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받기로 했죠."
그가 말했다.
"맘이 편해졌을 것 같은데요."
이로 씨가 말했다.
편해졌다면 그건 체념해서가 아니라 나를 내 속에서 없앴기 때문이었겠지요. 체념이기도 했겠네요. 내가 나를 체념한 거니까"
"비우는 거네요."
"그때 알았죠. 선택과 결정은 저 작품들의 몫이었던 거라는 거.
내가 아니라, 나는 작품들한테 불려 나온 거였어요. 스승님도 스승님 스승의 작품들로부터 선택당한 삶을 사셨다는 걸 돌아가신뒤에 깨달았고요."
사물의 의지가 대를 이어 인간을 숙주로 만들어버린다는 식으로 이로 씨에겐 들렸다. 이로 씨는 김재원의 옆모습을 물끄러미바라보았다.
정선에서 선배 원로 작가의 작품을 말할 때도 김재원은 자신에게 닥치는 모든 갈등과 번민을 삶의 자양으로 삼으려는 뜻을 내비쳤었다. 스승의 전각 작품을 물려받게 되었다는 영원의 이야기도 크게 다르지 않은 얘기였다.
"벚꽃이 피고 질 때까지는 이곳에 있을게요"
사랑하는 한 여자를 지키고자 결탁하는전직 경찰과 수배자, 다정한 전쟁의 기록
남해안 동쪽 언덕에 위치한 카페 Tolo주인장 희린은 운두가 깊은 프라이팬에 생두를 볶고,
산양유로 부드러운 셔벗을 만들어낸다.
벚나무 꽃망울이 움트는 이른 봄날,
소설가 이로가 Tolo에 찾아오고,
커피와 셔벗의 특별한 맛에 녹아든깊은 사연을 음미하기 시작한다.
단단히 얽힐 대로 얽혀버린 관계 속에 스며든사랑과 증오, 뜨거움과 차가움, 기다림과 서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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