찰, 견고한 자기정체성 확립 등의 문제를 다룬 책이라고 했다. 
아부가 아사드정권에서 경험했던 삶과 전혀 다른것이었다. 아랍어로 번역된 그 작품은 다라야에 버려진 어느 저택의 폐허에서 어렵사리 찾아낸 것이었다.
"그 책을 읽은 것이 제가 긍정적으로 사고하고 부정적인 생각은 몰아내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특히 필요한 것이죠."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 이 도서관을 자주 찾는 사람들은 어떤 책을 읽을까? 어떤 주제에 관심을 기울일까? 
아부 엘에즈는 나에게 이렇게 설명해주었다. "초반에는 각자 자기기준을 세워 책을 택했습니다. 한 권 한 권의 책이 마치 처음 맞닥뜨린 귀중한 성자의 유물과도 같았죠. 강한 인상을

이 모든 책은 전장에서 구해낸 것으로, 새로 꾸려진 도서관 책장의 선반에서 우연히 집어 든 것이었다. 다양한 목소리를 담은 이 책들은 세상의 끝에 고립된 듯한 다라야에서 밖을 향해 조금 열린 창문과 같았다. 
나는 멀리서울리는 총성과 함께 이들의 목소리가 흩어지는 것을 들었다.
하지만 이들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책이 자신들에게는새로운 성벽과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읽었던 책의 구절들을 얼마나 잘 기억하는지. 혁명 전에는 책의 단 한 줄도 제대로 인용할 줄 몰랐던 이들이었다. 시리아를 피로 물들인이 분쟁이 역설적으로 책을 더 가까이하게 한 것이다.

직접 만들어낸 자유의 공간에서 독서는 새로운 토대였다. 이들은 그동안 은폐되었던 과거를 되짚어보고자 책을읽었다. 또한 배우려고 책을 읽었다. 때로는 정신착란을피하고자, 때로는 현실에서 벗어나려고 읽었다. 책은 하나의 배출구였다. 폭탄을 동원한 일방적 강요에 맞선 언어의선율이었다. 독서라는 이 소박한 인간적 행위는 평화를 침이 마르게 칭송했다.

모든 단어, 즉 폭탄에 저항하는 지혜와 희망 그리고 과학과 철학의 언어로 전율했다. 책장 선반 위의 완벽하게분류된 언어들은 견고하고 꿋꿋하고, 자신감이 넘치며, 강인하고, 용맹하며, 믿을 만하고, 진실이 깃들어 있었다. 이문장들은 성찰의 궤적과 수많은 사상, 해방을 위한 이야기들을 전해주었다. 온 세상이 손안에 있었다.
책을 통한 이들의 저항은 매력적이었다. 이 저항을 보자 나는 15년 전 테헤란의 서민 지역인 남부에서 만났던 이란의 한 미용사가 떠올랐다. 

그 미용사는 자기 미용실을 여성을 위한 독서 공간으로 바꾸었다. 어느 날 카이로의 교통 체증 속에서 마주쳤던 ‘책 자전거도 생각났다. 그것들은모두 독서를 통해 교육의 수준을 끌어올리려는 열망에서 시작한 것이었다. 

책은 속박에 저항하는 기억의 산물이었다. 또한 시간과 굴복과 무지에 대항하는 퇴적물이었다.

이들의 책을 통한 항전이 책에 탐닉하던 시절의 나를떠올리게 해주었다. 책에 푹 빠졌던 내가 여러 번 무너지고 화재로 타버린 적이 있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Library ofAlexandria)을 처음 방문했을 때 느꼈던 떨림을 기억한다. 모로코 페스(Fes)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서관이 최근 새롭게 개장했다는 기사를 읽으면서, 모로코 여행을 꿈

나는 소설 『화씨 451(Fahrenheit 451)』을 떠올렸다. 책에 불을 지른 미친 소방수들. 1953년 출간된 레이 브래드버리(Ray Bradbury)의 이 소설에서 책 읽기는 금지된 일이었다.
이를 위반한 자들을 벌하고자 거리를 누비고 다니던 특별부대를 생각했다.
그중에서 비티 대장이 한 말이 떠올랐다.
책은 옆집에 장전된 무기다. 불태우자. 무장을 해제하자,
인간의 정신에 포격을 가하자. 누가 교양 있는 인간의 목표가 될지 어떻게 알겠는가?
책은 독재자를 두려워하게 하는 대중 교육의 무기다.
언젠가 아흐마드와 20세기의 이 소설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흐마드의 긴 작품 목록에 포함될 것 같은 예감이 드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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