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피임을 아주 잘한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이모나고모가 되는 걸 좋아하지만 또한 고독을 사랑한다. 불행하고 불친절한 사람들 손에서 자랐기에, 그들의 양육 방식을되풀이하고 싶은 생각도, 내가 이따금 나를 낳은 사람들에게 느끼는 감정을 나에게 느낄지도 모르는 인간을 탄생시키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지구는 제1세계 인구를 지금보다 더 많이 부양할 수 없는 형편이고 미래는 몹시 불확실하다. 그리고 나는 책을 쓰기를 간절히 바랐는데, 내가 작업하는 방식대로라면 이것은 퍽 버거운 직업이다. 내가 아이를 절대로 갖지 말아야지 하고 원칙을 세운 건 아니었다. 상황이 달랐더라면 아이를 가졌을 수도 있고 만일 그랬더라도 좋았을 것이다. 지금 좋은 것처럼. - P17
내 인생의 목표 중 하나는 진실로 랍비처럼 문답할 줄 아는 자가 되는 것, 닫힌 질문에 열린 질문으로 답할 줄 아는 것, 내 내면에 대한 권한을 스스로 가짐으로써 다가오는 침입자에 맞서서 훌륭한 문지기가 되는 것, 최소한 "왜 그런 걸 묻죠?"라고 재깍 되물을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내 경험상 이런 되물음은 불친절한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늘 좋은 선택이고, 닫힌 질문은대체로 불친절한 편이다. 하지만 출산에 대해서 추궁당했던 날 나는 급습당한 처지였기 때문에 (더구나 시차 때문에무진장 피곤했다),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채 이런 의문만을 남기고 강연을 마치고 말았다. 대체 왜그런 나쁜 질문은 어김없이 던져지고야 말까? 어쩌면 우리가 자기자신에게도 잘못된 질문을 던지도록 배워온 것이 한가지 원인일지 모른다. - P19
나는 내가 삶에서 하고자 했던 일을 해냈다. 그리고 내가 하고자 했던 일은 어머니나 저 인터뷰어가 가정했던 일이 아니었다. 나는 책을 쓰고 싶었고, 너그럽고 명석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이고 싶었고, 근사한 모험을 경험하고 싶었다. 남자들도 낭만, 짧은 연애, 장기적인 관계—그모험의 일부였지만, 머나먼 사막, 극지방 바다, 높은 산 정상, 봉기와 재난도, 그리고 생각과 자료와 기록과 인생을탐험하는 것도 모험이었다. 사회가 제공하는 충만을 위한 처방은 도리어 막대한 불행을 일으키는 듯하다. 그 처방을 실천할 능력이나 의향이없어 낙인 찍힌 사람들에게도, 처방을 따랐음에도 불구하고 행복을 얻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물론 세상에는 규격화된 삶 속에서 행복한 사람들도 있다.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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