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내게로 왔다 3 - 내가 사랑하는 젊은 시 시가 내게로 왔다 3
김용택 지음 / 마음산책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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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아진 시들을 다 읽고 나서 세상을 둘러보니 나는 딴 세상에 와 있었다. 세상이 얼마나 달라져 있는지, 답답한 굴속을 막 빠져나온 후련함을 맛보았다. 젊은 시인들의 시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나는 쉽게 말해왔다. 우리 시가, 우리가 어디에 와 있는지도 모르고 쉽게도 젊은 시인들을 외면해왔다. 추억은 사람들을 게으르게 하고 이것저것 쓸데없이 '보수'하게 만든다.  
   

 ‘쓸데없이 보수하게 만드는’ 속수무책 세월 속에서
 젊은 시의 수혈이 필요했다.
 헌 부대에 새 이름들의 팔딱임을 부어줄 때가 되었다.
 그래서 집어든 이 책,
 낯선 시인들의 피가 날 팔딱이게 한다.  

 시는 발견이다

 걷다가 걷다가 숨이 똑, 멎는 순간이 있지. 시계가 멈추고, 배경이 한 줌 재로 허물어지고, 너의 머리결은 팔랑거리는데 바람은 불지 않던 순간. 네가 내게로 오던 순간 말이야. 낡고 진부한, 흔하디 흔한, 널리고 널린 그까짓 사랑을 앞에 두고 너, 어디 있다 이제야 나타난 거야, 호들갑스럽게 '유레카'를 외치던 날 말이지. 결국은 등 돌리고 자게 될 걸 뻔히 알면서도 들숨을 쉬던 내가 너의 날숨에 맞추려 숨을 참던, 네가 펼쳐놓은 세계가 헛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님을 알면서도 왜 세계는 어제와 똑같은지 이해되지 않던, 너를 발견한 순간들 말이야.  

 닳고 닳아 젊은
 낡고 낡아 새로운
 좋은 시를 발견한 날의 호들갑스러움
 그리고
 ‘질투는 나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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