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의 반지 - 그는 짐승, 새, 물고기와 이야기했다
콘라트 로렌츠 지음, 김천혜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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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 왕은 신비한 반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 반지를 끼고 있으면 동물들과 대화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대사를 처음 봤던건 신학 서적이 아니라 만화(닥터 스쿠르)였다는 점이 내 독서 취향의 한계를 드러내긴 하지만서도, 내가 동물과 이야기할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은 곧잘 하게 만들곤 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동물과 오랫동안 함께 살아온 사람이 그 동물과 어느정도 의사소통이 되는건 당연하지 않을까? 나만 해도 햄스터를 1년 넘게 기르면서부터는 이놈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간혹 짐작이 가곤 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어떤 경우엔 햄스터 역시 내 생각을 다 파악하고 있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와 같은 생각을 했던 사람이 또 하나 있었으니, 그 이름은 콘라트 로렌츠. 자연과학자이자 비교행동학자인 그는 오랜 세월 동물과 함께 하며 그들의 행동을 통해 인간 사회의 심리를 분석한 공로로 노벨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리고 '솔로몬의 반지'는 그가 쓴 수필 겸 동물행동 관찰 보고서.

어찌보면 어릴때 읽었던 '시이튼 동물기'와도 흡사하다. 하지만 그 깊이나 철학이 좀 더 깊어졌다고 보면 좋을듯.
각종 동물들과 함께 살아오면서 느끼고 생각했던 점이 잘 드러나있다. 그리고 학술연구서적이 되기 쉬웠을법한 내용을 재미있고 따뜻하게 서술한 것도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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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언 연대기 세트 - 전3권
앤 맥카프리 지음, 김상훈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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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이 등장하는 소설은 엄청나게 많다. 강력한 힘의 상징인 이 상상의 동물은 소설가에겐 매력적인 소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수많은 소설 중에서 드래곤이라는 존재의 특성을 제대로 살린 것은 그렇게 많지 않다는 점 또한 사실이다. 드래곤은 거의 항상 맹수나, 포악한 지배자나, 초월적인 방관자나, 자연재해의 일종으로 여겨졌다. 한마디로 인간보다 강력하다는 점만 빼면 인간과 똑같거나, 아예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필요한 소품 취급을 받았다는 소리다.

그나마 드래곤이 그 종족의 특성을 잘 살리면서도 단순한 도구 취급 받지 않는 걸작을 꼽는다면, '테메레르', '드래곤 라자', 그리고 지금 말하는 '퍼언 연대기'정도가 아닐까.

하늘로부터 떨어지는 거대한 재앙을 막기 위해 활약하는 드래곤과 용기사들의 모험은 단순한 판타지 활극을 벗어나 사회 체제에 대한 고찰, 인간과 인간 아닌것의 교감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재미 또한 보장되어있는 소설.

무조건적인 공감과 사랑을 공유할수 있는 동물로 드래곤이 등장한다는 점 또한 매력적이다. 순간이동에 시간이동 능력까지 겹쳐지면서 약간 이야기가 안드로메다로 가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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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둑 1
마커스 주삭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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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말살정책이라는게 그렇게 흔히 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약간만 범위를 확대하면 또 그렇게 희귀한 것도 아니다.
나치의 유태인 학살을 겪어보진 않았지만 그에 버금가는 빨갱이-반동분자 학살을 겪어보지 않았던가.

그렇기 때문에 안네의 일기가 세계적인 명작이 될 수 있었던 것이고, '쥐'가 만화임에도 불구하고 퓰리처상을 받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대다수의 작품들이 '억압받는 자'의 눈에서 보인 것 또한 사실. 물론 '유태인 학살 만세'라고 외치는 책이 나와야 한다는 소리는 아니다. 다만 그러한 비정상적인 사회에서도 열정적으로 찬동하는 사람과, 무지함으로 인해 따르는 사람과, 두려움으로 인해 복종하는 사람과, 양심을 따르며 억압받는 자들을 돕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책도둑'은 우리가 좀 더 넓은 시야를 갖게 해준다. 전쟁의 와중에 성장하는 한 소녀의 이야기. 독일인이지만 과연 그녀의 가정을 보면서 이들이 히틀러와 동급으로 놓일만한 존재인지 생각해보게 만들어 주니까.

미쳐돌아가는 사회와 단체는 2차대전 당시에만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우리 곁에 유태인 학살을 지시하는 국가는 없지만, 이라크를 침공하는 미국, 팔레스타인을 폭격하는 이스라엘, 티벳을 억압하는 중국, 흑인들을 불태우는 KKK단, 공장에서 쇠파이프와 곤봉을 들고 싸우는 노동조합과 전경까지 다양한 갈등이 제정신이 아닌듯한 형태로 불거져 나온다. 이들을 하나로 뭉뚱그려 욕하기 전에, 최소한 그 행동에 공감하지는 못하더라도 왜 그래야만 했을지 이해하려는 노력은 분명히 이루어져야 하고, 그러한 노력을 하기 위해 한템포 쉬면서 진정하게 만드는 여유도 필요하다.

이 책은 그러한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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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사냥꾼 - 이적의 몽상적 이야기
이적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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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작곡가 마이어베어는 한 발레리나 겸 가수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의 춤은 가수치고는 결코 서툴지 않습니다. 또 발레리나로서의 당신의 노래 또한 결코 나쁘지 않아요"

지문사냥꾼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이 딱 이렇다.

"음악가가 쓴 글 치고는 결코 나쁘지 않은, 짤막한 몽상적 이야기들의 모음"

물론 요즘처럼 생각도 안하고 글을 쓰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은 세상에서, 판타지라는 이름을 달고 쏟아져 나오는 불쏘시개 잡타지들에 비하면 훨씬 훌륭하다. 최소한 자신이 절감하는 생각이나 느낌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뛰어난 작가의 글이라고 보기엔 확실히 한계가 느껴진다. 공감이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수준이라면 몰라도, 감동과 사색까지 끌어오기엔 모자란다고나 할까.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와 비교하지만, 약간 초점이 빗나간 듯 싶다. 오히려 팀 버튼이 쓴 '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이나 셸 실버스타인('어디로 갔을까, 나의 한쪽은',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작가)의 '세상이 온통 미쳐버리면'과 비교할만한 책인듯.

하지만 확실히 글을 통해 이름을 알린 작가들이 쓴 책에 비하면 조금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이적, 또는 패닉의 음악을 좋아하는 나같은 사람이라면, 그 음악적 요소와의 시너지 효과가 부족분을 충분히 채워줄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도서관에서 한번 빌려읽는 정도로 충분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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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퐁텐 우화 1
다니구치 에리야 지음, 김명수 옮김, 구스타브 도레 그림 / 황금부엉이 / 2003년 11월
구판절판


구스타브 도레의 작품들이 최고의 삽화로 칭송받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입니다.

하나는 극도의 섬세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몽환적인 장면을 환상적으로 그려내는 예술성.

다른 하나는 삽화를 단지 글 내용의 설명 용도로만 제한하는게 아니라, 삽화가 자신의 생각을 반영시켜 새로운 해석을 덧붙이는 그 독창성.

그런 의미에서 라퐁텐 우화집은 이러한 삽화를 감상하기에 최적의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곡과 같이 난해한 내용에 짓눌려 본문 이해에도 허덕거린다면 삽화가 갖는 새로운 의미를 파악하기란 힘들기 그지없으며, 책 크기가 작다면 잔뜩 축소되고 뭉그러진 그림이 원래 갖고있었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없지요.

하지만 라퐁텐 우화집은 쉽고 재미있으며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에, 여유를 갖고 176*248mm 넓이의 크라운판 책자 한면 전체에 펼쳐진 구스타브 도레의 삽화를 충분히 감상할 수 있습니다.

특히 동물들에 관한 특유의 묘사가 인상적이지요.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오리지널 판화를 한번 구해보고 싶더군요.

어쩌면 이런 매력때문에 '꿈꾸는 책들의 도시'의 작가, 발터 뫼르스가 구스타브 도레의 판화만 모아서 '밤'이라는 팬픽션을 썼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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