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가 다 꼬여가지고 삿대질하는 모습을 보면 한심해요. 기분 좋게 와서 기분 좋게 마시고 가면 좋겠는데. 또 세상의 모든 짐을 혼자 껴안은 것처럼 오만상을 찌푸리는 손님도 싫어요. 늙은 남자가 젊은 여자를 데리고 오는 것도 싫고요. 둘이 좋아 만나는 일을 말릴 수야 없지만 뭔가 구린 냄새가 나거든요."
옆에서 듣고 있던 한 아주머니는 "이 정도 일은 아무것도 아니다."며 거든다. "시장 바닥이란 게 다 서민들이 다니는 동네라 별거 없어요. 술주정이나 싸움질하는 게 싫지만 그럭저럭 참을만해요. 하지만 제일 힘든 건 사람이 그리운 거예요. 어떻게든 찾아올 손님이라고 생각했는데 오지 않으면 기다려지죠. 바보 같죠. 이 장사를 하다 보면 가끔씩 생각나는 손님들이 있어요." "많이 외로우신가 봐요." "우리도 다 똑같은 사람이에요. 거리에서 일한다고 감정이 없는 줄 아세요? 손님들이 함부로 대하면 기분 나쁘고 화나요. 장사니까 참는 거예요. 길거리에서 장사한다고 쉽게 보지 마세요. 다른 데서 만났으면 국물도 없어요." 조용한 목소리에 맑은 눈빛을 가진 한 아주머니는 "포장마차를 하면서 성격이 많이 변했다."고 말했다. 거리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그렇지만 세상풍파에 쓸려 다니다 보면 성격이 거칠어진다고 했다.
상봉 간밤의 꿈에 시부모님을 뵈었다 두 분이 당신의 아들을 극진히 아껴주시던 생전의 평소처럼 여전하셨다 아직도 못 잊으십니까 지금도 그리우십니까 세월 넘어 시공 건너 붉디붉은 본능의 피 여전히 뜨거운지 성탄절 이브에 수천 리 먼 길을 다녀가셨다 칠흑 같은 어둠을 지나 언 하늘을 헤쳐 당신의 아들을 어루만져 주시었다 아버님어머님 먼 길 오시느라 노고가 많으셨습니다
덕분에 저도 뵙게 되어 만감이 강물처럼 흐르옵니다 부디 평안하시옵기를
우리 언니 이름은 전미자
열세 살 많은 언니 휠체어에 앉으셨네 야윈 몸 더듬으니 손끝에 닿는 밀감만 한 젖가슴 배보다 크던 젖무덤이 줄어 볕뉘가 들 듯 청춘의 추억만 깜박깜박 동백이 피었고 수선화도 피었건만 수척한 몸에는 곁이 되지 못하네 바람이 살랑살랑 향기를 싣고 와도 병상에는 이르지 못하고 젖 먹여 키운 딸도 소식이 멀기만 하다 나를 덜어 너를 채우던 날의 온기도 가물가물해지고
하루 세끼 채워지는 콧줄이라는 목숨 줄 누런 소변 줄을 달고서도 내 이름은 기억한다 내 이름 닮은 언니 이름을 언니가 떠나도 잊지 못하리 무정한 세월 속에 꽃눈을 뜨고 수척한 언니를 연민하는 봄 밀감만 한 젖가슴이 슬프기만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