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나는 게임을 정말 잘했다. 비결은 간단했다. 친구들과새로운 게임을 하고 나면, 나는 집에 가서 웹사이트 게시판에 올라온 공략집을 몰래 읽었다. 친구들은 수백 판 게임만 하지만, 나는게임 횟수를 늘리기보다는 공략집을 읽는 데 몰두했다. 1~2주 정도 몰래 공부한 뒤에 게임을 해보면 비교가 안 된다. 나는 늘 친구들에게 압승할 수 있었다. 수백 판 게임을 한 친구를 100판만한 내가 압도적으로 이길 수 있었다. 게임 공략집 덕분이었다. 대화법 책 덕분에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질 즈음, 나는 게임에도 공략집이 있듯이 인생에도 공략집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
게임의 공략집은 웹사이트에 올라와 있지만, 인생의 공략집은 바로 책이라고 생각했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나는 완전히 꽂혀버렸다. 어차피 더 손해 볼 것도 없었다.
감정은 어디서부터 온 것인지, 어떤 열등감이 자극됐는지 생각한다. 이런 ‘탐색‘이 자의식 해체의 1단계다.
1단계 ‘탐색‘은 사실 별것 아니다. 종종 누군가의 발언이나 존재에 불쾌함을 느낀다면 그 원인이 ‘자의식‘ 때문은 아닌지 알아보는것이다. 이 탐색의 효과는 놀랍다. 나의 비대한 자아와 일정한 거리를 두게 된다. 질투하고 화내고 의심하는 유치한 내 모습을 가만히 지켜볼 수 있게 된다. 그러면 내 상처, 잘못 투사된 공격성, 비뚤어진 생각이 어느 정도 보인다. 새로운 걸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가생긴다.
그다음 2단계는 ‘인정‘이다. ‘왜 그 사람을 보면 기분이 나쁘지? 내가 질투하는 것일 수도 있겠구나. 질투는 오히려 내 학습을 방해하니까, 질투라 인정하고 일단 상대방이 어떤 포인트에서 인기가 있는지 흡수해야겠어‘, ‘나는 왜 인기가 없지? 그냥 매력이 없나 보다. 매력이 없으면 높이면 되지 뭐‘, ‘돈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을 볼 때마다 왜 기분이 나쁘고 상대를 적대적으로 보게 되는 거지? 사실 "인생을 잘 살기 위해선 돈이 필수 조건 중 하나야. 내가 지금까지 이 부분에서 자신이 없으니 회피했던 것 같기도 해, 지금부터 뭘해야할까?"
다들 돈, 돈 하니까 돈에 관심 많은 것 같지만 (또는 관심 많은데도 아닌 척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정말로 돈을 벌고 싶어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돈버는 것과 관련된 ‘행동‘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냥 큰돈을 벌고싶다는 막연한 ‘생각‘만 갖고 있는 몽상가들에 가깝다. 그런데 간혹어떤 계기로 정말 돈을 벌 결심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원래의 지식이 100 정도였다고 하자. 그리고책을 읽으면 딱 1퍼센트의 지식 증가가 이루어진다고 하자. 그렇게 1년에 12권씩 읽었다고 가정하면 10년 뒤 지식의 양은 얼마가 될까? 놀랍게도 330, 즉 3.3배가 된다. 겨우 한 달에 한 권 읽었을 뿐인데도! 그런데 당시 나는 1년 남짓 동안 수백 권의 책을 읽었다. 물론 모두 다 정독한 것도 아니고 개중에는 별로인 책도 많았지만, 중요한 건 머릿속에 새로 들어온 지식이 좀비가 돼서 다음 지식을 전염시키고(흡수하고), 다시 그다음 지식을 전염시키는 과정이 엄청속도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나도 모르게 복리로 불어난 지식 덕분에, 군대 갈 때까지 7년간 대입 공부를 하지 않았음에도 언어영역만점을 맞을 수 있었다.
뇌 속에서뿐만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서도 지식 발달은 복리로 이루어진다. 주변을 둘러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들은 1년에 한 권도 안 읽는다(사실 거의 대부분이 그렇다). 이런 사람들은 책뿐 아니라 신문조차 읽기 어려워하고, 인터넷에서 어떤 글을 봐도 문맥을 이해하지 못해서 엉뚱한 소리를 하고 화를 낸다.
예를 들어 몇 년 전 내 유튜브를 보고 자극 받아서 추천도서 5권을 읽은 사람들은 일종의 ‘안경‘을 얻었을 것이다. 그 책들을 추천한 지 꽤 되었기 때문에, 정말 제대로 읽었다면 그 뒤로 자기 생각의 오류를 인식하고(클루지), 사람을 지배욕, 자극욕, 안정욕 타입으로 구별하고(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 뇌를 효율적으로 쓰려고 노력했을 것이다(정리하는 뇌). 나 역시 『클루지』를 읽은 후로는 나 자신과 남들에게서 무수한 클루지들을 알아보게 됐다. 나는 아마 평생 ‘클루지안경‘을 쓰고서 클루지들을 없애면서 살 것이다. 만약 누구든 인생의 초기에 이런 좋은 안경들을 갖게 된다면, 죽을 때까지 그 복리혜택을 볼 수 있다. 스무 살부터 뇌의 복리저축을 실천한 사람은, 아무 생각 없이 살아온 동갑내기 서른 살과는 차원이 다른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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