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에 걸친 탄압과 금기의 시대1957년 7월 제주도를 시찰한 유엔한국통일부흥위원단(UNCURK) 소속 오스트레일리아 대표는 다음과 같은 보고서를본국에 보냈다. "1948년 5.10 선거 기간과 선거 이후, 그리고 간헐적으로1951년부터 1955년까지 일반적 정치 소요와 반란을 진압하고한라산을 중심으로 한 게릴라(무장대) 활동을 뿌리 뽑기 위해(한국) 정부가 채택한 조치는 극단적으로 가혹했다. 수많은 주민이 무장대를 숨겨주거나 도와준 혐의로 총살됐다. 섬 사람들은 이를 잊지 않고 있으며,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2005년 1월 17일 제주도를 ‘세계 평화의 섬‘ 으로 지정했다. 평화의 섬 지정의 이론적 근거는 4·3 진상규명과명예회복 운동이었다. 이어 노 대통령은 2006년 대통령으로서는처음으로 4.3 위령제에 참석해 다시 한번 사과했다. "오랜 세월 말로 다할 수 없는 억울함을 가슴에 감추고 고통을 견디어 오신 유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드립니다. 아울러 무력 충돌과 진압의 과정에서 국가 권력이불법하게 행사되었던 잘못에 대해 제주 도민 여러분께 다시한번 사과 드립니다. (중략) 자랑스런 역사든 부끄러운 역사든, 역사는 있는 그대로 밝히고 정리해야 합니다. 특히 국가 권력에 의해 저질러진 잘못은 반드시 정리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국가 권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합법적으로 행사되어야 하고, 일탈에 대한 책임은 특별히 무겁게 다루어져야 합니다. 또한용서와 화해를 말하기 전에 억울하게 고통받은 분들의 상처를치유하고 명예를 회복해 주어야 합니다. 이것은 국가가 해야할 최소한의 도리입니다. 그랬을 때 국가 권력에 대한 국민의신뢰도 확보되고 상생과 통합을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국가 권력의 잘못을 공식 사과하다대통령의 사과는 명예 회복 운동의 전환점이 됐다. 1948년4월 3일 이후 55년 만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부 보고서가 확정된 지 15일 만인 2003년 10월 31일 제주도를 방문해 과거 국가권력의 잘못을 공식 사과했다.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서 과거 국가 권력의 잘못에 대해 유족과 제주 도민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무고하게 희생된 영령들을 추모하며삼가 명복을 빕니다." 대통령의 사과는 4·3위원회가 채택한 ‘7대 대정부 건의안‘ 에 따른 것이다. 4·3위원회는 정부 보고서 확정 뒤 다음과 같은건의안을 채택했다.
4·3 진상규명 운동은 다음과 같은 성과와 의의를 내포하고 있다. 첫째, 대한민국 과거사 청산의 모델을 만들어냈다. 탄압과억압의 시기를 거쳐 4·3특별법 제정과 진상조사를 이루어낸 뒤명예 회복의 순서를 밟고 있다. 말하자면 문제의 해결을 향해 단계적으로 접근해 나가는 과정을 밟아온 셈이다. 이런 점에서 여순사건을 비롯한 여러 과거사를 정리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했다고 할 수 있다. 둘째, 연대의 중요성을 일깨웠다. 4·3유족회·4·3단체·언론·문화예술계·정치권의 연대가 4·3특별법 제·개정의 동력이됐고, 진상 조사와 명예 회복의 길로 가는 토대가 됐다. 셋째, 4·3 진상규명 운동이 피해의식에 사로잡혔던 유족과 희생자들의 명예 회복을 위한 인권 운동인 동시에 화해와 상생을 위한 평화 운동으로 이어졌다는 의미가 있다. 이제는 평화의섬 제주의 초석을 다지기 위한, 보편적 화해 상생 모델을 정립하는 과제가 우리 앞에 남아 있다. 그런 의미에서 4·3의 진상 규명 운동은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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