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갱이를 잡는다며 사람들이 육지에서 섬으로 왔다. 경찰옷을 입은 사람도 있었고 군복을 입은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그들 옷에는 계급장이 없었다. 여름에서 겨울 사이 2천 명이넘는 외지인이 제주에 들어왔다. 사람들은 그들을 서북청년단이라고 불렀다. 나랏일 하는 높은 사람들이 보냈다는 말도 있었다. 그들은 닥치는 대로 사람들을 잡아갔다. 잡혀가지 않으려고 버티면 몽둥이를 들고 때렸다. 울던 아이들도 서북청년단이란 말을 들으면 무서워서 울음을 그치고 이불 속으로 숨었다. 식당에서 행패를 부린 이들도 서북청년단원이었다.
장동춘이 제 얼굴을 순욱의 얼굴 가까이 들이밀었다. 순욱은 움찔 놀랐다. 그 순간 장동춘이 우악스럽게 순욱의 손을 잡고 할머니 집으로 잡아끌었다. 부하들이 집을 에워쌌다. 순욱은 끌려가지 않으려고 했지만 장동춘의 힘을 이기지 못했다. "당장 그 손 놓지 못해!"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군용 트럭이 멈췄다. 그리고 그 안에서 군인들이 내렸다. 군인들이 장동춘과 부하들을 향해 총을겨눴다. "당장 그 손 놔!" 문상길이었다. 옆에 있던 손선호가 장동춘을 향해 총을 겨눴다. "상길 씨!" 순욱이 상길을 보며 울먹였다. "오호라! 저 군인 양반이 남편이로구만. 그런데 빨갱이 잡아야 할 시간에 경비대가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여전히 순욱의 손을 잡은 채 장동춘이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무고한 사람들 괴롭히지 말라는 말 못 들었나? 너희들이해야 할 일을 똑바로 하는지 감시하는 것이 내 임무다. 당장 그손 놓고 꺼져!"
그때였다. 십여 미터 떨어진 집에서 불길이 일어났다. 정말로 집에 불을 지르는 모양이었다. "언니, 명이 명수랑 방에 들어가 이십서 절대로 나오지말곡." 순욱은 신발까지 방안에 던져 넣었다. "무슨 일인지만 보고 오젠 마씸. 저놈들이 행패를 부리면 상길 씨에게 알려야 되죠." "아가씨, 가지 맙서. 아가씨!" 순욱은 진숙의 말을 듣지도 않고 집을 나섰다. 순욱은 학교 뒷담을 넘어 건물 뒤에 숨었다. 국민학교 운동장에는 마을 사람 대부분이 모여 있었다. 장동춘이 연단에 올랐다. "지금 산속에 빨갱이들이 숨어있다.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를위해 불철주야 애쓰고 있는데 공산주의 사상에 물든 빨갱이들이 설쳐대고 있단 말이다. 너희들이 산에 숨어있는 놈들에게 먹을 것과 입을 것을 가져다주고 있다는 사실을 다 알고 있다. 빨갱이들에게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준 적이 있는 자는 앞으로나와라, 사실대로 말하면 다른 사람들은 집에 보내주겠다."
차례 총성.....… 6 밤마실 11 명령 그리고 만남. ******27 서북청년단 48 빨갱이 사냥. 남겨진 신발 한짝……85 66 횃불 113 깨지는 평화 협상이별, 그리고 - 146 또 다른 총성 작가의 말******130 170- 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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