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 깊은 나무 1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연쇄살인을 다룬 추리소설이자 역사적 인물들을 다룬 역사소설.
 
 재미있다. 책 두 권을 밥 먹는 시간 빼고 내리 읽었을 만큼.
 
 그럼 재미있기만 한가. 사실 재미란 게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겠지만 재미있게 읽었는데 책을
 
 덮으며 허탈하게 만드는 소설들도 있다. 다빈치코드, 댄브라운의 거의 모든 작품들이 그랬다.
 
적어도 '장미의 이름' 정도를 기대했는데 책을 덮으며 그래서? 어쩌라구? 이런 비아냥이 절로 나

왔었다. 재미는 있으나 내용은 없다는 거. 그래서 사실 이 책을 살 때도 시류에 편승한 그런 작

품 아냐? 했었는데... 기대 이상!
 
'치밀한 복선, 끊임없이 빠져드는 방대한 지식, 놀랄만한 반전, 생생한 캐릭터, 박진감 넘치는 스

토리 등은 우리 역사를 소재로 한, 우리 감성에 맞는 한국형 픽션의 새장을 연다.
 
수학, 천문학, 언어학, 역사, 철학, 음악, 건축, 미술 등 방대한 지식으로 비밀을 하나하나 벗겨내

는 지적 여행을 통해 독자들은 뜨거운 시대 정신과 진정한 변화의 리더십을 만나게 될 것이다. '
            
                                                                                                              - 공병호
 
역사소설 - 좋아한다. 사실 모두는 아니더라도 역사책에 나오는 인물이나 사건들을
 
소설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세종대왕 - 1443년 훈민정음 창제, 1446년 반포' 이건 그야말로 프로필이다.
 
거기엔 세종의 고뇌가, 당시 상황이 담겨있지 않다. 한 마디로 '살아있는 사람'으로 느껴지지 않

는 다는 거다. 그런데 소설로 읽다보면 그 인물이 살아난다. 생각을 하고, 기뻐하고 슬퍼하며 우

리 옆에 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 생생하게. 이 소설, 그걸 제대로 살려줬다. 소설이니까 당연

허구지만 그 허구속에 담겨있는 진실. 이런 선조가 있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으로 간만에 뿌듯

했다.
 
 
보너스라면 무엇보다 음양오행설(시도했다가 그만둔 주역 공부를 다시 하고파졌다.)을 기본으로

하여 만든 우리 글자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 수 있었다는 거.... 고1 국어 하권 첫장이 훈민정음인

데 아그들, 꼭 읽혀야겠다.
 
 

"아~라고 하면 무엇이 느껴지느냐?"

"따뜻한 어머니의 품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따스한 봄날 보리밭에서 피어오르는 아지랑이가

떠오릅니다. 그리고 장작불이 타오르며 내뿜는 따스한 온기, 군불을 지펴 넣은 아랫목에서 전해

오는 아득한 따스함, 하루 일을 마치고 곤한 몸을 눕힌 아련함, 두 팔을 활짝 편 채 언덕을 달리

는 아이의 웃음소리..."

"아~라고 하면 다 같은 아이더냐?"

 "그렇지 않사옵니다. 아해라 말할 때의 아와 아낙이라 말할 때의 아가 다르옵니다. 아귀라 말할

때의 아가 다르고 아랫말이라 할 때의 아가 다르옵니다."

  "그 다름을 어떻게 아느냐?"

 "아해라 말할 때의 아는 젖 냄새가 나는 듯하옵고, 아낙이라 할 때의 아는 어머니의 품 속이 떠

오릅니다. 아귀라 말할 때의 아는 사나운 이를 벌린 아가리가 생각나옵고 아랫말이라 할 때의 아

는따뜻한 불가에 앉은 듯한 따뜻함이 느껴지옵니다."

 

"그렇다 소리는 그 자체의 느낌을 가지지만 뜻을 가지지는 않는다. 다만 소리와 소리가 합하여

뜻을이루니 소리를 완벽하게 구현할 글이 있으면 그 뜻까지도 쉽게 표현할 수 있다. 다시 한번

아~라고 말해보아라."

 소이는 다시 가지런히 입을 열고 소리를 냈다. 

 "아~" 주상은 소이의 앞으로 다가앉았다. 그리고 아련한 소리가 이어지는 소이의 작고 탐스러운
 

입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 본문 중에서

 
 언젠가 동네를 돌다 사과나무에 열린 사과를 본 적이 있다. 나무에 매달린 사과를 보는 건 처음

인 거 같았다. 그래, 한참을 쳐다보다보니 갑자기 '탐스럽다'란 말이 떠올랐다. 아, 바로 이런 걸

두고 탐스럽단 말이 나온 거구나. 바라보는 대상과 그것을 표현해주는 말이 그렇게 절묘하게 어

우러졌다는 사실이, 그때 나를 얼마나 가슴뛰게 하던지. 오, 모국어여! 그 모국어로 내가 만나는

모든 아름다움을 그려낼 수 있다면.... 하는 내 오랜 바람. 그런데... 그게 참 쉽지 않다. 바람마저

도 자꾸 사그라든다. 그래도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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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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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먼저 본 터였다.
 
영화가 '사랑'에 좀더 초점을 맞췄다면 책은 그렇지 않았다.
 
사형제도 - 그것은 페지되어야 하는가, 존속되어야 하는가.
 
인간이 인간에게 죄에 대한 벌을 내릴 권한이 과연 있는가.
 
 
'그가 못된 행실을 한 자라고 해서 사람이 죽는 것을 내가 기뻐하겠느냐?
 
 주 야훼가 하는 말이다.
 
 그런 사람이라도 그 가던 길에서 발길을 돌려 살게 되는 것이
 
 어찌 내 기쁨이 되지 않겠느냐?'
                                                  - 구약, <에제키엘서>
 
 
여전히 곳곳에선 살인, 살인들이 벌어지고 있다.
 
얼마 전 살해당한 선배 이야길 들었다. 병으로 죽은 사람 말고 살해! 당한 사람, 주변에 알았던
 
사람 중 처음이었다. 공포스러웠다. 어쩌면 내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그것이 그렇게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그렇게 가까이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 그렇겠지.
 
어찌 아니 그렇겠는가. 우리가 사는 세상, 다 별따로 떨어져 있다고 생각해도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것을....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는 것을.
 
 
'모니카 수녀님께서 지난 주에 편지를 하셔서 돌이 빵이 되고, 물고기가 사람이 되는 건 마술
 
이고 사람이 변하는 게 기적이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렇다. 그게 기적이다. 그걸 기적이라고 말할 만큼 사람 변하기가 그렇게 어려운 일인 것을. 
그럼 그렇게 기적인 그것, 사람을 변하게 하는 것- 그것은 무엇인가. 이 책은 그걸 '사랑'이라
 
고 이야기한다. 사랑이라.. 상처 받은 사람이 그 상처를 꺼내놓을 수 있게 만드는 거, 온맘으로
 
그걸 들어줄 수 있는 거, 상처를 죄를 햇빛 아래 펴놓을 수 있게 만드는 거.....
 
 
'일 년에 봄이라는 계절이 한 번뿐이라는 거 당신 때문에 처음 알았어요. 이 봄을 다시 보기
 
위해 일 년이나 기다려야 한다는 것도 처음 깨닫게 되었어요. 그러자 당신이 말한 대로 이 봄이
 
첫 번째이자 마지막 봄처럼 내게도 느껴졌다는 거예요. 한 계절을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동시에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죠. 그렇게 늘 오는 계절이, 혹여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마지막 계절이 될 수 있다는 거, 그래서 하루하루가 목이 타는 것처럼 애타게 지나간다는 거...
 
나무에 물이 오르는 그 찰나도, 진노랑꽃 무더기로 피어서 흔해빠진 그 개나리에게도, 당신은
 
그 모든 것이 처음 대면하는 기분이고 또 대면하자마자 안녕, 이라고 말해야 한다는 거... 그래
 
서 이 세상에 널려 있는 수많은 사물들이 널려 있는 게 아니라, 가슴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박
 
혀올지도 모른다는 거... 그거 당신 때문에 알게 되었거든요.'
 
 
그렇다. 이 겨울도, 이 밤도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처음이자 마지막인 모든 순간 순간...
 
정말이지 잘 살아야 할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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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엑세쿠탄스 3
이문열 지음 / 민음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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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 족족 감상을 쓰지 않는다.

더군다나 아무 것도 남기지 않는 - 재미도 없고, 생각할 꺼리도 없는 - 그런 책에 감상을 쓰는 짓은 하지 않는데

이 책 '호모 엑세쿠탄스' - 최악의 책이다.

세 권이나 되는 책을 혹시나, 혹시나 하고 읽은 시간이 아깝다.

시간뿐인가. 거의 모든 책을 사서 읽는 편인데 아, 돈이 아깝다. 정말 환불이라도 받고 싶은 심정이다.

이문열 - 적어도 이름값은 해야 하지 않는가. 이름값은커녕....

하긴 한 가지 느낀 점이라면 사람이 뭔가에 집착을 하게 되면 그동안 쌓아올린 모든 것을 한꺼번에 망칠 수도 있다는 거. 안타깝다고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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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하늘말나리야 (양장) 푸른도서관 5
이금이 글, 송진헌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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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나 소희, 선생님들도 다 바우가 화가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 들어 바우는 자신이 꿈이 바뀌는 것을 느꼈다. 미술을 통해서 마음의 병을 치료해 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텔레비전에서 그런 직업이 있다는 걸 알게 됐을 때 바우의 가슴은 마구 뛰었다. 미술이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 중의 하나라면, 그 안에 담긴 마음을 읽어내어 그 사람이 지닌 마음의 병을 치료해 주는 일은 무척 보람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 속에 그런 꿈을 갖게 되자 미술 시간에 다른 아이들의 그림도 자꾸만 눈여겨보게 되었다. 전엔 자기 그림 그리는데 몰두해서 미술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몰랐는데 요즘은 다른 아이들의 그림을 보면서 나름대로 그 아이의 마음을 해석해 보곤 하였다. 이 아인 왜 해를 반쪽만 나오게 그렸을까? 이 그림의 바위는 왜 이렇게 날카로울까? 어두운 색만 사용하는 건 왜일까?
 선이 좋다, 색감이 좋다, 구도가 좋다 하는 식으로 그림의 선만 보고 평가하던 것에 비하면 굉장한 발전이라는 생각이 들어 바우는 스스로가 대견스러웠다. 또 깨달은 게 있었다. 자신 역시 그 동안 남의 그림을 겉만 보고 평가했으면서 자기 그림은 마음까지 이해받길 바라고 있었다는 것을.
 '엄마, 난 요즘 내가 아주 부자가 된 듯한 느낌이에요. 땅 속의 감자나 고구마처럼 생각이 가슴 속에서 덩굴을 뻗으며 커나가는 것처럼 뿌듯해요.' >                 

                                                                                - '너도 하늘말나리야' 중에서

 
 성장 이야기는 언제 봐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닫았던 마음을 열고, 이해할 수 없었던 것들을 이해하고, 새롭게 깨닫고, 깨달은 것들은 자기화하고....

 '달밭마을'(월전리 - 달밭! 이쁘다)의 소희와 미르와 바우의 성장이야기. 너도 하늘말라리아야.

 

 아이들만 성장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 모두 성장하는 중일 것이다.

 나도 '땅 속의 감자나 고구마처럼 생각이 가슴 속에서 덩굴을 뻗으며 커나가는 것처럼 뿌듯'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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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 - 신영복 서화 에세이
신영복 글.그림, 이승혁.장지숙 엮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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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영복 선생님의 글을 저는, 제가 보아온 산문 중 으뜸으로 꼽습니다. 

 
한겨울 눈내리는 山寺에서 들려오는 풍경 소리

그래요. 그건 글이 아니라 소리입니다.

한밤중에도 깨어있으라... 고 나즈막히...

사물을 노래하되 사물 자체의 아름다움만을 노래함이 아닌 역사와 사회를 그 안에 담아낼 줄 아는 노래.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무한한 신뢰와 애정을 감상이나 논리적 딱딱함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으면서 표현해내는,

'우직함'과 '함께함'을 잊지 않는 언어입니다. 

 
저는 한없이 닮고 싶습니다. >

 

... 오래 전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겨울만 되면 다시 읽고는 했었고.. 그 시절 어느 쯤에 써두었던 글이다.

'서화 에세이 - 처음처럼'은 그동안 신영복 선생님이 썼던 글의 부분들을 짧게 엮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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