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는 가운데 우리들 눈앞에서 자취를 감추고 사라진다는 것은 선인들의 문화심文化心을 음미하는 데서도 아쉽기 그지없다. 이것은 결코 부질없는 향수만이 아니다.

정이란 하나의 면면히 흐르는 리듬이다. 절단된 데는 정이 없다. 비정의 세계다. 
정이란 시간과 공간에 뻗쳐 무한히 계속되는 생명의 흐름이고, 자연과 역사와 인간의 유기적인 유대다. 
이 정의 구상이 곧 미美다. 
수천 년 전의 작품, 수만리 이역의 작품이 우리에게 공명공감을 일으키는 것은 그와 우리 사이에 보이지 않는 생명의 유대가 있기 때문이다. 

수명에는 한계가 있으나 생명에는 한계가 없다.

물고기는 잠시도 물에서 떠나지 아니함으로써 생명을 기른다.

젊은 여성은 잠시도 몸가짐을 게을리하지 아니함으로써 젊음의 미를 길이 지닌다. 

참을 사는 사람은 잠시도 허튼 생활에서 자기를 소모하지 아니한다. 
글을 사랑하는 사람은 문정과 문을 잠시도 떠나지 아니함으로써 속기를 떨치고 문아한 품성을 기른다. 여기서 비로소 아름다운 글이 써진다. 

켜켜로 입었던 바지며 내의 속내의에서부터 하반부의 둔육을 해방시키고 두 발을 고여, 전신을 편안히 내려 앉히면 위로 충만했던 모든 들뜬 기운이 가라앉으며 평온한 희황시대羲皇時代로 돌아온다. 
향기롭지 못한 냄새도 어느덧 잊어버리고 만다. 마치 이 세상에 오래 살아 이 세상 냄새를 모르고 배기듯이 아무도 이 문을 열 사람은 없다. 아무 일도 내 스스로가 나가기 전에는 부를 리도 없다. 찾을 리도 없다. 나에 대한 모든 것은 나의 이 작업으로 말미암아 권위 있게 스톱당하고 만다. 지구조차 이 속에서는 돌지 않는다.
외계에서 수소탄이 터지는 태양이 물구나무를 서든 나는 결코 개의하지 아니해도 좋다. 
내가 이 작업을 하고 있는 한, 이런 무관심과 태만에 대해서도 아무도 문책하는 사람은 없다. 잠시 가쁜 숨을그치고 유유한적한 세계에서 기상천외의 꿈속을 헤매며 오유遊하는 것도 나의 자유일 것이다. 이 지상에서 자유 해탈의 시간은 이시간뿐이고, 소부巢父, 허유가 놀던 기산箕山영수穎水는 남아있는 곳이 이곳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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