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략) 연구자들은 긴 다리를 빼곤 먹을 게 별로 없는 수컷에 비해 상대적으로로 흐벅진 몸매를 지닌 암컷들이 너무 자주포식동물에 잡혀 먹히는 바람에아빠들이 어쩔 수 없이 자식 양육을 떠맡은 것으로 추정한다. 인간 사회도그렇지만 급해져야 아빠들이 나선다. - P22
그런데 나는 착각했다. 평소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말과 행동을 해둔다면가끔은 실수를 해도 괜찮다고 여겼다. 아무리 백번 사랑을 표현해도 단 한 번의 말실수로아이들의 자존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걸 몰랐다. 모르는 게 어디 그뿐이었을까. 아이들이 싫어하고 괴로워하는 일을 하지 않는 게관계 유지에 중요하다는 것도, 완벽한 부모가 되고 싶다는 욕망보다는괜찮은 부모로 살겠다는 겸손과 성실이아이와의 관계에 훨씬 더 좋은 덕목이라는 것도 몰랐다.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 P24
아이들을 대할 때 아빠의 말투는 달라야 한다. 사랑하는 아이의 말에는 의무적으로라도기분 좋게 응해야 한다. 아이의 말에 대한 대답은무조건 사랑과 배려를 가득 담아야 한다. 자상한 아빠로 아이의 추억에 남을절호의 기회를 놓쳐선 곤란하기 때문이다. 발달심리학자인 ‘다이애나 바움린드(Diana Baumrind)‘의 이야기다. 그는 부모의 양육 방식을 네 가지로 구분했다. 권위적, 독재적, 관용적, 방임적이 그것인데최악의 방법은 독재적 양육 방식이라고 한다. 그런데 내가 그랬다. 독재자였다. 요구 사항은 터무니없이 많으면서아이들의 행동에 대한 반응은 형편없었다. 복종을 미덕으로 여기면서아이의 표현을 무시했던 것이다. - P59
아빠의 선택만 옳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아이의 감성을 아빠의 지성보다 우선해야 한다. 사랑이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알아차리고그것을 주는 것이니까. 사실 내가 지닌 지식 혹은 지성은 ‘과거에 머문 지식‘이다. 구닥다리의 경험일 수밖에 없다. 아들은 다르다. 지금 또는 앞으로 지녀야 할 지성과 감성을 함께 갖고 있다. 아빠라면 아이들 저마다의 다름과 감성을 이해해줘야 한다. 아빠의 지성을 정답이라고 여기면서 강요하는 말투는 잘못되었다. - P72
우리 자녀들도 살아가며고난과 역경을 겪고 이겨내는 경험을 해야 할 때가 온다. 그때 자기 존재에 의문이 생기면 곤란하다. ‘스스로 믿는 힘이 없으면 작은 고난에도 쉽게 무너진다. 누군가를 존중하기 전에 자기 자신을 존중해야흔들려도 다시 중심을 잡을 수 있다. 그런데 자기를 낳아준 아빠가 스스로를 존중하지 못한다면아이도 자기 자신을 존중하기 힘들 것이다. 부모가 아이를, 아이가 부모를 존중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기 자신부터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을 존중하지 못하는 사람은 남을 존중할 수 없다. "아빠는 괜찮은 사람이다. 너희를 보호하고 사랑할 수 있다"라고아이들에게 끊임없이 알려줘야 한다. 아빠가 자기 자신을 존중하면아이들도 자신을 귀하게 여길 것이다. - P119
"내가 모르는 너의 생각이 있겠지? 몰랐다면 미안해." 이런 말들이 그토록 어려웠을까? 아이들은 곧 성인이 된다. 그때는 자신이 뭐가 될지, 무엇을 할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그 결정을 누군가의 손에 맡기지 않게 하려면우선 아빠의 말투와 행동부터 달라져야 한다. 그것이 곧 닥쳐올, 냉혹하고 잔인한 세상과 맞짱 뜰아이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줄 테니까. - P187
프랑스 부모의 말투에서 찾았다. 프랑스 부모들은 공공장소에서 아이들이 칭얼대면 "농(non, 안돼)!"이라고 하면서 부정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대신 "아탕(attend, 기다려!" 이라며 기다림을 권했다. 이런 문화에는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곳이 아니며모두를 위한 시간과 공간이 있다는 걸어릴 적부터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포함되어 있다. 세상은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아이들도 이를 알아야 한다. 문제를 피해 다니면 행복을 만나기도 힘든 법이다. 행복은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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