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에게 즐거움을 주는 매력적인 직업
칵테일은 섬세하고 예민한 술이다. 전문적인 지식 없이는 어느 누구도 만들 수없다. 칵테일은 정해진 방법에 따라 이것저것을 섞어 만들어내는 술이 아니라 상대방의 취향을 충족시켜줄 수 있도록 세밀하고 꼼꼼하게 신경을 써야 하는 창조적 산물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바텐더에 대한 시선이 그리 좋지만은 않다. 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서비스 정신이 필요한 전문직이지만 사람들은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잡부‘로 낮잡아본다.
박준혁 씨도 바텐더에 대한 좋지 않은 편견 때문에 속병을 앓았던 눈치다. "편견이오? 들어보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죠. 칵테일은 술과 예술이 복합된 문화인데, 한국 사람들은 먹고 죽자는 식으로, 소주처럼 원샷 하는 것으로 생각하거든요. 게다가 바텐더는 남들 쉴 때 일해야 하고, 야간 근무까지 해야 하니까 무작정 힘들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생각하기 나름이에요. 바텐더는 남에게 즐거움을 주는 직업이에요. 조리사가 음식을 만들듯이 바텐더는 술로써 나만의 음식을 만들어 고객들에게 제공하죠. 제가 개발한 칵테일을 마시고 고객이 만족할 때 기쁨을 느껴요. 정말 매력적인 직업이에요. 그래도 요즘은 많이 좋아졌어요. 강의를 나가봐도 젊은 학생들의 생각이 많이 변해서 칵테일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싶어 하더라고요."
김선웅 씨도 보이지 않는 사회의 곁눈질을 많이 느껴왔다. 바텐더를 술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술집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생각해서다. 30대, 40대, 50대 초반까지는 괜찮은데 50대 후반에서 60대 분들은 아직도 ‘바텐더를 ‘날라리‘라고 생각해요. 술의 역사는 길지만 술 문화가 정립되지 않아서 그래요. 사람들은 비싼 술이나 외국에서 먹어본 특이한 술을 좋은 술이라고 생각하는데, 술은 분위기에 맞는 것이 최고예요. 한여름에 힘든 일을 마치고 지나가는데 생맥주에 바비큐가 있어요. 그게 최고죠. 비가 내리는 날은 동동주에 파전, 또소주에 어울리는 안주, 다들 소주 먹는 분위기인데 내가 와인을 좋아한다고 해서 혼자 와인을 먹지는 않잖아요.
논밭으로 둘러싸인 외딴집에서 한 할머니가 문을 열고 나와 직원들을 반겼다. "이 전선이 이렇게 너절한데 괜찮아요?" 할머니, 이 전선을 정리하려면 바닥에 파이프를 세워야 해요. 파이프를 세워놓으면 그다음은 저희가 알아서 다 해드릴게요. 그런데 우리가 보기에는 파이프를 세우는 것보다 지금이 더 안전해요. 파이프는 휠 수도 있고, 쓰러질 수도 있거든요. 저 상태가 딱 좋아요." 단전 신고뿐만 아니라 전선이 위험하게 보이는 경우에도 민원이 접수된다. 전기 기술자들이 보기에는 안전하지만 일반인들이 보면 마음이 급하다. "집으로 들어가는 전깃줄은 저압선이에요. 나무에 있어도 상관없고 사람이 만저도 어느 정도는 괜찮아요. 하지만 고압선은 피복이 있어도 문제가 돼요. 나무에 닿으면 계속 쓸리면서 화재까지 발생할 수 있죠." ‘전기‘는 하루도 쉬지 않고 가정으로 흘러들어간다. 가느다랗고 곧게 뻗은 전선을 타고 제트기처럼 쏜살같이 날아가 티브이를 켜고, 저녁식사를 준비하며, 빨래를 한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면 불편해할 뿐이다. 우리 시대의 가장 큰 병폐는 무관심이다. ■
묵묵히 산불을 감시하는사람들
변덕스러운 산들바람을 따라 걷다 보니 ‘영혼 깊은 곳에서 자유롭고 맑은 입김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인간의 사소한 실수로 타버린 산을 되살리기 위해필요한 시간은 최소한 이삼십 년. 공연히 눈꺼풀이 깜박거리고 떨린다.
느긋한 성정을 가진 사람은 세상의 시선에서 벗어나 있지만한편으로는 상대에게 가볍고 편안한 휴식을 준다.
산이 바로 그렇다. 산은 실컷 걷고, 실컷 숨 쉬게 해 해방의 환희를 선사한다. 도시의 화려함이 눈을 현혹하게 하고 삶을 찬미하게 만들지 모르지만, 산이야말로 현대인들의 번뇌를 풀어줄 수 있는 비밀과 수수께끼가 응결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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