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
내 세간 난 지 얼마 아니 해서, 봄이 왔다. 양지편에 핀 진달래는 아직도 추워서 꽃잎이 파랗게 질려 떨고 있는것 같았다. 우리는 마루 끝에서 햇볕을 쪼이고 있었다. 방보다 파뜻하기 때문이다. 금붕어 이고 가는 장사 마치 새봄을 담뿍 실어다 주는 듯. 어항과 금붕어 몇 마리를 샀다. "조것은 알뱄나 봐요" 아내는 한 놈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흥, 제법 배가 똥똥하지." 하고 웃어 보였더니 아내도 낯을 잠깐 붉히며 웃었다. 물을 날마다갈아 주고 하느라고 했건만 한 마리, 두 마리 죽어 가고 빈 어항이돼 버렸다. 대신 냇붕어를 잡아다 길렀다. 아내가 근친 가던 어느 날, 불을 끄고 혼자 누웠으려니까 미묘한소리가 들려왔다. 낙숫물 듣는 소리 같기도 하고, 어찌 들으면 햇볕
아리 소리 같기도 하고, 어찌 들으면 차 끓는 소리 같기도 하고, 그러나 훨씬 작은 소리, 생각하면 눈 녹는 소리 같기도 했다. 불을 켜고 주위를 살펴봤다.
붕어 물 먹는 소리를 들어 본 사람이 있는지? 그것이 바로 붕어들이 물 먹는 소리였었다. 여러 놈이 입을 모으고 뻘죽뻘죽 물을 들이켜고 있었다. 입구에서 좁쌀 같은 물방울이 생겼다 꺼졌다 한다. 금붕어보다 냇붕어가 좋았고, 노는 것보다 밤에 물켜는 소리가 더신비롭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밤, 이슥토록 누워서 책을 보다가 일어나 앉아 담배를 피우려니까 옆에 지켜 앉았던 아내가 나를 가만히 건드리며 신기한 듯이 "저 소리 들려요? 붕어 물 먹는 소리예요." 한다. "아까는 더 크게 똑똑히 잘 들렸는데………." 둘이서 어항을 가까이 들여다본다. 물 키는 소리보다 벌름벌름 마시는 그 입들이 더욱 귀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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